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판결

서울행정법원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난방시설 관리 미흡으로 누수 피해를 발생하게 하고 관리소장의 업무지시에 불응하는 등의 이유로 수습기간 중인 시설주임을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홍순욱 부장판사)는 최근 A주상복합건물 시설주임으로 근무한 B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B씨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B씨는 A건물 관리소장과 근로계약기간을 2018년 8월부터 2019년 8월까지로 하고 최초 3개월 간 수습기간을 두는 내용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해 시설주임으로 입사했다. 건물 관리 업무분장표에는 시설주임의 업무로 ▲시설직원 업무감독 및 통제 ▲정화조, 저수조 시설 감독 및 운용 ▲기계분야 민원처리 ▲세대 난방민원처리 등이 열거돼 있다.

B씨는 2018년 9월 15일 10시부터 다음날 9시까지 A건물에서 당직근무를 한 후 퇴근했는데, 그 달 16일 오전부터 12시까지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A건물은 매년 10월 1일부터 난방공급을 실시하고 있다. B씨가 입사하기 전까지 난방공급을 실시할 때에는 미리 배관을 점검하고 공용난방 배관의 에어를 뺀 후 난방공급을 실시해왔으나, B씨는 난방공급을 실시하기 전에 공용난방 배관의 에어를 빼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 2018년 10월 A건물 난방공급으로 25층과 27층 난방배관이 파손돼 15층 공용부 벽면까지 누수로 인한 변색이 발생했다. 2시간만에 복구가 완료됐고 이후 4일간 도색작업을 실시했다. 같은 달 A건물 E호 난방배관이 파손돼 누수 피해가 발생했고 이 사고로 승강기, 인터넷선, 케이블선 고장이 발생했다. 긴급 밴딩 작업 조치 후 관리소장 C씨는 B씨에게 물 제거 작업을 지시했으나 B씨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저녁을 먹으러 갔으며, 저녁식사 후 물 제거 작업장소가 아닌 19층 PS실로 가 문을 수리했다.

B씨는 2018년 9월분 상가 수도요금을 프로그램에 입력했는데, 그 후 상가 수도요금 프로그램에서 오류가 발생해 관리소장, 시설팀장 등이 이틀간 오류 원인을 찾기 위해 별도 근무를 했다.

A건물 주민은 2018년 10월 ‘B씨가 세대에 방문해 민원처리를 해줘야 함에도 세대 내부에 있는 시설물은 전용부분이므로 세대에서 해결하라 했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2018년 10월 관리소장과 시설팀장이 B씨에 대한 1차·2차 수습직원 평가를 실시한 결과 낮은 점수로 불합격이 됐고, 관리소장의 종합의견란에는 ‘개선 노력이 보이지 않고 직속 상관 및 관리소장에게 고성으로 항의하는 등 조직체계를 무너뜨리며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한 상태로서 매우 위험한 직원임’이라고 기재돼 있다. 시설팀장도 종합의견란에 ‘시설업무와 맞지 않음’이라고 기재했다.

A건물 관리소장 C씨는 시설주임 B씨에게 2018년 10월 취업규칙에 근거해 ▲업무미숙으로 인한 손해발생 ▲시설물 미점검 및 사후대처 미흡으로 인한 손해발생 ▲업무능력 역부족 등을 이유로 2018년 11월 16일자 해고를 통지했다.

B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으나, 서울지노위는 2019년 1월 ‘입주자대표회의는 당사자적격이 없고 관리업체 D사는 당사자적격이 있으나 본채용 거부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이유로 대표회의에 대한 구제신청을 각하하고 D사에 대한 구제신청은 기각했다. B씨는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했으나, 중앙노동위도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B씨는 “대표회의와 근로계약을 체결했고 D사로부터 해고를 당했으므로 대표회의도 사용자로 인정돼야 한다”며 “해고할 만한 정당한 사유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우선 대표회의의 사용자성에 대해 “D사가 원고 B씨를 사용종속관계에 두고 근로를 제공받은 사용자였다고 보이고 대표회의는 사용자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업무미숙으로 인한 손해발생 ▲시설물 미점검 및 사후대처 미흡으로 인한 손해발생 등의 해고 사유를 인정하면서 특히 “원고 B씨의 담당업무에는 세대 난방민원처리, 기계분야 민원처리가 포함되고 표면상으로는 세대 내부에 있는 시설물에 대한 민원으로 보이더라도 세대 방문 후 확인과정에서 난방이나 기계분야에 원인이 있는 문제임이 밝혀질 수 있으므로, 세대별 민원에 대해 방문해 확인했어야 했다”며 “또 관리소장으로부터 물 제거 작업 지시를 받고도 불이행 사유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원고 B씨는 2018년 8월부터 11월까지 수습기간 중에 있었고 근로계약서에 ‘사용자는 수습기간 중 또는 수습기간 만료 시 계속 근로가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사전예고 및 여하한 보상 없이 고용을 종료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기재돼 있어 원고 B씨도 수습기간 중에 해고되거나 본계약 체결이 거부될 수 있음을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명시했다.

더불어 “수습기간 중에 있는 직원에 대한 평가는 회사 내부적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원고 B씨에게 사전에 평가 항목이나 점수를 알려줘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평가기간 동안 원고 B씨가 보여준 업무태도 등을 전반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므로 원고가 성공적으로 처리한 일부 업무사례가 있다고 해 반드시 높은 점수를 부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사건 해고사유가 인정되고 사회통념상 D사가 수습기간 중에 원고 B씨를 해고할 합리적 이유가 있다”며 중앙노동위의 재심판정을 적법하다고 봤다.

한편, B씨는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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