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의 폭언·폭행 등 ‘갑질’에 시달리다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불거지는 공동주택 내의 갑질과 불상사다.

강북경찰서는 10일 새벽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50대 후반의 A씨가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A씨는 ‘억울하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등에 따르면 A씨는 주차문제로 입주민과 갈등을 빚던 중 입주민 B씨로부터 폭행을 당했으며, 최근까지도 B씨로부터 폭언과 위협 등에 시달렸다고 한다. B씨는 관리소장에게도 A씨를 당장 해고하라고 윽박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 고소 건으로 경찰 조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B씨는 A씨에게 폭언과 조롱을 했고, 허위진단서로 압박했다는 것이다. 경찰의 사건 조사가 끝나야 전모가 드러나겠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정황만으로도 충격적이다.

이번 사건은 어느 때보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은 분향소를 만들고 추모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의 안타까움과 주변의 슬퍼하는 시선에도 불구하고 위안이 안 된다.

아파트 내 갑질 문제는 경비원만의 문제가 아니며, 관리소장, 직원 등 관리 근로자 모두가 피해 당사자다. 또한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좀처럼 없어지지도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 수많은 경비원들이 있는데, 왜 유독 공동주택의 경비원들에게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반복될까. 수많은 곳 중에서 유독 공동주택 관리 종사자들만 심한 갑질의 피해를 입는 일이 반복될까.

단순히 일부 입주민의 ‘일탈 행위’라고만 하기엔 너무나 잦고, 반복적이다. 그래서 이번 사건도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여러 시민단체 등은 우선 가해자 엄정처벌과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경비노동자 근로조건에 대해 반성하고 사각지대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갑질을 어떻게 막느냐다. 단순한 폭행 사건이라면 형사처벌로 조치하면 되겠지만, 반복적이고, 구조적인 발생이라면 법·제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텐데 그동안 이 부분이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다.

공동주택 내의 반복되는 갑질을 보고 있자면 일부 입주민들은 관리직원을 마치 아랫사람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경비 주제에, 머슴이 내가 돈을 주는데….” 이번 사건에도 그렇듯이 그 이면에는 ‘내가 내는 관리비로 일하는 사람이니 함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에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을 막아달라는 글이 올라온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해마다 반복되는 패턴의 반복이라 불길하기까지 하다. 또다시 일회성의 주장으로 그쳐서는 정말 곤란하다.

한 관리 전문가는 “버스 기사에게 갑질한 승객을 제재하듯이 갑질한 입주민 제재 장치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중처벌 조항과 폭행·폭언 등에 대한 세밀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이번만은 뭔가 꼭 달라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달라져야 할 것은 입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을 비롯한 바른 양식과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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