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일이 또 벌어졌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폐기물 수거운반업체들 일부가 분리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은 폐지를 수거하지 않으면서 ‘폐지 수거 거부’가 현실이 됐다. 지자체에 분리 배출이 실행되지 않을 경우 수거 거부에 나설 수 있다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2년 전 재활용 업체들의 폐비닐, 폐스티로폼 등 쓰레기 수거 거부로 촉발된 이른바 ‘폐비닐 대란’이 다시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2년 전 국민 대다수가 심각한 불편을 겪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환경부 등 정책당국의 강한 압박에 업체들이 수거 거부 의사를 철회함으로써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생활폐기물 수거는 각 지자체의 책임이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는 재활용 수거업체와 개별 계약을 맺고 재활용 폐기물을 처리한다. 특히 폐지 등은 가치를 인정받아 자율적으로 시장을 형성했다.

이번 사태는 폐지가격의 하락 때문에 시작됐다. 폐지가격이 급락세를 보인 것은 2017년 무렵부터다. 중국의 재활용 폐기물 수입금지 조치로 제 가격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 직접적 원인이다. 2017년말 1㎏ 당 130원 수준이던 폐지는 2018년 100원, 지난해 상반기 80원 선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올 들어 65원까지 추락하면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물질이 섞인 폐지 배출로 채산성이 더 떨어진 것은 이번 사태의 직접적 계기였다. 폐지 공급 과잉으로 제지업계가 이물질이 붙은 불량 폐지 반입을 꺼리며 수거업체에서도 분리배출되지 않은 폐지의 수거는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환경부의 입장은 강경하다. 환경부는 폐지 수거거부 움직임을 국민 생활에 불편을 일으키는 행위로 보고 엄중히 법적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앞으로 폐지 운반업체가 수거 거부를 예고할 경우 실제 수거 거부를 하지 않더라도 즉시 공공수거체계로 전환하고 수거대행업체를 선정하겠다는 방침도 천명했다. 아울러 환경부는 지자체에 “정당한 사유 없이 폐지 수거를 거부하거나 운반된 폐지 납품을 제한하는 폐기물처리신고자에 대해 엄격한 기준으로 행정처분하라”는 지침을 보냈다. 폐지 수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내 폐지시장의 관행을 개선하는 한편 수입폐지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환경부는 또 폐지 수거 거부가 빚어진 원인을 제지사, 폐지압축상, 수거업체로 이어지는 시장의 잘못된 계약 관행 때문으로 보고, 폐지 시장의 표준계약서를 도입하고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 폐지 시장에서는 폐지를 거래할 때 별도 계약서 없이 제지업체가 필요한 물량을 수시로 납품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수거업체와 폐지압축상은 정확한 이물질 함량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제도 개선과 함께 재활용 분리배출의 홍보에도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수거업계는 2년 전 폐비닐 수거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폐지 문제로까지 번졌다고 볼멘소리다. 시대는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으로 패러다임이 진작 변했다. 국민들도 쓰레기를 줄이고, 종이류 등 재활용품을 깨끗이 분리 배출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지만 주민들의 폐지 분리배출 인식 개선은 긴 시간이 걸리는 과제다.

이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경비원 등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애탄다. 또 폐지 분류에 더 고생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이런 사태는 언제든 또 일어날 수 있기에 불안감이 가셔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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