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동대표를 해임하는 과정에서 유인물에 해당 동대표의 주소와 비판 내용을 담은 유인물을 아파트 게시판에 게시했다. 이에 해당 동대표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명예훼손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동대표가 입주민 사이에서 공인 지위에 있어 주소 공개로 인한 폐해가 적고 비판에 대해 해명과 재반박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최기상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성북구 A아파트에서 동대표를 하다 사퇴한 B씨가 입주자대표회장 C씨, 동대표 D씨, 관리소장 E씨와 동대표 F씨 등 5명(선정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B씨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1심 판결을 인정, B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B씨는 2015년 5월부터 2017년 4월까지 동대표로 선출됐다가 2016년 12월 사퇴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B씨는 2013년부터 동대표들이나 관리소장을 상대로 다수의 고소·고발을 했고 이에 대응해 다른 동대표들이나 관리소장 등도 B씨를 상대로 고소·고발을 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쌍방 간의 고소·고발 중 일부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받게 한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입주자대표회의가 2015년 12월 진행한 B씨의 동대표 해임결의 투표에서 B씨가 해임됐으나 동대표 해임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에서 ‘투표 대부분이 방문투표 방식으로 진행된 것은 중대한 절차상 하자’라며 2016년 10월 해임결의 효력이 정지됐다.

대표회의는 B씨의 동대표 해임을 다시 추진하면서 ‘B동대표의 불법유인물 제작·유포와 관련한 대표회의 입장입니다’라는 제목의 유인물과 첨부자료를 게시판과 승강기 등에 붙여 입주민들에게 공개했다.

유인물에는 B씨가 ▲고소·고발로 동대표 및 선거관리위원을 괴롭힘 ▲전 주거지에서 대표회장을 하고 이사를 하면서 회장사퇴서를 제출하지 않음 ▲선관위원의 입찰비리와 관련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됐음에도 죄가 있는 것처럼 유인물을 제작 유포함 ▲관리소장의 입찰비리에도 동대표들이 관리소장 말만 들어준다며 동대표들 고소했으나, 고의성이 없어 행정처벌이나 형사처벌을 받지 않음 ▲동대표들이 자신을 해임하는데 찬성했다는 이유로 동대표 자녀들에게 피해를 입힘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B씨는 첨부자료에 포함된 B씨의 주민등록등본에 관해 동대표들과 관리소장 및 선거관리위원장을 개인정보보호법위반으로 고소했고 검찰은 선관위원장과 대표회장 C씨, 관리소장 E씨에 대해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발령, 다른 동대표들에 대해서는 ‘책임이 경미하고 수사와 소추의 공공 이익이 극히 적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선관위원장 등은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 청구를 했으나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이에 B씨는 대표회장 C씨, 동대표 D씨, 관리소장 E씨 등을 상대로 개인정보유출 및 명예훼손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했으나, 1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도 “표현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는 사용된 표현뿐만 아니라 발언자와 그 상대방이 누구고 어떤 지위에 있는 지 고려해야 한다. 공론의 장에 나선 전면적 공적 인물인 경우에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고 해명과 재반박으로 극복해야 한다”며 “원고 B씨와 대표회의 및 피고 관리소장 E씨는 입주민들 사이에서 공론의 장에 나선 공적 인물 성격이 있으므로 자신에 대한 비판을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하고 그러한 비판에 대해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원고 B씨가 대표회의나 관리업체 등의 부정부패를 밝히고자 하는 공익적 차원에서 행동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부정부패 당사자로 지목된 자들의 해명이나 반박 중 부분적·지엽적으로 잘못되거나 과장된 표현 등에 대해서까지 지나치게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원고 B씨가 선관위원의 입찰비리와 관련해 유인물을 제작 유포했다고 명시한 유인물의 표현은 불법행위가 성립할 정도로 원고 B씨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이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불법행위 주장에도 “첨부자료에 포함된 원고 B씨의 주민등록등본에서 원고 B씨의 생년월일, 배우자 및 자녀의 한글·한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핵심적 개인정보는 삭제됐으나 원고 B씨의 현 주소, 한자 이름, 출생년도, 전입일, 종전 주소 등 개인정보가 남아 있어 피고 C, E씨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각 벌금 30만원의 처벌을 받았다”며 “유인물은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공개돼 입주민들 사이에서 원고 B씨의 주소 공개로 인한 폐해나 위험이 크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 B씨는 공인 지위에 있어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금전으로 위자할 정도의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이어 “설령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하더라도 피고 C, E 등이 형사처벌을 받아 정신적 고통은 회복됐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 B씨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고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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