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판결

인천지방법원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아파트 인근 신축공사 소음·분진 발생으로 건설사로부터 지급받은 피해보상금을 임차인대표회장이 자신명의 계좌로 보관하면서 주민 간 갈등이 발생한 가운데 도덕성·윤리성이 없다는 이유로 한 임차인대표회장 해임 결의는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방법원 제16민사부(재판장 이관형 부장판사)는 최근 인천 서구 A아파트 임차인대표회장 B씨가 이 아파트 임차인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결의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피고 임차인대표회의가 2018년 1월 28일 개최한 대표회의에서 원고 B씨를 임원에서 해임한 결의 및 같은 해 2월 27일 실시한 7선거구 동대표 해임투표는 각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B씨는 2017년 11월 이 아파트 7선거구 동대표 및 임차인대표회장으로 각 당선됐다. B씨는 2016년 7월부터 주민피해보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 자격으로 인근 신축아파트 공사현장 소음분진 발생으로 인한 피해보상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다가 2기 임차인대표회의 임원진 등과의 갈등을 이유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협의를 계속 진행했다. B씨는 신축아파트 공사 건설사로부터 1차 피해보상금 1억1000만원을 자신 명의로 지급받아 변호사 선임료, 직원 임금, 경비 등으로 지출한 후 남은 약 9000만원을 입주민 중 1048명에게 분배했고 2차 피해보상금 1억1000만원은 비상대책위원회 명의 계좌로 지급 받아 보관했다.

이 아파트 7선거구 선거인 217명 중 37명은 2018년 1월 선거관리위원회에 B씨가 1차 피해보상금을 공고하지 않고 피해보상 관련 안내문을 불법 공고해 관리규약을 위반했으며 동대표들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임차인대표회장 직인을 도용해 사용했다는 등의 이유로 B씨에 대한 동대표 해임을 건의했다. 이에 선관위는 B씨에 대한 동대표 해임 투표 절차를 진행하기로 의결했고, 이어 임차인대표회의는 2018년 1월 28일 동대표 5명 중 3명이 참석한 가운데 B씨가 도덕성, 윤리성, 인성 등으로 봐 원활한 회의를 유지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임차인대표회장에서 해임하기로 의결했다. 이후 7선거구 선거인 217명을 상대로 B씨에 대한 동대표 해임투표를 실시해 투표에 참여한 118명 중 찬성 115표, 반대 3표로 동대표 해임이 결정됐고 해임투표 결과 7선거구 임차인 대표에서 해임됐음을 확정 공고했다.

B씨는 회장 해임 결의 및 동대표 해임투표는 절차적 실체적 하자로 인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아파트 임차인대표회의는 2017년 10월경 동대표 투표 결과 원고 B씨와 C, D, E, F, G씨 6인으로 구성됐고 회장 해임 결의 당시에는 D씨가 사퇴해 나머지 동대표 5인이 구성원으로 남아 있던 사실이 인정돼, 이 아파트 임차인대표회의가 동대표 5명 이상이 선출된 경우에만 구성할 수 있더라도 회장 해임결의 당시 동대표 5명이 선출돼 있었음이 명백하다”며 “이 아파트 관리규약은 동대표의 임차인대표회의에서의 의결권은 대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임차인대표회의 소집 요구와 관련해서는 대리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C, F, G씨가 임차인대표회의 개최에 동의해 C씨가 F, G씨의 위임을 받아 3인 명의로 그 소집을 요청했고 C, F, G씨가 직접 참석해 전원의 찬성으로 회장 해임결의를 한 이상 해임결의에 어떠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아파트 관리규약에서 임차인대표회의 임원이 해임사유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으나, 회장 해임결의의 해임사유는 ‘B씨의 도덕성, 윤리성, 인성으로 인한 원활한 회의 유지 불가능’인데, 이는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피고 대표회의가 문제 삼는 원고 B씨의 구체적인 행위가 무엇인지, 그 행위가 관리규약 각 호에서 정한 해임사유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 등을 전혀 판단할 수 없다”며 “이 사건 회장 해임결의는 그 구체적인 해임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동대표 해임투표 절차와 관련해 “이 아파트 관리규약은 선거관리위원회는 해임요청 당사자에게 소명기회를 부여한 후 해임사유와 소명자료를 해당 선거구의 임차인들에게 미리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임차인들이 해임사유와 그에 대한 해임당사자의 소명을 충분히 검토해 자유롭고 공정하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선관위는 원고 B씨에게 소명자료 제출을 요청하면서 해임사유 중 피해보상금과 관련한 부분을 ‘피해보상금 지출내역 미공개’로만 명시했고 이에 따라 원고 B씨의 2차례에 걸친 소명답변서에도 1차 피해보상금 지출내역을 공개하지 못한 이유만이 기재돼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아파트 선관위는 2018년 2월 19일 해임투표 실시 공고를 하면서 비로소 해임사유로 피해보상금 지출내역 미공개 외에 나머지 피해보상금 수령 후 정당한 이유 없이 계속 소유했다는 점을 추가 기재하고 별다른 소명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8일 만에 해임투표를 시행했으므로 원고 B씨에게 관리규약에 따라 해임사유에 대한 소명의 기회가 충분하고 적절하게 주어졌다고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아울러 “원고 B씨는 이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명의로 1차 피해보상금 수령 경위, 분재 기준과 방법, 분배 완료 사실 등을 공고해 온 것으로 보이고 달리 원고 B씨가 관리규약 등에서 정한 바에 따라 1차 피해보상금 지출내역을 공개할 것을 적법하게 요청받았음에도 정당한 이유 업이 이를 거부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원고 B씨가 2017년 12월경 2차 피해보상금을 수령하고도 해임투표 무렵까지 이를 주민들에게 분배하지 않기는 했으나 2차 피해보상금 수령 시부터 해임투표 시까지는 약 2개월이 경과됐을 뿐이므로 원고 B씨와 반대파 사이의 갈등 상황, 피해보상금의 액수, 분재 대상 주민들의 세대수, 원고 B씨가 내세운 지급 또는 분배 거절 사유 등을 고려하면 원고 B씨가 횡령의 의사로 이를 분배하지 않은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재판부는 “임차인대표회장인 원고 B씨가 대표회장 명의로 피해보상금과 관련한 안내문을 게시하기 위해 항상 대표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원고 B씨가 대표회의 사무실을 독단적,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거나 회의 진행 중 폭행을 행사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원고 B씨에 대한 회장 해임결의와 동대표 해임투표는 무효”라고 판시했다.

한편 임차인대표회의는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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