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판결

규약상 절차‧형식 미준수
정당행위 해당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아파트 생활지원센터장이 입주자대표회장의 명예훼손 내용을 담아 게시한 공고문을 관리직원에게 수거하도록 지시한 입주자대표회장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관리규약에 따른 절차와 형식을 따르지 않은 게시물을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 대표회장에게 생활지원센터장의 공고문 게시 관리에 관한 업무방해 혐의가 없고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판사 김병만)은 최근 서울 마포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B씨에 대한 문서손괴, 업무방해 선고심에서 “피고인 B씨는 무죄”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B씨는 2018년 6월 30일 이 아파트 생활지원센터장 C씨가 ‘생활지원센터장, A아파트를 떠나게 되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작성해 3개 동 및 지하 1층 출입구, 지상 3층 출입구 게시판 등 총 18개 장소에 게시했다는 보안실장 D씨의 보고를 받고 D씨에게 공고문을 즉시 떼어내라고 지시, D씨는 보안팀장인 E씨에게, E씨는 다시 보안주임 F씨에게 같은 내용을 지시해 F씨가 C씨 소유의 공고문 3장을 떼어내 그 효용을 해함과 동시에 위력으로 공고문 게시 관리에 관한 생활지원센터장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공고문의 내용이 C씨가 생활지원센터장에서 물러나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통상적인 사항으로 보기 어렵고 내부 결재 절차가 없이 게시된 점, 생활지원센터장의 직인이 날인되지 않은 점, 게시 시간이 명시돼 있지 않은 점, 공고문을 게시하기 전날인 2018년 6월 29일 C씨가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생활지원센터장으로서 지위에서 사실상 물러난 점 등을 종합해보면 C씨의 공고문 게시 행위가 생활지원센터장으로서의 업무 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B씨의 행위로 인해 C씨의 공고문 게시 관리에 관한 업무가 방해됐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이 사건 공고문의 내용은 피고인 B씨의 입주자대표회장으로서의 부적절한 행태를 지적하면서 피고인 B씨를 비난하는 취지로 돼 있어 내용의 진위 여부에 상관없이 피고인 B씨의 명예가 훼손되는 내용”이라며 “공고문은 이 아파트 관리규약을 따지지 않고 게시된 것으로, 피고인 B씨가 공고문을 떼어내도록 한 행위는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과 동시에 이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른 절차와 형식을 갖추지 않은 게시물을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피고인 B씨는 공고문이 기습적으로 게시된 사실을 생활지원센터의 보안실장 D씨로부터 보고를 받아 알게 됐고 D씨에게 공고문을 제거하라고 지시, D씨가 공고문을 떼어내기 전에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인 피고인 B씨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은 절차에 있어서 그 수단‧방법의 상당성, 긴급성 및 보충성 요건이 결여됐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언급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공고문이 제거됨으로 인해 C씨나 입주민들의 어떠한 이익이 구체적으로 침해되는 것인지 불분명하고 주민들에게 공개돼 피고인 B씨가 입는 인격적 법익 침해의 정도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며 “C씨는 주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공고문을 게시했다고 주장하나, 그러한 목적을 가진 공고문의 기습적 게시 행위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므로 피고인 B씨의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보호 이익과 침해이익 사이의 법익 균형성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업무방해의 점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재물손괴의 점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해 범죄로 되지 않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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