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결정

부산지방법원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동대표 해임절차를 진행하면서 해임사유에 대한 객관적 증거자료를 첨부하지 않았다면 절차에 하자가 있으므로, 해임결의 효력을 정지할 필요가 있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 제14민사부(재판장 김윤영 부장판사)는 최근 부산 동래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직에서 해임된 B씨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투표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사건에서 “B씨에 대한 동대표 해임결의 효력을 무효확인 본안사건의 판결확정시까지 정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B씨는 2019년 10월 초대 동대표로 선출된 후 입주자대표회장으로 선출됐다.

지난 1월 아파트 주변 지하터널공사 대응방안 수립을 위한 입주자 전체회의에서 B씨가 입주자들로부터 관련 쟁점에 대한 질문을 받던 중에 돌연 회장직 사퇴의사를 밝히고 퇴장했으나, 그 후 사퇴서를 제출하지는 않았다.

B씨가 동대표로 있던 선거구 내에서 전체 10분의 1을 초과하는 세대가 ‘회장 직위를 이용한 관리소장 업무 및 인사권 부당 간섭’, ‘위·수탁 계약체결 지연에 따라 관리주체 벌금 사유 발생과 관리비 미결제’를 이유로 선거관리위원회에 B씨에 대한 동대표 해임절차 진행을 요청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B씨에 대한 해임절차를 진행했고 지난 2월 이틀에 걸쳐 해임투표를 실시한 결과 선거권자 54명의 투표(투표율 67.5%) 및 52명의 찬성으로 해임안건이 가결됐다.

해임결의 후 나머지 동대표 3명은 대표회의 감사인 C씨를 회장으로 선출했다.

이에 B씨는 “정당한 해임사유가 없었고 해임사유가 있었더라도 아무런 증거자료가 제시되지 않았으므로 ‘동대표 해임사유는 동대표의 임기 중에 한 행위에 한하며, 객관적 증거자료를 제시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는 “공동주택 동대표 해임사유에 관한 객관적 증거자료는 해임절차 진행요청에 관여하지 않은 입주자들이 해임사유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므로, 해임절차 진행요청 당시 첨부된 증거자료는 민사소송 등에서 요구되는 정도의 증명에는 미칠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의구심을 가지게 할 정도에는 이르러야 한다”며 “제시된 해임사유 자료는 문서 작성자가 직접 기술한 것이고 퇴사한 관리사무소 직원 등을 통해 사실확인이 가능하다는 취지에 불과할 뿐 별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아 증거자료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해임절차 진행요청 당시 해임사유를 인정할만한 객관적 증거자료가 첨부돼 있지 않아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봤다.

또 ▲B씨의 동대표로서의 임기가 약 1년 5개월이나 남아있는 점 ▲해임결의로 인해 대표회의 임원으로 활동하지 못함으로써 입게 되는 손해는 향후 본안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회복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 해임결의 효력 정지를 구할 필요성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B씨의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받아들이고, 다만 해임결의 효력 정지기간을 무효확인 본안사건의 판결확정시까지로 한정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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