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아파트 재도장공사와 관련해 과다한 공사금액을 지적하면서 ‘담합‧리베이트’라고 표현한 문건을 작성‧유포한 동대표에게 법원이 공연성 요건을 충족한다며 명예훼손죄에 의한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판사 이고은)은 최근 서울 구로구 A아파트 동대표 B씨에 대한 명예훼손 선고심에서 “피고인 B씨를 벌금 100만원에 처한다. 다만 판결 확정일부터 1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B씨는 2019년 1월 ‘A아파트 주민께 고함’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해 이 아파트 대표회장 C씨가 도장공사업체 선정과 관련해 사전에 D사를 지정한 사실 및 리베이트를 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우리 아파트는 1095세대인데 도장공사를 6억원이면 할 수 있는데 약 7억6000만원에 업체를 선정했다고 합니다. 관리소장들은 과대금액 1억6000만원은 리베이트라고 표현합니다. 입주민이 방관하시면 우리가 적립한 장기수선충당금 약 1억6000만원이 날아가게 됩니다’라는 내용의 허위 문건을 작성해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 B씨는 이 아파트 입주자 겸 동대표로서 도장공사 사업자 선정과 관련된 절차적 위법과 공사금액의 과다 책정 문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다소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해 범행에 이르게 됐다”며 “담합‧리베이트 등과 관련된 표현 외에는 도장공사업체 선정과 관련해 비판적인 의견과 논평을 표명하고 입주자대표회의와 입주자들로 하여금 감시‧감독을 독려하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인 B씨는 이 문건을 C씨와 동대표 등 일부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에게만 배포했고 C씨가 이 문건이 명예훼손으로 문제될 수 있음을 지적하자 문건을 폐기하고 더이상 다른 사람들에게 배포하지 않은 점 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B씨와 변호인은 B씨가 작성한 문건에 공연성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피고인 B씨는 문건을 다른 동대표들에게 배포한 점, C씨에 대한 내용을 비밀로 지켜줄 만한 특별한 신분관계는 없었고 C씨는 문건이 일부 동대표를 통해 일부 입주자들에게 전달됐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피고인 B씨가 이 문건을 동대표들에게 배포한 것은 그 내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어 공연성 요건을 충족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B씨는 ‘문건에 기재된 문구는 관리소장들이 과대금액을 리베이트라고 표현한다는 것일 뿐 C씨가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것이 아니므로 표현상의 오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 B씨는 문건에서 C씨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의 구체적인 표현을 통해 C씨가 D사와 담합해 공사대금을 부풀려 리베이트를 받았음을 암시하고 있고 이는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해당하며 피고인 B씨는 미필적으로나마 이 내용이 허위임을 인식했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재판부는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때에 해당한다’는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서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위법성조각에 관한 형법 제310조는 적용될 여지가 없으므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대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피고인 B씨와 변호인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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