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는 입주자를 정말 골치 아프게 한다.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하자는 주거생활과 직결돼 있다. 통상 아파트 입주 시점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하자다. 입주 후에도 이어진다. 입주하기 전이나 입주 후나 그 고통이 크다. 하자와 관련된 갈등과 분쟁이 일어나면 입주자들은 신경이 곤두서고 예민해진다.

하자는 대부분 입주자와 시공사인 건설사와의 문제다. 건설사는 입주민들로부터 하자를 접수, 보수해주고 있지만 이들 간의 하자보수 갈등은 낯설지가 않다.

하자가 생기면 보수를 해주면 그만이지만 그동안의 관행이 건설사에 유리하게 돼 있다 보니 현실에서는 그 해결이 말처럼 간단치가 않았다. 좀처럼 시정이 안 됐다. 대형 건설사든 작은 건설사든 많은 건설회사의 품질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지는 오래다.

최근 들어 하자 문제에 대한 잣대가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 새 아파트의 경우 입주자가 사전에 방문해 하자 사항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입주 전 하자 점검을 의무화했다. 그동안 건설사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입주 전 하자 점검을 제도화한 것이다.

입주민과 시공·시행사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의 기능도 강화되고 있다. 건설사 등 사업주체와 입주자 간 하자담보책임 및 하자 보수에 대한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어느 한 쪽 당사자가 조정을 거부할 경우 하자 분쟁이 장기화돼 구제의 어려움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대해 불만이 높았다. 입주민이 보기에 하자라고 생각해도 법적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법적, 제도적 정비를 통해 바뀌고 있다.

이번에 또 하나의 변화가 예고됐다. 정부가 미비한 하자 판정기준을 확대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서 공동주택의 하자 여부 판정에 사용하는 ‘공동주택 하자의 조사, 보수비용 산정 및 하자판정기준’ 개정안을 마련해 20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행정예고 했다. 이번 개정안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의 심사·조정례와 법원의 판례를 기초로 마련됐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이에 따라 공동주택 하자판정기준이 좀더 확대되고 명확해졌다.

먼저 하자의 인정범위를 종전보다 확대했다. 도배, 바닥재, 가전기기, 지하주차장 등 13개의 하자판정기준을 새로 만들었다. 도배와 바닥재 같은 경우 하자판정기준이 따로 없어 소송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다. 들뜸이나 벌어짐 등이 발견되면 하자로 판정하기로 했다.

또한 기존의 하자 판정 항목들도 확대하기로 했다. 현행 하자판정기준 중 균열, 결로, 타일, 창호 등 12개 항목을 개정했다.

이번 행정예고 내용을 보고 있자니 이런 것들에 대한 기준이 아직까지 없었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다. 일부 조항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대체로 건설사에게는 부담이겠지만 입주자 입장에선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아울러 이참에 화해할 수 있는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등의 역할 확대도 기대해본다.

입주민들의 정보 공유가 늘어나고 권리 주장이 활발한 최근의 실정을 감안할 때 이번 정부 대책으로 점차 늘고 있는 아파트 하자 분쟁이 줄어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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