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 내용 문제 있다며 ‘정당행위’ 주장···인정 안 돼

전주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입주민이 단지 내 엘리베이터 등에 게시된 공고문을 마음대로 꺼내 가져간 것에 대해 공고 내용에 대해 불만을 품고 항의를 하기 위해 가져간 것이므로 정당행위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재물손괴죄에 따른 벌금형을 선고했다.

전주지방법원(판사 최형철)은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전북 전주시 덕진구 A아파트 입주민 B씨에 대해 최근 벌금 100만원에 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1월 26일 오전 10시 50분 경과 같은해 2월 5일 오후 7시 58분경, 아파트 현관과 엘리베이터 2곳 등 3곳의 게시판에 부착된 플라스틱 틀 안에 넣어 게시된 입주자대표회의 위원장 C씨 명의의 공고문을 마음대로 꺼내 가져갔다. 공고문 내용은 각각 관리비 외 수입으로 옥상에 핸드폰 기지대를 설치하기로 계약했다는 내용과 2018년도 결산, 입주자대표회의 임원 구성 등에 대한 주민 총회 개최를 알리는 내용이었다.

B씨는 “C씨가 게시한 2회의 공고문을 훼손하지 않고 단지 게시판에서 꺼내 가 보관하다 관리사무소에 반환했다”며 “따라서 공고문의 효용을 해한 것이 아니고 그 효용을 해한다는 고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C씨가 정당한 절차(공청회 및 입주자대표회의)를 거치지 않은 채 핸드폰 기지대 설치계약을 체결하고 주민총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한 후 그 내용을 공고해 본인은 이에 항의하기 위해 공고문을 꺼내 간 것으로, 이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먼저 문서손괴 해당 여부 및 고의 유무와 관련해 “문서손괴죄는 타인 소유의 문서를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효용을 해함으로써 성립하고, 문서의 효용을 해한다는 것은 문서를 본래의 사용목적에 제공할 수 없게 하는 상태로 만드는 것은 물론 일시적으로 그것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포함한다”며 “따라서 소유자의 의사에 따라 어느 장소에 게시 중인 문서를 소유자의 의사에 반해 떼어내는 것과 같이 소유자의 의사에 따라 형성된 종래의 이용상태를 변경시켜 종래의 상태에 따른 이용을 일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경우에도 문서손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인 B씨가 C씨의 의사에 따라 게시 중인 공고문을 C씨의 의사에 반해 꺼내어 가져간 행위는 공고문의 이용을 일시적으로나마 불가능하게 한 것으로 문서손괴에 해당하고, 비록 피고인 B씨가 공고문을 관리사무소에 반환하고 이를 훼손할 의사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이용을 일시적으로나마 불가능하게 할 의사는 있었다 할 것이므로 문서손괴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 B씨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먼저 “대표회의 위원장인 C씨가 핸드폰 기지대 설치계약 체결 및 주민총회 개최를 함에 있어 사전에 공청회나 대표회의를 거치지 않은 것을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설령 C씨의 업무 처리에 절차 위반이나 미숙한 점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시정은 아파트 관리규약 등에 따른 주민으로서의 절차보장 요구나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절차를 통해야 할 것으로, 피고인 B씨가 공고문을 가져간 행위는 위법사항의 시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주민들이 당시 진행 상황 및 추후 일정을 인지하는 것을 방해했을 뿐”이라며 “당시 피고인 B씨가 공고문을 게시판에서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될 긴급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재판부는 양형이유에서 “피고인 B씨는 아파트 주민자치위원장으로 재임하다 주민 다수의 결의로 해임된 이후 장기간 대표회의 위원장 및 관리소장과의 분쟁을 유발하면서 이들의 아파트 관리업무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방해해왔다”며 “이 사건 범행은 이 같은 관리업무 방해행위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설명, “피고인 B씨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만 주장하면서 반성하지 않고 있는 바, 이러한 피고인의 태도에 비춰 보면 재범의 위험성도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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