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판결

관리단과 갈등 빚던 중
차량등록 안 해 주차 차단되자
주차장 입구에 차 세운 채 떠나

(자료사진)주차차단기 <서지영 기자>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지난해 ‘제2의 송도캠리 사건’으로 불리며 논란이 됐던 서울 강서구 주상복합아파트 주차장 봉쇄사건의 차주가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판사 박성규)은 아파트 주차관리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강서구 A아파트 입주민 B씨에 대해 최근 벌금 200만원에 처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5월 22일 오후 7시 30분경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들어가려던 중 차량등록이 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관리실에서 주차차단기를 열어주지 않자 말다툼을 하다, 자신의 차량을 주차차단기 앞에 세워놓고 집으로 올라갔다. 그때부터 다음날 새벽 5시 경까지 차량을 이동해주지 않아 입주민들의 주차장 이용을 불편하게 하는 등 위력으로 아파트 관리단 대표 C씨 및 관리소장 D씨의 주차관리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한편 B씨는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감사였다가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이 인용돼 감사 직책에서 배제된 상태며, 사건 당시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비위 의혹과 관련해 당시 관리주체인 관리단 측 대표 및 일부 주민들과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등 갈등을 빚고 있었다.

B씨는 재판부에 “2018년 12월 27일 아파트 관리단 대표 또는 관리인 선임 결의 당시 아파트에 관리단 임직원에 관한 사항이 규약으로 설정돼 있지 않아 위 결의는 무효이고, 그 결과 위 결의에서 선임된 C씨는 적법한 관리단 대표 또는 관리인이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C씨는 지난해 5월 15일 주차차단기를 설치하고 주차관리 업무를 하면서 같은 달 22일 본인의 지하주차장 출입을 통제했으므로, 이 사건 당시 C씨와 D씨의 주차관리 업무는 형법상 보호가치가 있는 업무라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건 당시 차량을 주차차단기 앞에 주차하고 집으로 올라갔으나 그 당시 배우자에게 차량 열쇠를 맡기고 근처에 대기하게 하는 등 행위의 내용과 정도 등에 비춰보면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의한 행위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항변하며 “위와 같은 점에 비춰 본인의 행위는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먼저 “피해자 관리단 대표 C씨와 관리소장 D씨의 주차관리 업무를 보호가치가 없는 업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라 함은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으로서 타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으면 되고, 반드시 그 업무가 적법하거나 유효할 필요는 없다”며 “따라서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인지 여부는 그 사무가 사실상 평온하게 이뤄져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고, 그 업무의 개시나 수행과정에 실체상 또는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그 정도가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는 데까지 이르지 않는 이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C씨와 D씨의 주차관리 업무의 보호가치 근거로 먼저 “‘2018년 12월 27일 소집된 아파트 관리단집회에서 C씨가 아파트 관리단 대표 또는 관리인으로 선임됐지만, 그 당시 아파트에 관리단 임직원에 관한 사항이 규약으로 설정돼 있지 않아 이 사건 선임 결의는 무효다’라는 이유로 C씨의 직무 집행이 정지되는 가처분 결정이 내려졌으나, 이는 이 사건 이후인 2019년 8월 22일에 이뤄진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주차 공간으로 관리단에서 추진해 지난해 5월 15일 주차차단기가 설치됐고, 입주민들에게 그달 20일까지 주차등록을 하라는 공고가 이뤄졌으며, 아파트 입주민으로 차량등록증만 가지고 오면 누구나 등록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당시 관리단 임원들과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 사이에 다툼이 있었고, 피고인 B씨는 입주자대표회의 감사로서 위와 같은 공고를 봤음에도 등록을 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관리단 대표와 대척점에 서 있는데 등록을 해달라고 신청하는 것은 우스운 입장이어서 직접 등록해달라고 한 적은 없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전했다.

특히 재판부는 “피고인 B씨가 사건 당일 차량을 주차차단기 앞에 주차하기 전까지는 C씨와 D씨의 주차관리 업무가 입주민들의 협조하에 질서 있고 평온하게 진행되고 있었는 바, 설령 아파트 관리단 임원들과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 사이에 다툼이 있어 주차차단기 설치 및 주차관리 업무에 일부 실체상 또는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띤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 B씨 행위의 동기, 태양, 피고인과 피해자들의 지위 등에 비춰, 피고인의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위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B씨가 차량을 이동해주지 않는 바람에 약 9시간 30분 동안 입주민들이 주차장을 전혀 이용할 수 없었던 점 ▲B씨의 배우자 E씨가 사건 당일 오후 7시 30분경부터 11시 30분경까지 주차차단기 근처에 있었지만 입주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차량을 그대로 둔 점 ▲배우자 E씨도 집으로 올라가 버리자 일부 입주민들은 B씨의 집까지 찾아가 차량을 이동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B씨는 이를 거부한 점 ▲B씨와 배우자 E씨가 집으로 올라간 후에 C씨 등은 B씨로부터 사과를 받고 책임 추궁을 하기 위해 B씨의 차량 뒤에 C씨의 차량을 주차하고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점을 들었다.

B씨의 정당행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이유로 재판부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처럼 관리단 임원들과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 사이에 다툼이 있어 주차차단기 설치 및 주차관리 업무에 어떠한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해 정당한 방법으로 이의를 제기하거나 항의하지 않고, 차량을 주차차단기 앞에 임의로 주차해 입주민들의 주차장 이용을 불편하게 한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행위의 요건에 있어 그 목적의 정당성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 긴급성, 보충성의 요건을 갖췄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범행의 죄질이 좋지 않고 이종 벌금 범죄전력이 4회 있는 한편, 동종 범죄전력이 없는 점, 관리단 임원들과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 사이 다툼 가운데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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