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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전 업체 사전 방문 후 평가점수 제안···낙찰 무효 적법 “입대의, 위탁관리계약 체결 의무 없다”대전지법 확정 판결
승인 2020.03.12 10:00|(1283호)
이인영 기자 iy26@aptn.co.kr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주택관리업자 선정 입찰 전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들이 사전에 입찰 참가 업체를 방문한 후 다른 동대표들에게 이 업체에 좋은 평가 점수를 주도록 회유해 낙찰 무효 처리한 것은 적법하므로 입주자대표회의는 이 업체와 아파트 위·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방법원민사17단독(판사 조민혜)은 최근 주택관리업체 A사가 세종시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A사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2018년 12월 제한경쟁입찰에 따른 입찰공고를 했다. A사는 계약금액을 3331만8000원으로 해 이 입찰에 참가했고 2018년 12월 17일 낙찰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대표회의는 주택관리업자 선정에 불공정한 행위가 발견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는 이유로 계약 체결 절차를 진행하지 않다가 2019년 3월 28일 A사에 입주민 찬반투표 결과 계약 체결에 반대하는 의견이 과반수이므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통지했다.

이에 A사는 “이 입찰에서 낙찰자로 선정됐으므로 관리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다”며 “입찰에 중대한 하자가 없음에도 대표회의가 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므로 손해배상으로 낙찰금액 상당인 3331만8000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표회의는 “대표회의 부회장 C씨가 입찰 전 A사를 방문하고 C씨와 동대표 D·E·F씨가 A사가 주택관리업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다른 동대표들을 회유하는 등 입찰에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절차상의 부정이 있다”며 “입찰공고에서 명시한 무효사유에 해당하므로 A사와 관리계약을 체결하지 않은데 어떠한 잘못이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대표회의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아파트 대표회의 부회장 C씨는 2018년 11월 중순경 이 아파트 인근 G단지의 관리소장이 소속된 관리회사인 원고 A사의 상무이사의 연락처, 본사 주소를 전달받고 2018년 11월 22일 동대표 D·E·F씨와 함께 원고 A사를 방문했다”며 “C씨는 같은 해 11월 26일에도 원고 A사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사는 1차 방문은 C씨 등이 원고 A사로부터 주택관리에 대한 일반적인 자문을 받은 것에 불과하고 2차 방문은 입찰공고문 초안을 부탁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 A사가 들고 있는 이유는 입찰절차의 평가주체가 입찰참가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자를 사전에 개별적으로 접촉할 만한 정당한 사유라고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며 “제출된 자료에 의하더라도 원고 A사와 C씨 등의 사전 접촉이 입찰절차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침해하지 않는 것이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C씨는 2018년 11월 20일경 동대표 H씨를 만나 대전, 천안 지역업체들이 일을 잘 한다고 말하면서 ‘우리도 일 잘 하는 지역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고, 이 사건 입찰의 낙찰자 선정일인 2018년 12월 14일 D씨가 H씨에게 전화해 ‘관리업체 총 5군데 중 대전 업체 2군데, 서울 3군데가 들어왔는데 대전 업체인 원고 A사가 괜찮은 것 같다. 원고 A사에 10점을 주고, I, J사에 낮은 점수를 주자’는 취지로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C씨는 2018년 12월 4일 동대표 K씨에게 이 사건 입찰과 관련해 지방 업체에 좋은 점수를 부여해달라고 설득했고, F씨는 대표회의 감사 L씨에게 입찰참가업체에 대해 설명하고 지방 업체의 장점을 이야기하면서 원고 A사를 언급했다”며 “이 사건 입찰에는 원고 A사를 포함해 5개 업체가 참가, 피고 대표회의 임원 14명이 업체별로 사업계획의 적합성, 협력업체와의 상생발전지수를 평가하는 적격심사평가에서 C·D·E·F씨만이 모두 원고 A사에 영역별로 최고점인 5점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이 사건 입찰에서 평가주체인 피고 대표회의의 부회장 및 동대표들 일부가 사전에 입찰참가자인 원고 A사를 2회 개별적으로 방문하고 다른 동대표들에게 원고 A사가 낙찰자로 선정되도록 평가점수를 주도록 회유한 것은 입찰참가자들이 공고된 판단기준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받지 못하게 될 위험을 발생시키는 절차상 하자”라고 봤다.

이에 재판부는 ‘이 입찰의 하자는 입찰절차의 공공성과 공정성이 현저히 침해될 정도로 중대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인 원고 A사로서도 입찰 이전에 피고 대표회의의 부회장 등과 개별적으로 접촉했던 이상 그러한 사정을 알았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고, “이 같은 입찰절차상의 하자는 이 사건 입찰에 적용되는 입찰공고에서 낙찰을 무효처리하는 사유로 명시한 ‘부정’에 해당한다”며 “원고 A사가 이 입찰에서 적법한 낙찰자 지위에 있지 않은 이상 피고 대표회의에 원고 A사와 위탁관리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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