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관리사보 시험의 합격률이 널뛰기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4일 발표한 제22회 주택관리사보 제2차 자격시험의 최종합격자가 4101명으로, 합격률이 80.95%에 달했다. 지난해 최종합격률 25.12%보다 55.83%p 높아졌고, 합격자 수는 762명에서 무려 3339명이 늘었다. 지난해보다 438% 증가한 엄청난 ‘합격자 인플레이션’이다.

내년부터 기존의 절대평가 방식 적용에서 상대평가로 바뀌니 이번이 절대평가의 마지막 기회라 지원자들이 몰렸고, 합격률이 어느 정도 높아질 것을 짐작했으나 예상을 넘었다. 지난해보다 2차 시험의 응시자수가 1078명 늘어나 합격자가 많아질 것이 예상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이상이었다.

지난해 주택관리관계법규 최고점이 82.5점, 공동주택관리실무가 85점이었으나 올해 주택관리관계법규 최고점은 97.5점, 공동주택관리실무는 92.5점이었으니 올해 2차 시험의 난이도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최고점 기준으로 7.5 ~ 15점 올랐다.

한마디로 난이도 조절 실패이며, 인력 수급 조절의 실패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등은 문제가 어려워 지난해 대거 떨어진 수험생들이 올해 몰려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기존의 주택관리사들은 일자리 안정이 흔들릴 수 있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주택관리사보를 채용하는 관리회사들은 한편으로는 안도하고 있지만 예측하기 힘든 큰 폭의 합격자 수 변동에 대해서는 일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번 상황과는 정반대로 지난해에는 높은 난이도로 수험생들의 반발이 컸다. 그 이전 해의 합격률이 75.6%였으니 50.48%p가 폭락한 것으로, 항의와 혼란이 있었던 기억이다.

주택관리사보 제도 도입 초기 상대평가를 통해 선발하던 시험 방식은 1998년 절대평가로 바뀌었다. 당시 시험을 절대평가로 바꾼 이유는 IMF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잃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능력 있는 관리자를 입주민들이 선택해 공동주택 관리의 전문화를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합격자의 과다배출로 결과적으로 취업경쟁이 커지고, 불안정한 근로환경에 놓이게 되면서 여러 부작용이 생겼다. 지금도 유휴 자격자가 많은 상태에서 이번처럼 합격률이 크게 높아지는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내년이면 주택관리사 제도를 도입한 지 30년이 된다. 주택관리의 전문가를 육성하고 이들에게 공동주택 관리업무를 맡기기로 한 본래의 취지대로 점차 전문 관리의 틀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수요보다 지나치게 많은 공급과 예측 불확실성은 관리분야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예고한 대로 내년부터 주택관리사보 자격시험은 ‘선발예정 인원제’가 적용, 상대평가로 뽑게 된다. 직전 3년 간 사업계획승인 주택단지 수, 주택관리사보 자격시험 응시인원, 주택관리사보 취업현황 및 시험위원회 심의의견 등을 고려해 선발예정 인원을 정할 예정이다.

더 나은 관리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능력 있는 자격자와 관리전문회사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지원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아무쪼록 내년부터 다시 반영하는 상대평가 제도에서는 적절한 난이도와 수급 조절로 입주자, 관리주체들 모두 안정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토대가 다져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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