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분양·임대 혼합단지 ‘관리 갈등’ 어떻게 푸나

관리 협의권한 ‘입대의·임대사’
임차인 “권한·별도계좌 부여”
혼합단지 제도 정립 시급해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다양한 계층 간 사회적 혼합(소셜 믹스)을 위해 공급된 분양·공공 혼합주택단지는 지난해 5월 기준 서울시 내 290개 단지다. 하지만 물리적 혼합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관리를 둘러싼 입주자·임차인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분양·임대 혼합단지는 한 단지 안에서 여러 법을 동시 적용받고 있고 일부 규정은 법 적용상 충돌되거나 기준 제시가 명확하지 않아 주민 간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혼합단지의 분양 공동주택은 ‘공동주택관리법’, 임대 공동주택은 ‘공공주택 특별법’과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관리해야 한다. 다만 임대주택의 건설·공급 및 관리에 관해 공공주택 특별법 및 민간임대주택법에 규정하지 않은 사항은 공동주택관리법 등을 적용한다.

관리비 등 부과 항목은 ▲분양주택의 경우 관리비 10개 항목, 관리비와 구분 징수 2개 항목, 사용료 등 9개 항목 징수대행, 주민운동시설·인양기 등 공용시설물이고 ▲임대주택의 경우 관리비 9개 항목(위탁관리수수료 제외), 사용료 등 6개 항목(건물 보험료,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 선거관리위원회 운영비 제외) 징수대행, 인양기 등 사용료다.

공동주택관리법령은 혼합주택단지 관리에 관해 관리방법의 결정 및 변경, 주택관리업자 선정, 장기수선계획 조정, 장기수선충당금 및 특별수선충당금을 사용하는 주요시설 교체 및 보수, 관리비 등을 사용해 시행하는 각종 공사 및 용역에 관한 사항을 입주자대표회의와 임대사업자가 공동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민간임대주택법령에 따라 ‘▲민간임대주택 관리규약 제정 및 개정 ▲관리비 ▲민간임대주택의 공용부분·부대시설 및 복리시설의 유지·보수 ▲임대료 증감 ▲하자보수 ▲공동주택 관리에 관해 임대사업자와 임차인대표회의가 합의한 사항’에 대해 임차인대표회의와 임대사업자가 협의해야 한다.

이렇듯 현 제도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와 임차인대표회의가 협의할 사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서울시 공동주택 관리규약준칙은 혼합단지에서 입주자대표회의와 임차인대표회의, 임대사업자가 별도로 협약서를 작성해 ‘공동주택대표회의’를 구성할 수 있게 했으나, 이 마저도 구성률이 서울주택도시공사 기준 20%가 되지 않는다.

입주자와 임차인의 관리 갈등 중 도드라지는 것이 관리비와 잡수입 처리 문제다.

SH공사가 임대사업자로 있는 혼합단지 127곳(건설형) 중 갈등 발생 단지는 84개 단지로, 임차인대표회의 명의 계좌 개설, 세무신고, 관리규약준칙 개정이 쟁점이다.

서울 소재 혼합단지 임차인 측 관계자는 서울시와 SH공사에 임대주택의 관리비, 관리비예치금, 잡수입에 대해 임차인이 모든 권리를 갖고 임차인대표회의 명의의 계좌가 개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잡수입의 법인세 납세의무자는 임차인 몫의 귀속주체인 임차인대표회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관리규약준칙에 임차인의 협의 및 참여권 보장을 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SH공사는 “임차인대표회의가 잡수입의 관리·처분에 관한 권리를 귀속주체로 볼 수 있는 규정이 없고 관리규약준칙상 잡수입 집행 주체가 관리주체임을 전제하고 있어 임대주택 단지의 잡수입 귀속주체는 관리주체인 임대사업자이기에 임차인대표회의 명의의 계좌 개설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혼합단지를 대상으로 일련의 규정을 갖춰지기 전에는 강제성이 없는 준칙만으로는 혼합단지에 대한 지자체의 지도·감독 및 민원해결은 여전히 어렵다”며 “국토교통부가 혼합단지 관리에 관한 구체적 규정을 먼저 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 같은 서울시와 SH공사의 입장에 임차인 측은 관리비를 임차인이 납부함에도 어떻게 관리에 관한 협의 권한이 임차인대표회의가 아닌 SH공사에게 있냐”면서 입주자대표회의와의 협의 주체는 임대사업자가 아닌 임차인대표회의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차인의 관리 참여에 대해 입주자 측은 “현행법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가 소유자이면서 거주민의 대표로 단지 관리에 있어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라며 “소유만하고 있는 임대사업자가 관리업무의 협의주체가 돼 있고 거주만 하고 소유권이 없는 임차인대표회의가 비용에만 집중해 우려가 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관리 전문가들은 비록 현재 혼합단지의 관리비 사용, 임차인 참여를 위한 관리 규정이 부족하지만 임대사업자와의 합의 등 현행법에 맞춰 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가톨릭대학교 은난순 겸임교수는 “분양세대보다 임대세대가 더 많은 단지에서 조차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에 따라야 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 임차인의 참여 배제와 알권리가 무시되고 있다는 점이 갈등의 주요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법적 미비점을 꼬집었다.

이어 “혼합단지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공동주택관리법 상 관련 규정 마련이 필요하고 혼합단지의 임대세대 비율이 높은 서울시만의 문제라면 혼합단지 관리를 위한 서울시 조례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다만, “관리비계좌의 분리 등 분양·임대를 분리해 관리하는 것은 사회적 혼합이라는 혼합단지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아 따로 짓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이 정부 정책으로 시작된 혼합단지가 계속 늘어가고 있음에도 관련 법·제도가 미비함에 따라 적합한 관리방식에 대한 이웃 간 이견과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의 심층적인 논의와 정부의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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