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법 결정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선거관리위원장이 선거관리위원 지원자의 위임장 미제출을 이유로 대리접수를 무효화하고 후보에서 배제한 것이 위법한 절차였다며 해당 절차에 의한 선거관리위원 선출 및 선관위가 진행한 동대표 선거도 모두 무효화해야 된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김한성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노원구 I아파트 입주민 A씨, B씨, C씨가 같은 아파트 선거관리위원장 D씨, 선거관리위원 E씨, F씨, 동대표 및 입주자대표회장인 G씨, 동대표 및 입주자대표회의 감사인 H씨를 상대로 제기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내렸다.

I아파트 관리규약은 선관위원을 7명으로 구성하고 그 위원은 입주자 등 중에서 희망하는 사람을 공개모집하되, 모집 인원이 초과됐을 때는 공개추첨을 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순경 I아파트 선관위원 중 일부가 사임하는 등으로 위원 2명만이 남게 되자, 선관위원장이던 J씨는 선관위원 5명을 선출한다고 공고했다.

이에 따른 선관위원 모집에 B씨, C씨와 D·E·F씨 등 10명이 지원해 공개추첨이 이뤄졌는데, J씨는 그해 12월 11일 ‘C씨와 K씨는 위원 모집에 위임장 없이 대리접수를 했으므로 이를 무효로 처리하고, B씨와 L씨는 자진사퇴했으며, 나머지 지원자들 중에서 선관위원을 재추첨한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게시했다.

이후 J씨는 선관위원 및 위원장 직무를 사임했고, D·E·F씨 포함 7인이 선관위원으로 선정됐다. 또한 며칠 뒤 선관위 회의 결과 D씨가 선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위 공고 이후 D씨는 아파트 동대표 선출 절차를 진행했고, 그 결과 G씨와 H씨가 각 선거구 동대표로 선출됐으며, G씨는 입주자대표회장으로, H씨는 감사로 선출됐다.

재판부는 먼저 D·E·F씨가 선관위원으로 선출된 것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재판부는 I아파트 관리규약의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등에 관한 사항에 위임장 제출에 관한 내용이 없고, 선관위원 모집 공고문에도 그에 대한 요구사항이 없었던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선관위원장은 선관위원 지원자에게 결격사유가 없는 한 그를 후보자로 인정해야 하고, 구비서류로 제시된 지원신청서와 주민등록등본이 제출된 이상 위임장이 없다는 이유로 대리접수 자체를 무효로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D씨 등이 관리규약 제11조 제3항 ‘소유자 또는 세대주가 아닌 입주자 등은 세대주를 대리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 경우 위임장을 첨부해야 한다’는 규정을 들며 “피선거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당연히 위임장을 첨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해당 규정은 입주자 등의 의결권 행사에 관한 것으로서, 그 성질상 선관위원 지원 절차에 준용될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J씨는 선관위원 선출 당시 C씨, K씨를 포함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공개추첨을 시행했어야 하고, 이들을 위법하게 배제함으로써 남은 지원자들이 모두 선관위원으로 선정됐는바, 이는 절차적 하자가 중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선관위원 선출 절차가 무효이므로 D·E·F씨는 동대표 선출 절차를 주관할 권한이 없었다”며 “G씨, H씨를 각 동대표로 선출한 선거 절차는 무효이고 따라서 동대표 자격을 전제로 한 이들의 입주자대표회의 임원 자격도 유지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동대표 선출 절차의 무효 사유로 D씨가 아파트 선거매뉴얼의 ‘선관위는 선거일 3일 전까지 투표장소를 결정해 이를 공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한 점도 거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D씨는 올해 동대표 선거 기간이었던 올해 1월 9일 ‘제 1, 4 선거구(G씨, H씨가 선출된 선거구)는 오늘부터 기일 상관없이 투표 완료될 때까지 방문투표를 실시한다’는 내용을 공고하거나, 1월 13일 ‘1월 9일 중지됐던 동대표 선거를 개시한다’고 하면서, ‘투표일시는 1월 14일부터 16일까지, 투표장소는 각 동 경비실 앞 기표소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투표 안내를 공고했다. 3일 전까지 투표장소를 결정해 공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긴 것이다.

또한 I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해 5월 관리규약을 개정하면서 이전에 선거구별로 동대표 총 18명을 선출했던 것을 2개의 동을 통합하는 등으로 9명의 동대표를 선출하는 것으로 개정했는데, 개정 절차 위반(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상 개정안 공고‧통지 관련 규정)으로 노원구청으로부터 개정 신고서 수리처분 취소통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선관위는 개정된 관리규약에 따라 9개 선거구를 기준으로 동대표 선거를 진행해 이 또한 동대표 선출 절차의 하자로 지적됐다.

재판부는 “나아가 선관위가 감독관청의 시정명령을 지속적으로 무시하면서 동대표 선거를 진행한 점, 이러한 내용은 선거과정에서 입주자들에게 공유돼 투표 참여 의사 등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 선거구 변경에 관한 사항은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점, 실제 동대표 선거 과정에서 일부 입주민들의 반대료 투표 절차가 중단될 정도에 이르기도 했던 점, 선관위는 위와 같은 위법사항을 시정한 후 동대표 선거절차에 나아갈 수도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절차적 잘못은 동대표 선거의 자유와 공정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그 결과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어서 이를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D씨 등의 직무집행을 정지할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하며 그 근거로 ▲D씨 등은 감독관청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시정명령 및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아왔으면서도 지시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점 ▲G씨는 입주자대표회장으로서 대외적인 계약 체결 등도 하고 있는 점 ▲D·E‧F씨 등이 선거관리위원회 직무를 계속 수행하는 한 적법한 동대표 선출 절차가 다시 이뤄지기는 어려운 점 등을 제시했다.

한편 A씨 등은 이 사건 직무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집행관 공시 명령도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사안의 성질상 집행관 공시가 가처분 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부분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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