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부동산관리투자전략최고경영자과정 곽도 교수

국토교통부의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의하면 2020년 2월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단지 수는 1만6811단지, 동수는 12만93동, 세대수는 1004만1732세대다. 전국 아파트 동대표 회장만 1만6800명이며 동대표 숫자는 2개동에 1명씩만 선출한다고 보면 약 6만명에 이른다. 공동주택 관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입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오늘날의 입주자대표회의 제도하에서 회장과 동대표, 주민 간의 고질적인 갈등과 분쟁 비리는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행 계약제도에서는 회장이나 동대표가 함께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특정 업체와 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만 공개경쟁 입찰이지 속내는 수의계약이나 마찬가지다. 바로 정부가 만들어 놓은 적격심사제도 때문이다. 이러한 부정과 비리가 전국에서 자행되고 있는데도 정부나 관련 기관 어느 누구도 나서서 바로잡는 사람이 없다.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그야말로 순진한 입주민만 봉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셈이다. 입찰제도가 이러다 보니 업체의 담합이나 로비가 더 심해지고 갈등과 분쟁, 부정과 비리가 그치지 않고 있다. 업체 입장에서야 당연히 회장이나 힘 있는 동대표, 자사 소속 관리소장을 통해 로비를 하게 되고 형식적인 입찰제도인 적격심사제도를 통해 계약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동대표들은 주택관리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하고 적격심사제도나 장기수선충당금에 대한 용어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동대표 임기를 2년으로 정하고 1회 연임까지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전문지식을 가지고 활동한 동대표가 4년 임기 후에는 참여할 수 없는 구도로 만들어져 있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에는 동대표에게 공동주택 관리에 대한 예산수립을 비롯해 집행에 대한 전반적인 감독, 나아가 주택관리사 채용, 면직 등 아파트 단지에서 입법, 행정 사법 등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최근 경기 군포시 모 아파트 단지의 경우 2년 전 위탁관리로 전환하면서 국내 랭킹 상위 업체를 선정해 2년간 아파트 관리를 잘 해왔으나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새로운 회장이 취임하고 관리업체 계약기간이 만료되면서 대형단지 운영 경험이 부족한 소형 관리업체와 1300세대가 넘는 대단지 도급계약을 하게 됐다. 새로 선정된 업체는 현재 이 단지에서 경비업무를 맡고 있는 업체와 동일한 기업주라고 한다. 지난 6월 말 업체가 바뀌면서 관리소장을 비롯한 사무실 직원 6명을 몽땅 내보내고 새 업체가 데리고 온 직원으로 모두 교체했다. 수년간 열심히 일해 온 6명의 직원들은 계약 만료 핑계로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고 직장에서 쫓겨나는 억울한 실업자 신세가 됐다.

새로 부임한 관리소장을 비롯한 사무실 직원 6명은 이 아파트 단지에 대해 사전 지식이 전혀 없고 업무인수 인계조차 제대로 안 돼 실질적인 관리가 어렵게 된 상황이 됐다. 이러한 사태로 인해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에게 돌아가는데도 입주민들은 아무도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고 한다. 동대표의 업무가 아파트에서는 매우 중요한 직책인데도 불구하고 비전문가들이 모여서 아파트를 운영하다 보니 돌이킬 수 없는 시행착오를 계속 반복하면서 입주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게 된다.

이러한 갈등과 분쟁, 부정과 비리를 말끔히 해결하기 위한 발전적인 입주자대표회의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광역 입주자대표회의 제도를 도입해 공동주택 관리의 전문성을 살려야 한다. 현행 개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합해 15~20개 단지를 하나로 묶어 광역 입대의 체제로 운영하도록 한다. 현재의 동대표는 순수한 무보수 자문 역할을 하며 선관위는 해체한다.

둘째, 각 광역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은 동대표(2명), 변호사, 건축사, 회계사(세무사), 기술사, 공동체전문가, 환경전문가, 교육전문가, 여성대표 등 10명 내외의 위원으로 한다. 구성원 선발은 관할 지자체장이 공모해 선발하도록 한다. 광역 입주자대표회의 위원 임기는 3년으로 하되 연임이 가능하도록 한다.

셋째 각종 공사, 물품 구매 등 모든 계약은 전자입찰을 통한 통합 운영체제로 원가를 절감하고 대표회의 운영 예산(회장 판공비, 회의 참석수당 등), 선거관리위원회 운영예산 등을 절감해 입주민의 부담을 줄이도록 한다.

광역 입주자대표회의 제도는 아파트 관리소장의 임기를 보장하게 하며 관리주체로서 동대표의 부당한 간섭과 동대표와 관리주체와의 갈등도 없어지게 한다. 광역 통합관리로 아파트 관리비가 절감되며 아파트 관리를 둘러싸고 계속되는 갈등과 분쟁, 부정과 비리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다. 입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한 단계 더 높은 아파트 관리가 되기 위해 광역 입주자대표회의제도 도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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