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산림과학원 국립나무병원장 이상현 박사

환경의 중요성은 경자(庚子)년 2020년에 더욱더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총선이 있는 4월에는 편서풍의 영향으로 중국으로부터 유입되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로 대부분의 입후보자들이 주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환경의 중요성을 더 강조할 것이다. 하지만 실상을 따지고 보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그렇게 녹록한 일이 아니고,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정치적 구호만 요란할 뿐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왕도는 없다. 온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지혜를 모아 솔선수범하고 노력하는 것이 후대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현하는 ‘Slow to Show’가 최악이 아닌 차악, 하지만 점차적으로 조금씩 개선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우리나라 산림 면적은 전 국토의 2/3에 달하지만 국민들이 일상에서 숲을 접하는 도시의 경우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도시숲 연구팀에서 진행한 ‘서울시 녹지연결성’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북한산, 관악산, 남산 같은 대규모 숲은 유지되고 있는 반면 소규모 숲이 점차 줄어들면서 녹지 간 연결성 또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녹화 사업으로 대규모 숲은 조성됐지만 주거 공간 주변의 소규모 숲은 부족해졌음을 보인다.

현재 도시 숲 면적은 전체 산림의 17%인 약 108만㏊이다. 그러나 생활 속에서 휴식과 산책 등을 즐기거나 기후 조절 같은 직접적 환경기능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생활권 숲’은 3.4%로 3만6000㏊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생활권 도시 숲은 2017년 말 기준 평균 10.07㎡로 국제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인 9㎡를 조금 초과하지만 런던(27㎡), 뉴욕(23㎡)에 비하면 1/2 이하 수준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을 기준으로 했을 때에는 서울 5.32㎡, 인천 7.56㎡, 경기 6.62㎡로 권고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미세먼지(PM10) 발생주의보와 경보 발령이 2015년 190회에서 2017년 183회지만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주는 초미세먼지(PM2.5)는 2015년 72회에서 2017년 92회로 증가했다.

대도시민 1/2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경감하는 정화소는 주민들의 생활권 주변에 식재된 수목, 즉 아파트 단지 내 조성된 ‘아파트 숲’이 최상의 천연정화소이다. 2017년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미세먼지 농도는 도심에서 평균 60.2㎍/㎥보다 도시 숲에서 25.6%(숲경계 40.6㎍/㎥, 숲내부 51.2㎍/㎥, 숲중심 42.4㎍/㎥)의 저감 효과를 보였고, 초미세먼지는 도심평균 23.5㎍/㎥보다 도시숲에서 40.9%(숲경계 13.3㎍/㎥, 숲내부 14.8㎍/㎥, 숲중심 13.4㎍/㎥) 낮았다. 그 외에도 각종자료를 검색하면 생활권 숲은 한여름에 도심의 온도를 3~7℃ 완화시켜주며, 습도가 낮은 계절에는 습도를 923%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생활권 숲에 식재된 나무 한그루는 연간 35.7g의 미세먼지를 흡수한다. 그리고 엽면적이 1600㎡인 활엽수 한 그루는 하루 8시간씩 광합성을 할 때 연간 이산화탄소(CO₂) 2.5톤을 흡수하고 산소(O₂) 1.8톤을 방출해 성인 7명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산소를 제공해 주는, 항상 매우 건강한 사람의 폐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신축되는 아파트의 고급화는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생활권 숲 조성이다. 고급아파트의 대부분은 대지면적의 30~40%가 조경면적으로 가꿔진다. 주차장은 지하로 지상은 주민의 쉼터 공원으로 탈바꿈한다. 수목이 어우러져 있는 아파트 단지 내 테마공원은 생활 밀착형 생활권 숲인 것이다.

최근 정부와 각 지자체는 서로 경쟁하듯 주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마을 숲’, ‘동네 숲’을 조성하고 있다. 그리고 아파트 단지 내 ‘테마 숲’ 조성은 주민들이 굳이 먼 곳에 가지 않더라도 출·퇴근길이나 등·하굣길 그리고 주말에 틈틈이 숲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생활권 숲이다.

우리 민족은 옛 부터 두레, 품앗이 등과 같은 협력과 상생의 정신을 부여받아 이것을 계승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산림녹화에 성공한 국가다. 이러한 자긍심을 밑거름 삼아 이제부터는 신축하는 고급아파트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 주변 생활권 모든 곳에 환경의 중요성을 대변하는 생활권 숲 조성과 관리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2020년 서두에 또다시 시작되는 중국 발 미세먼지 대응의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