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서부지원 판결

입대의 결의 기록 없는
상여금 수령은 ‘무죄’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의 승인만으로 관리비 일부를 개인 치료비 명목으로 사용한 관리소장에게 벌금형이 내려졌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판사 윤동현)은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된 부산 사상구 A아파트 전 관리소장 B씨에 대해 최근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B씨는 입주민들로부터 지급받은 관리비를 업무상 보관하던 중 2015년 6월 29일경 입주자대표회의 명의 은행 계좌에서 개인 치료비 명목으로 임의로 34만9700원을 출금해 소비한 것을 비롯해 그 무렵부터 2016년 8월 24일경까지 총 4회에 걸쳐 합계 228만여원을 횡령했다”고 밝혔다.

B씨는 “입주자대표회장 C씨가 본인에게 관리비에서 치료비를 지출하는 것을 허락했고, 이후 입주자대표회의의 추인을 받기로 했으나 이를 게을리 한 것일 뿐이므로,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아파트의 공동주택 관리규약은 ‘관리주체가 관리비를 사용하고자 할 때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확정한 예산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점 ▲B씨가 대표회의 승인을 얻지 않은 채 대표회장 C씨의 승인만을 얻어 관리비를 치료비 명목으로 사용한 점 ▲B씨가 C씨에게 종전 다쳤던 손목의 치료비 명목으로 사용하겠다고 보고했을 뿐 발목 치료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점 ▲B씨가 발목 치료와 관련해 개인보험금을 수령했음에도 관리비에서 치료비를 추가 수령한 것으로 보이는 점 ▲A아파트 관리규약에 의하면 관리주체인 B씨는 직접 대표회의를 소집해 관리비 지출에 관한 대표회의 승인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음에도 이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B씨에게 불법영득의사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B씨는 이와 함께 입주자대표회에서 정한 직원 하계휴가 상여금이 70만원이었음에도 2012년 7월 13일경 임의로 현금 125만원을 출금해 그 차액인 55만원을 마음대로 소비한 것을 비롯해 그 무렵부터 2017년 9월 26일경까지 사이에 26회에 걸쳐 합계 1193만여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표회장 C씨의 각 진술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 B씨가 2012년 6월 25일 자신의 상여금을 100만원으로, 전체 직원의 상여금을 130만원으로 증액하는 내용의 입주자대표회의 결의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임의로 상여금을 수령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해당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가 임금 및 상여금 인상 결의가 이뤄진 날이라고 주장한 2012년 6월 25일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석한 동대표 D씨의 진술이 B씨의 주장에 부합한다는 등의 이유로 B씨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날짜의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아 문제가 됐는데, 재판부는 “상여금이 인상됐다는 취지의 대표회의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그러한 결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B씨는 “본인의 상여금 인상을 본인 스스로 기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이를 기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실제 피고인 B씨는 2013년 5월 29일자 대표회의 회의록을 제외하면 대표회의에서 결의된 본인의 임금 인상 부분도 회의록에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B씨의 주장을 인정했다.

또 재판부는 무죄 근거로 “증인 대표회장 C씨는 이 법정에서 2017년 연말 아파트 직원 급여 지출 건과 관련해 결제 서류를 검토하기 전 130만원이 지출된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며 “그럼에도 C씨는 피고인 B씨에 대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오히려 B씨에게 2017년 연말 상여금 명목으로 130만원을 가져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피고인 B씨는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상여금 지출과 관련된 자료나 2014년 1월 28일 운영비 계정에서 추가 수령한 60만원에 관한 회계자료를 정상적으로 보존했다”며 “B씨가 아무런 근거 없이 관리비를 상여금 명목으로 수령했다면 추후 법적책임을 지게 될 것이 명백한 행동과 관련된 자료를 이와 같이 보존하고 있었을지 의문”이라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피고인 B씨는 매년 7월 1일을 기준으로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했는데, 당시 B씨에게 호의적이었던 대표회의가 B씨의 이직을 막기 위해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직전인 2012년 6월 25일 임금과 상여금을 동시에 인상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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