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판결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일명 ‘개구리주차’
도로교통법상 불법주차 아냐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아파트 단지 내 동 앞 도로에서 차량을 운전하다 킥보드를 타고 인도를 거쳐 도로로 내려온 어린이를 치어 사망하게 한 입주민이 인도와 차도에 걸쳐 주차를 한 불법주차차량 때문에 시야가 가려 사고가 발생했다며 책임을 물었으나 법원은 사고차량 운전자의 전방주시 및 과속운전에 의한 일방 과실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사고차량 운전자는 불법주차차량을 방치한 관리주체를 관리감독하지 않았다며 입주자대표회의에도 구상책임을 물었으나 법원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김영수)는 최근 경남 사천시 A아파트 입주민 B씨 차량 보험사 C사가 “피고들은 공동해 1억4404만560원을 지급하라”며 이 아파트 입주민 D씨와 입주자대표회의(피고보조참가인 D씨 보험사 E사, 관리업체 F사)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C사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아파트 입주민 B씨는 2018년 6월 오전 9시 5분경 자신의 차량을 운전해 ○동 앞 편도 1차 도로를 주차장에서 출발해 아파트 출입구 쪽으로 진행하던 중 ○동 현관 쪽에서 킥보드를 타고 인도를 거쳐 도로로 내려온 G군(5세)을 치어 외상성 두부손상 의중으로 사망케 했다.

사고 당시 B씨 차량 진행방향에서 볼 때 사고지점 직전에는 ○동에 거주하는 D씨가 같은 날 오전 3시경 인도와 차도에 걸쳐 주차(일명 ‘개구리주차’)해놓았다.

B씨의 차량 보험사 C사는 보험계약에 따라 치료비 및 손해배상금으로 2억8808만1120원을 G군 유족 등에게 지급했다.

B씨는 “D씨가 도로교통법이나 이 아파트 주차관리규정을 위반해 인도와 차도에 걸쳐 차량을 주차한 과실로 운전자의 시야가 차단돼 인도에서 갑자기 튀어 나온 G군을 보지 못하도록 한 것이 사고발생의 한 원인이 됐으므로 D씨는 A사와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D씨가 불법주차를 했음에도 관리업체 F사가 관리규정을 성실히 준수하고 있는지 이행여부를 철저히 감독하지 않았고 경비원을 배치해 적발하거나 지정된 주차구획선 안에 주차하도록 안내지시하지 않았으며 수시로 순찰해 경고문도 부착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했음에도 F사에 대한 관리감독의무를 게을리 했으므로 A사, D씨와 함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도로가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하는 곳으로서 ‘도로법에 따른 도로’, ‘유료도로법에 따른 도로’, ‘농어촌도로 정비법에 따른 농어촌도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D씨가 한 주차는 도로교통법상 불법주차가 아니라고 봤다.

그 이유로 재판부는 “피고 D씨의 주차행위가 도로교통법 제32조 제1항에 위반되는 불법주차라고 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도로가 ‘그 밖에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도로교통법 제2조 제1호)에 해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아파트 단지는 단지 경계에 울타리가 설치돼 있고 F사가 관리주체로서 경비원을 두고 관리하고 있으며 주차관리규정에 의해 입주민 차량 외에 방문 차량 및 업무용 차량의 출입만이 가능하다”며 “이 아파트는 들판 끝에 위치하고 주변에 다른 상가나 사무실이 없으며 정문 출입구 외에 외부 연결도로가 없어 입주자와 용건이 있는 차량 외에 다른 차량이 출입할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예산상의 문제로 운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정문 출입구에 경비초소와 자동차단기가 설치돼 있고 무단 출입차량은 CCTV와 경비원(4인 2교대)의 순찰 등에 의해 적발하고 있다”며 “이 사건 도로는 특정인이나 그와 관련된 용건이 있는 사람만 사용할 수 있고 자체적으로 관리되는 곳으로서 일반교통경찰권이 미치는 공공성이 있는 장소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피고 D씨가 지정된 주차구획선이 아닌 인도와 보도에 걸쳐 차량을 주차한 행위가 이 아파트 주차관리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지정된 주차구획선 안에 주차해야 할 입주민으로서의 의무를 위반한 것임은 맞지만, D씨의 주차행위를 실정법에 위반되는 불법주차라고 할 수 없고 이 아파트 관리규약과 관리규정은 입주자 등의 자치규범으로서 이를 위반한 행위를 바로 실정법을 위반한 위법행위와 동등하게 볼 수 없다며 “이 사건 사고는 전방주시를 태만히 하거나 과속운전을 한 원고 차량 운전자의 일방 과실에 의해 발생했다고 봄이 타당하고 피고 D씨의 주차행위와 사고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더욱이 “아파트 주차관리규정은 공용부분 관리를 위해 주차질서 확립과 주차난 해소, 효율적인 주차장 관리를 위한데 목적이 있을 뿐 단지 내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하고 제거하기 위한데 그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이 사건 도로의 너비로 봐 차도와 인도에 걸쳐 주차된 피고 D씨 차량으로 인해 다른 차량의 진행이나 보행자의 통행에 지장을 줬다고 보기 어렵고, 다수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단지 내 도로에서는 아이들을 포함한 주민들이 보·차도를 구별하거나 차선을 준수하지 않고 자전거, 킥보드 등을 타고 이동하거나 보행하는 것이 일상적일 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 이를 회피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단지 내를 운행하는 차량의 경우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전방주시와 서행운전에 유의할 것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B씨의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배상청구에 대해서도 입주자대표회의는 공동주택 입주자 등을 대표해 관리에 관한 주요사항을 결정하는 자치 의결기구일 뿐 관리주체가 아니라며 B씨의 청구에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이 아파트는 150세대 이상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으로서 입주자 등이 자치관리가 아니라 위탁관리할 것을 정해 주택관리업자인 참가인 F사에 위·수탁 관리계약을 통해 관리를 위탁했다”며 “F사가 관리주체로서 이 아파트를 관리할 의무가 있고 피고 입주자대표회의에는 그러한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으며 입주자대표회의가 아파트 내 주차나 교통안전에 대해 관리주체를 감독할 의무를 규정한 법령상, 관리규약 상의 근거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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