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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암 칼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건축계획의 키워드
승인 2020.08.25 17:08|(1306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국내에서 진정기미를 보이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최근 며칠 동안 다시 증가되고 있다.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다중이 모이는 시설에서 감염이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나, 서울과 경기지역 등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있었다. 클럽 등 유흥시설 등 12종 고위험 시설과 실내국공립시설 운영의 중단, 실내 50인 이상과 실외 100인 이상이 대면으로 모이는 집합·모임·행사의 원칙적 금지조치가 발표됐다. 세계적으로도 코로나 19는 다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돼 장기화 되면 이전의 생활과는 다른 생활로 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많은 학자들이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사회가 변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12종의 고위험 시설유형은 헌팅포차·감성주점 같은 음식점, 클럽·룸살롱 등 유흥주점, 노래연습장 같은 여가시설, 격렬한 그룹운동 등 실내집단운동, 관객석 전부 또는 일부가 입석으로 운영되는 실내 스탠딩공연장, 방문판매 등 직접판매 홍보관·유통물류센터 등 사업장, 300인 이상 수용 하는 대형학원, 뷔페, PC방 등이다. 이 시설유형들의 공통되는 특징은 사용하는 사람밀도가 높은 밀집된 공간, 밀폐된 공간, 밀접행위가 이뤄지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밀집공간은 사람이 많이 모이거나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를 해야 하는 속성이나 기능을 가진 공간이며, 밀폐공간은 창문이 없거나 극히 일부만 있는 경우나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공간이다. 밀접공간은 일상생활 특성상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나 접촉행위가 이뤄지는 성격의 공간으로 밀접행위가 일어나기 쉬운 곳이다. 밀접행위는 특정한 공간이 아닌 일상생활 가운데 어떤 상황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이기 때문에 공간적인 특징과 상관없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3가지 특징이 있는 공간과 함께 밀접행위는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에 특히 취약하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재채기나 기침 등에 따른 비말감염에 의해서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침의 도달거리가 2미터 정도여서 2미터 정도의 거리유지와 감염을 방지할 수 있는 수준의 마스크 착용이 권고되고 있다. 증상이 나타나서 알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감염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으나 무증상자도 있기 때문에 사람 간 물리적인 거리유지가 중요하다. 이것은 일상 생활행위에 대해 현재의 공간과 장소는 변경이 어렵기 때문에 기존 시설과 공간 속에서 사람의 행위를 바꿔 감염 확산을 방지하면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밀집·밀폐공간의  생활행위 조절, 밀접공간에서의 밀접행위 조절을 위한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정확하게 말하면 사람 간의 물리적·신체적 거리두기(physical distancing)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감염방지를 위한 생활행위를 위해 공간적인 측면에서 고려할 수 있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밀집·밀폐·밀접공간은 일상생활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의 계획과 설계의 기반이 되는 생각은 20세기에 기능우선과 경제적인 효율성에 바탕을 두고 기능에 꼭 맞는 건축의 공간과 형태를 만들어 온 기능주의적 사고방식에 기인한다. 건축공간을 생각할 때 불필요한 것은 없애고 행위를 할 수 있는 최소의 공간크기를 조밀하게 배치해 여유를 두지 않고 그 시대와 그 기능에 딱 맞는 공간과 형태를 만드는 것이었다. 고도경제성장시대의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지향해온 적절한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사고방식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취약한 문제점으로 노출된 것이다.

건축공간의 규모를 산정할 때,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체치수와 행동에 따른 동작치수(평균치)를 기반으로 한 점유면적과 기능적인 측면을 고려한 높이치수가 더해져 공간의 크기가 결정된다. 여기에 이동을 위해 필요한 공간과 용도별 부속공간을 더해 최소한의 타이트하고 콤팩트한 공간이 설정된다. 기능은 최초에 설정한 용도로 한정된다. 이것은 경제성과 결부된 공간사용의 효율 우선·기능적 사고로서는 적절했다. 그런데 이러한 유연성이 결여된 하나의 기능으로 고정된 건물과 딱 들어맞아 여유가 없는 공간은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이라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복병을 만난 상태에서는 일상생활의 수용에 한계로 나타나게 됐다. 사람이 공간에 맞춰야 하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된 것이다. 공간은 사람의 행위변화와 상황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여유와 기능을 갖춰야 한다. 공간은 사람의 행위를 수용하는 것이 목적이고 존재 이유이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아울러 여유가 없이 1인당 최소한 공간만의 크기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보다 느슨하고 유연성 있는 설정이 가능해야 하며, 필요에 따라 기능이나 용도 변화도 수용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이러한 방법은 기존의 방법에 비해 동일한 사람수를 수용하기 위해 공간의 크기가 늘어날 것이므로 경제적으로는 불리할지 모르지만, 건강성과 쾌적성 등을 고려하면 품질이 높아 일하는 사람에게는 더 나은 방안일 것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지배해 왔던 많은 기능적·효율 우선적 사고가 변화돼야 할 필요성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지금까지 일반적이라고 생각해 왔던 경제성에 입각한 기능적 형태와 공간의 효율성이 반드시 바른길이 아니었다는 점을 생각하게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계기로 보면 감염확산 방지를 고려한 1인당 공간의 크기가 재설정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소한의 필요한 공간영역을 기반으로 한 공간에서 적절한 거리 유지와 공간의 밀도를 재설정할 필요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기능변화 용도 전환도 가능한 방향의 느슨함과 유연성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건물의 계획과 설계를 위한 사고방식의 키워드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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