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에서 진행된 공사가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의에 반하는 공사였다 하더라도 공사작업 업무를 방해해도 되는 것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방법원(판사 김재은)은 아파트 놀이터 매트 교체 공사에 대한 ‘업무방해’ 및 아파트 게시판에 붙여진 구청 공문 사본에 대한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서울 강동구 A아파트 B씨에 대해 최근 벌금 300만원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4월 15일 오전 11시경 A아파트 C동 어린이 놀이터에서 입대의에서 의결된 놀이터 매트 교체 공사를 하지 못하도록 D사의 작업인부가 포크레인으로 놀이터 모래를 파내려 하자, 포크레인 삽날 앞에 앉아 있는 등 위력으로써 D사의 공사작업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또한 B씨는 그해 4월 18일 오후 8시 29분경 아파트 내에 입주자대표회장 E씨의 지시로 경비원들이 게시판과 엘리베이터 내에 붙여 놓은 강동구청 공문 사본에 빨간색 매직펜으로 ‘E씨를 쫓아내자’라는 등의 낙서를 해 문서의 효용을 해했다.

B씨 측은 업무방해 혐의와 관련해 “사건 당시 위력을 행사해 업무를 방해한 사실이 없고, 설령 위력을 행사했다 하더라도 D사의 공사업무가 당시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의에 반하는 위법한 업무였으므로,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현장사진을 보면 사건 당시 피고인 B씨가 놀이터의 파여진 모래 위에 앉아 있고, 그 뒤로 포크레인의 삽날이 놓여 있었으며 포크레인 운전석에는 작업인부가 탑승해 있었다”며 “피고인 B씨가 위력으로 D사의 공사업무를 방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인 B씨는 이미 포크레인 작업이 멈춘 이후 모래 위에 앉아 있었으므로 위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작업을 방해할 이유가 아니라면 포크레인이 굴착작업을 하던 장소 위에 앉아 있을 이유가 없고, D사는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작업을 재개하는 것을 방해받았다고 볼 수도 있으므로,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라 함은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을 말하는 것으로 타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면 되고, 그 업무의 기초가 된 계약 또는 행정행위 등이 반드시 적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각 증거에 의하면 D사는 A아파트 입주자들의 대표기관인 입주자대표회의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공사업무를 개시한 사실이 인정되고, 설령 그 공사도급계약에 기초가 되는 대표회의 결의와 관련해 하자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D사의 공사업무가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B씨 측은 또 재물손괴 혐의와 관련해 “강동구청의 공문은 아파트 입주민들을 위해 강동구청에서 발송한 것을 대표회장 E씨가 입주자들의 대표로서 수령한 것일 뿐이어서 이를 E씨의 소유라고 볼 수 없고, 낙서한 공문은 원본이 아닌 사본이었고 낙서로 인해 공문 내용을 읽기 어렵게 되거나 의미가 달라진 것이 아니므로 재물을 손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해당 문서는 대표회장 E씨의 지시로 공문 원본을 확대 복사해 만든 공문 사본으로서 비법인사단인 대표회의 구성원들의 총유에 속하는 재산이므로, 이를 E씨의 소유로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복사된 문서도 독립된 문서로서 그 효용이 존재하는데, 피고인 B씨가 위 문서에 빨간색 매직펜으로 ‘E씨를 쫓아내자’라는 내용의 글자를 크게 기재함으로써 위 문서의 효용이 일부 상실됐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피고인 B씨 측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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