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경비원이 휴게시간에 경비실에서 택배수령 등 업무를 했다며 휴게시간 중 근로에 대한 임금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경비업체가 휴게시간 중 업무상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고 경비원 스스로 자유롭게 휴식을 할 수 있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법원은 이 경비원이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임금 청구를 한 것에 대표회의는 사용자 지위에 있지 않다며 기각했다.

부산지방법원 민사제5단독(판사 이동기)은 최근 부산 남구 A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한 B씨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경비업체 C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B씨의 피고 대표회의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다. 피고 C사는 원고 B씨에게 35만여원을 지급하고 피고 C사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경비원 B씨는 “입주민들이 택배를 찾으러 오기도 하고 현관문을 열어달라고 하기도 해 휴게시간에도 경비실을 떠날 수 없었고 휴게시간의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능했다”며 대표회의와 경비업체 C사를 상대로 휴게시간 미부여에 따른 임금과 업무교육시간 미지급 임금, 퇴직금 재산정을 청구했다.

먼저, 재판부는 입주자대표회의가 B씨의 사용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원고 B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 대표회의가 실질적으로 원고 B씨에 대해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주택관리업자의 대리인인 관리소장이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면 직원들은 관리업자의 피용인이다. 대표회의가 임금지급의무가 있는 사용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관리소장을 상대방으로 해 체결한 근로계약이 형식적이고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고 사실상 대표회의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며, 대표회의는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는 등의 사정이 존재해 관리직원들과 대표회의와 사이에 적어도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돼 있다고 평가돼야 한다.

또 대표회의가 위·수탁 관리계약상의 지위에 기한 감독권의 범위를 넘어 일부 직원의 채용과 승진에 관여하거나 업무의 수행상태를 감독하고 임금, 복지비 등의 지급수준을 독자적으로 결정했더라도 관리업자 혹은 관리소장이 임면, 징계, 배치 등 인사권과 업무지휘명령권이 모두 배제·형해화돼 근로계약이 형식적인 것일 뿐이라고 할 수 없다.

아울러 대표회의가 직원들의 업무내용을 정하고 업무수행에 구체적·개별적인 지휘·감독을 행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경우 대표회의는 직원들과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사용자가 이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피고 대표회의는 관리업체 D사와 위·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해 위탁관리를 하고 있고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사용사업자가 아니며 근로계약서에 원고 B씨의 사용자로 피고 C사가 기재돼 있다”며 “원고 B씨는 피고 C사로부터 임금을 지급받았고 근태관리 및 업무평정 등도 피고 C사로부터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달리 피고 대표회의가 원고 B씨의 채용절차에 관여했다거나 업무상 지휘·감독 등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어 피고 대표회의가 실질적으로 원고 B씨에 대해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경비업체 C사에 대한 청구에는 “원고 B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 B씨가 휴게시간에도 피고 C사의 실질적인 지휘·감독 아래 초과근무를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오히려 원고 B씨는 휴게시간에 피고 C사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휴식이나 수면을 취할 수 있었으며 휴게시간에 경비초소를 벗어날 수 있었고 경비초소에서 휴게시간을 보낸 경우 이는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경비초소 자체도 야간 휴게시간에 수면을 취하기에 부적합한 공간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원고 B씨의 휴게시간 미부여에 따른 임금 청구는 이유 없고 미지급 임금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는 추가 퇴직금 청구 부분도 이유 없다”면서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피고 C사 소속 근로자들이 휴게시간 등에 대한 근로수당 등의 지급을 요구하는 진정사건에서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이 2019년 10월 ‘근로자들이 휴게장소가 없어 경비초소에서 휴게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휴게시간 중 택배수령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하나, 휴게를 꼭 경비초소에서 취해야 할 이유가 없고 휴게시간 중 C사가 근로자들에게 택배수령 등의 업무 지시를 하는 등 지휘·감독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휴게시간을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내사종결처리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재판부는 매월 1시간씩의 업무교육시간에 대한 미지급 임금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업무교육시간에 따라 추가되는 퇴직금 4만여원도 지급해야 한다고 봤다.

한편, 경비원 B씨는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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