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법원의 해고무효 소송 판결과 관리업계 반응

근로기준법 따른 해고무효 주장에
법원 “4인 이하는 해고·징계 규정 미적용”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와 1년의 근로계약을 체결한 관리소장이 6개월도 되지 않아 해고됐다. 관리소장은 근로기준법 일부 규정을 따르도록 한 취업규칙 규정과 달리 해고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고 소송을 걸었으나, 법원은 이 아파트와 같이 4인 이하 사업장의 고용계약 해지는 근로기준법이 아닌 고용계약, 취업규칙을 적용해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강재철)는 최근 전북 익산시 A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한 B씨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B씨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소장 B씨는 근로계약기간을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2월까지로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근로계약에는 계약해지 사유를 정하면서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취업규칙 및 근로기준법에 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A아파트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관리소장을 포함해 4인 이하였다.

대표회의는 지난해 4월 입주자대표회의 전원이 참석한 상태에서 임시회의를 열어 ‘입주민 응대 불친절, 관리소장으로서의 업무 태만, 고유업무 태만’을 이유로 만장일치로 B씨의 해임을 의결했다. 이틀 뒤 대표회의는 B씨에게 해고 예고 통보를 했고 해고는 취업규칙에 따라 30일 후인 5월에 효력이 발생했다.

하지만 해고 예고 통보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표회의는 아파트 관리 형태를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로 변경하고 관리소장을 고용승계하는 것을 전제로 B씨에 대한 해고 철회 결의를 했다. 이후 주택관리업자 선정 입찰 공고를 하면서 고용승계를 조건에 포함시켰고 지난해 6월 관리업체 C사와 위·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했다.

대표회의는 B씨와의 기존 근로계약에 준해 B씨를 복직하는 결의를 했고 B씨, 대표회의, C사가 합의를 하려 했으나 고용기간 등에 관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합의는 무산됐다. 이에 따라 대표회의의 B씨에 대한 해고철회결의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 B씨는 “아파트 직원이 4인 이하이기는 하나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취업규칙과 근로기준법에 준한다’고 정하고 있어 대표회의는 해고를 위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를 갖춰야 한다”며 “그럼에도 대표회의는 근로기준법과 취업규칙에서 정한 해고 요건과 절차에 반해 해고를 했으므로 무효이고 해고일 다음날부터 근로계약기간 종기까지의 임금 등 합계 1580만여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은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은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해 근로기준법 중 징계·해고에 정당한 이유를 요구하는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시 4명 이하 근로자 사용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체결된 고용계약 해지에 관해서는 근로기준법이 아닌 고용계약, 사업장의 취업규칙이나 민법의 고용 조항이 적용된다.

법리를 토대로 재판부는 “근로계약의 기타 조항 취지가 근로기준법 자체에서 명시적으로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고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른 근로기준법의 일부 규정만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상시 4명 이하 근로자 사용 사업장에 관해 원래는 적용되지 않을 근로기준법의 해고, 징계에 관한 규정까지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이미 취업규칙에서 직원의 해고, 징계 등에 관한 요건 및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사실까지 종합해 보면 근로계약의 기타 조항 내용은 ‘근로계약, 취업규칙에서 정하고 있지 않은 사안에 대해 근로기준법 중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적용될 수 있는 일부 규정을 적용한다’는 것으로 제한해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취업규칙에서 정한 요건 및 절차를 갖춘 해고인지 여부에도 취업규칙에서 “‘월급제 근로자로서 6개월이 되지 못한 자에 대해 취업규칙에서 정한 각 해직 사유가 없어도 해직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원고 B씨는 근로계약을 체결해 6개월이 지나지 않아 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이번 해고는 원고 B씨의 해직 사유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것으로서 정당한 지와는 무관하게 취업규칙에서 정한 요건을 갖춘 것”이라면서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월급근로자로서 6개월이 되지 못한 자에 대해 해고 예고를 정한 근로기준법 제26조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근로기준법 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5인 이상 사업장의 6개월 미만 월급근로자에 대해 해직 사유의 적용을 제외한 법률 규정’이고, A아파트 취업규칙은 ‘4인 이하 사업장의 6개월 미만 월급근로자에 대해 해직 사유의 적용을 제외한 취업규칙(사적 계약)’이어서 규정 적용 대상 및 내용과 규범으로서의 존재 형태가 모두 상이하다고 봤다.

B씨는 해직을 결정한 임시회의가 소집절차를 따르지 않은 하자가 있고 징계 대상자가 출석해 진술하거나 증거를 제출할 기회를 얻지 못했으므로 의결 절차에도 하자가 있다고 반박했으나, 재판부는 이마저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취업규칙에 ‘징계위원회 개최에 관한 절차’를 별도로 정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고 취업규칙에는 징계위원회가 징계 대상자를 출석시켜 진술을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을 뿐 이를 의무화하지는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절차와 결의에 하자가 있다고 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사건 근로계약에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고 피고 대표회의의 원고 B씨에 대한 해고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요건 및 절차를 모두 갖췄으므로 이는 민법상 고용계약인 근로계약의 해지로서 유효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 같은 판결은 관리소장 B씨가 항소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5월 30일 그대로 확정됐다.

5인 미만은 일부 노동 규정만 적용
“부당 규정…인원 기준도 모호해”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아파트의 경우 근로기준법령 적용을 둘러싸고 근로자와 사용자 간 법적 다툼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근로기준법은 상시 5인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자에 적용되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 관련 법의 규정은 근로조건의 명시, 해고 예고, 휴게, 주휴일, 출산휴가, 육아휴직, 퇴직급여, 최저임금이다. 만약 4인 사업장에서 경영상 이유로 내일자로 직원에게 일방적인 해고를 통보했다면, 이 직원은 노동청에 최저임금 준수, 근로계약서 미작성, 주휴수당 청구, 해고예고 수당, 퇴직급여에 관해서만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근로시간의 제한이나 해고에 대한 제한이 없어 5인 이상 사업장보다 근로시간 및 해고가 자유롭고 연장 및 야간 등 가산수당 지급 의무와 연차휴가 부여 의무도 없다.

이를 두고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임한수 법제권익국장은 “4인 이하 사업장에 근무하는 관리소장들이 근로기준법 적용을 두고 종종 상담을 요청하고 있다. 4인 이하 사업장이라고 해 부당해고 등으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법체계를 바꾸긴 어렵겠지만 협회 차원에서 고용노동부에 개선 건의 중인 사안”이라고 전했다.

또 5인 미만 사업장을 판단하는 기준이 위탁관리단지인 경우 위탁사인지 각 사업장인지를 두고 혼란이 발생한다.

로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유재훈 노무사는 “문제가 되는 부분은 사용자 지위와 관련된 것”이라며 “누가 근로조건을 결정하며 실질적으로 인사노무관리권을 행사했는지에 따라 주택관리업체 또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사용자 지위를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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