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아파트 경비원 갑질 피해 방지’ 각계 의견 분출

처벌 강화 등 후속 조치 주문
주관협, 갑질 신고센터 운영
지자체 “인권 보호 조례 제정”
정세균 총리도 ‘개선안’ 지시

지난 11일 경비원 A씨가 근무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서 입주민들이 촛불을 들고 A씨를 추모했다. <고경희 기자>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입주민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린 경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경비원 처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강북구 아파트 경비원 A씨는 지난달 21일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 이중 주차된 차량을 밀어서 옮기던 중 차주 입주민 B씨와 시비가 붙었다. 그날 이후로도 B씨는 A씨를 경비실 내 화장실로 끌고 가 폭행했고 A씨가 B씨를 고소한 후에도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결국 A씨는 “억울하다”는 자필유서와 함께 “경비를 때리는 사람을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는 음성유서를 남기고 지난 1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의 유족들과 아파트 입주민들, 시민단체 등은 일제히 가해 입주민에 대한 엄정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사건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발생해 온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 실태를 날것으로 보여주는 한편, 경비원의 처우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

경비원 25% ‘부당대우’ 경험
“부당 요구에도 대응 어려워”
지난해 11월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표한 ‘전국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비노동자 3388명 중 24.4%가 입주민으로부터 비인격적인 대우를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접조사에서 한 경비원은 “옛날에 지은 아파트라서 주차장이 부족한데 주민이 주차단속에 불응하며 욕설과 협박을 하고 음주 후 갑질을 하기도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의 부당한 요구에도 제대로 대꾸하기가 어렵고 동일한 주민의 갑질이 두세번 반복되면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 제6항은 ‘근로자에게 업무 이외에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처벌 조항이 없고 입주민의 책임을 묻기 어려워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다수 경비 노동자들은 폭언·폭행 등의 피해를 겪어도 해고 등 불이익을 걱정해, 적절한 문제해결 방안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며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은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공동주택 직원들을 획기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근본 대책 마련을 주문하면서 “공동주택 관리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들이 반영된 관련 법률의 제·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협회 차원에서 공동주택 내 각종 갑질 등을 방지하기 위해 가칭 ‘갑질 방지를 위한 신고센터’를 운영할 계획임을 밝혔다.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경비노동자 관련 조항을 신설·보완해 입주민이 경비노동자에게 폭언이나 폭행 시 실형이나 벌금형 등 처벌과 함께 공동주택 퇴거와 같은 강력한 후속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며 “입주민들 중 일부일지라도 경비노동자에 대한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선 가해자에 대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을 박탈해야 마땅하다”고 강력히 말했다.

지자체서 경비원 인권보호 조례 추진
관리소·입주민에 연대 책임 물어
지자체들도 경비원 인권보호에 나섰다. 지난 18일 서울 강북구는 ‘희망강북 인권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종합대책을 추진한다고 공표했다.

핵심 내용은 공동주택 경비원의 근무환경 실태조사를 진행해 공동주택 관리조례 개정 등 제도를 정비하고 근로 취약계층 중심의 구립 노동자 종합지원 센터를 건립한다는 것이다. 또 입주자대표회의 운영·윤리교육 시 공동주택 근무자 인권침해 사례를 공유할 방침이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 중 사용자 범위를 입주민까지로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근로자 인권침해 발생 시 관리소장의 보호조치 및 관할 감독 관청에 신고할 것을 의무화하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강북구는 경비원 인권증진을 위해 상위법령 개정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경기 고양시는 경비원 인권보호를 위해 관리사무소와 입주민의 책임을 강화하는 ‘경비원 인권지원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12일 밝혔다. 조례는 경비원에 대한 폭행, 폭언을 비롯해 각종 인권과 법률상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와 사용자에게 함께 연대책임을 묻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무료법률 상담과 심리 상담을 지원하며 공동주택 관리자와 주민에게 연 1회 인권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2019년 국정감사에서 미래통합당 민경욱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공임대주택 관리직원에게 입주민이 가한 폭언·폭행이 2923건에 달한다. 이처럼 관리자인 동시에 부당대우 피해자인 관리소장에게 직원 보호 연대책임을 묻는 것이 적절한 해결책인지 여부를 두고 관리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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