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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공사 중 지중선로 파손···한전 복구작업으로 반복 정전 발생했다면 시공업체, 손해배상 책임 없어서울남부지법 확정 판결
승인 2020.08.04 22:41|(1304호)
이인영 기자 iy26@aptn.co.kr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건축공사 중 맨홀타파 작업을 하다가 지하에 매립돼 있던 지중선로을 파손하면서 인근 지역 아파트 및 빌딩 등에 정전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이후 한국전력공사가 복구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정전이 반복 발생해 피해를 입었다면 건축공사 시공업체에 손해배상 채무의무가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방법원(판사 이상현)은 최근 건축공사 시공업체 A사가 서울 영등포구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한국전력공사, C빌딩 관리단, 보험사 D사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에서 “2017년 11월 14일 발생한 정전사고와 관련해 원고 A사의 피고들에 대한 각 손해배상 채무는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한다”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사는 서을 영등포구로부터 건축공사를 발주받아 공사를 시행하던 중 2017년 11월 14일 소속 포크레인 기사 E씨가 맨홀타파 작업을 하다가 오전 8시 56분경 C빌딩 인근 지하에 매립돼 있던 지중 전선을 파손하게 됐다. 이로 인해 F변전소의 차단기가 자동 작동되는 바람에 C빌딩과 B아파트를 포함한 그 일대에 전기공급이 중단됐다.(이하 ‘1차 정전사고’)

1차 정전사고를 신고받은 한국전력공사는 선로절체작업을 수행했고 그 과정에서 개폐기를 3회 여닫는 바람에 같은 날 09시00분16초~09시01분25초까지, 09시21분56초~09시23분02초까지, 09시31분37초~09시32분41초까지 3회에 걸쳐 추가로 B, C건물 각 세대에 전기공급 중단이 반복됐다. (이하 ‘2~4차 정전사고’)

이 정전사고로 B아파트는 수변전실 발전기(700㎾) 부품 소손, 감시반 컴퓨터 작동불량, 방재실 화재수신반 및 세대 내 계량기 검침 불능 등 2542만2000원의 피해를, C빌딩 내 오피스텔의 경우 발전기 배터리 방전, 화재수신반 제어회로 소손 등 2362만6900원의 피해를 입었다.

정전사고 이후 C빌딩 오피스텔입주자대표회의는 보험사 D사로부터 보험금 1221만2404원을 지급받았다.

A사는 정전사고와 관련해 B아파트 대표회의에는 2542만2000원의 손해액, C빌딩 관리단에는 총 손해액 2362만6900원 중 보험금으로 지급받은 1221만2404원을 제외한 1141만4496원에 대해 손해배상 채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전사고가 발생한 곳을 살펴보면, 한국전력공사는 F변전소에서 시작되는 지중전선을 통해 B아파트와 C빌딩 관리단에 각 계약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변전소에서 각 전기사용고객 측 수급지점까지는 한국전력공사의 지중전선으로 전기가 공급되고 수급지점부터 개개 고객의 수전설비까지는 고객의 지중전선으로 전기가 공급된다. 지중전선들에 손상 등 고장이 발생하면 통상적인 사용전류량을 훨씬 초과하는 고장전류가 발생하게 되고 이를 감지한 변전소의 차단기가 자동 작동해 전류를 차단하게 되며, 그로 인해 고장 전선뿐만 아니라 이와 연결된 선로의 모든 고객들에게도 일제히 정전이 발생한다.

정전 발생 시 고장구간과 고장이 없는 구간이 서로 연결돼 있으므로 한국전력공사는 고장추정구간(건전구간)을 대략적으로 파악해 분리하고 건전구간에 전기를 우선 정상 공급하는 방식으로 복구를 진행한다.

이후 피해지역이 광범위하고 고장추정구간에 다수의 개폐기가 존재하는 경우 한국전력공사는 배전센터 운영지침에 의거 고장구간 분리 및 확인을 위해 개폐기를 조작해 시험송전을 하게 되는데 고장구간이 정확히 판명되기 전까지는 시험송전을 반복한다. 이와 같이 개폐기(스위치)를 조작해 고장구간만 남기고 건전구간에는 전기공급을 재개함으로써 정전구간을 최소화하는 작업을 ‘선로절체작업’이라고 한다.

재판부는 “1차 정전사고 이후 한국전력공사에 의해 2~4차 정전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게 된 경위 및 그 시간적 간격, 피고들 주장의 피해물품 내역 등 제반 사정에 비춰볼 때 피고들이 입은 손해와 원고 A사의 잘못으로 야기된 1차 정전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건축법 제41조 제1항은 ‘공사시공자는 대지를 조성하거나 건축공사를 하기 위해 토지를 굴착‧절토‧매립 또는 성토 등을 하는 경우 그 변경 부분에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사 중 비탈면 붕괴, 토사 유출 등 위험 발생의 방지, 환경 보존,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한 후 해당 공사현장에 그 사실을 게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건축법 시행규칙은 제26조 제1항에서 ‘법 제41조 제1항에 따라 대지를 조성하거나 건축공사에 수반하는 토지를 굴착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에 따른 위험 발생의 방지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항 제1호에서 ‘지하에 묻은 수도관‧하수도관‧가스관 또는 케이블 등이 토지굴착으로 인해 파손되지 않도록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2017년 11월 14일 발생한 정전사고와 관련해 원고 A사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피고들이 이에 관해 다투고 있는 이상 그 확인을 구할 이익도 인정돼 원고 A사의 청구를 인용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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