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서울 노원구 A아파트에서 ‘관리비 횡령 의혹’으로 경리직원과 관리소장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은 공동주택 회계관리에 대해 전반적으로 돌아보게 했다.

이 사건은 아파트 입주민들이 비상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미 사망한 두 사람을 포함해, 동대표 등 7명을 고소한 상태다. 현재 경찰에서 수사 중이며, 관할 지자체도 관련 내용을 집중 조사했다. 노원구의 자체 조사 결과 최근 10년간 아파트 관리비 잔액이 장부 기록보다 9억9000만원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3억4000만원은 숨진 경리직원의 개인계좌에 입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아파트는 14억원 규모의 배관공사를 계약하면서 장기수선충당금 계획서를 작성하지 않는 등 아파트 관리 운영 방침도 위반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원구는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동주택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주자대표회의에게 과태료 200만원을 부과했다.

본지에서도 이 사건과 관련해 회계감사와 시스템 등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지속해서 보도하고 있다. 왜 이런 역대급 관리비 횡령사고가 일어난 건지. 회계 관리시스템은 왜 구멍이 난 건지. 단순히 개인의 일탈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문제인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파트 자치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꽤 있다. 위탁관리가 대안인지는 객관적으로 살펴볼 일이다.

우리나라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80% 이상이 위탁관리 중이다. 공동주택 관리의 대세가 위탁관리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더 낫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일장일단이 있기에 말이다. 최근의 공동주택 추세가 집단화되고 고층화됨으로써 자치관리기구가 전문인력과 설비를 갖춰 관리하더라도 일정한 한계가 있음은 사실이다.

위탁관리였더라도 노원구 아파트 횡령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났을까. 관리비 횡령이 일어났는데 그 비용이 그대로 주민들에게 전가됐을까. 위탁관리였다면 이런 문제는 아마도 해소됐을 것이다. 이중체크로 거액의 횡령비리가 나오기 힘들뿐더러, 설령 나오더라도 바로 입주민들에게 부담이 가중되지는 않을 터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위탁관리가 절대적으로 좋은 관리방법인가는 짚어볼 부분들이 있다.

주택관리는 종합관리다. 종합적인 업무능력을 필요로 한다. 본령인 시설관리 외에 법무, 노무, 회계 전문가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갈수록 전문적이고 세분화, 복잡화, 분업화되는 상황이기에 많은 아파트 등에서 위탁관리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한 관리회사 중에는 관리주체로서 명의만 대여하고 수수료만 챙기는 곳이 아직도 적지 않다. 게다가 많은 아파트에서 인사·노무 및 제반 업무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무시하고 실질적으로 입주자대표회의가 행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질 높은 관리를 위해선 위탁관리를 하는 관리업체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관리를 전문회사에 위탁하는 이유는 개별 단지의 특성에 맞게 운영, 기술적 지원,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함이다. 위탁관리회사에서 질 높은 ‘서비스 영역’까지 역할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들어 커뮤니티의 활성화 등 차별화된 서비스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위탁관리의 관련 제도개선과 전문업체의 육성 없이 공동주택 관리의 전문화·선진화는 먼 얘기다. 이들을 규율할 법적 토대와 제도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

어느 관리방법을 택하든 중요한 것은 입주민의 관심과 이해다. 공동주택 관리를 불신하고 참여를 외면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정말 현명치 못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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