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임제한 철폐’라는 말은 우리나라 현대사에 있어서는 아픈 기억이다. 이 말은 ‘대통령을 두 번까지만 하도록 막은 제한을 없앴다’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급기야 ‘영구집권’이라는 말로 귀착됐고, 반작용으로 ‘단임제’로 바뀌었으니 말에 무엇 하겠나. 그렇기에 ‘중임제한 철폐’라는 말은 보통의 사람들에게 그다지 좋은 어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 ‘중임제한 철폐’ 문제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분야에서도 뜨겁다. 다시 이슈화되고 있다. 아파트 동대표 중임제한을 놓고 관리분야 단체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중임제한의 완전폐지 주장과 현재의 법령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 있다. 입주자대표 단체들이 개선을 요구하는 첫 번째가 ‘동대표 중임제한 철폐’다. 반면 주택관리사 단체 등은 현재의 동대표 중임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동주택관리법에는 동대표의 임기를 하위법령에서 정하도록 했고, 같은 법 시행령에 ‘동별 대표자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한 번만 중임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보궐선거로 선출된 동대표의 임기는 6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임기의 횟수에 포함하지 않는다’라고 규정돼 있다.

이 시행령의 조항이 지난해 9월 일부 완화·개정됐다. ‘선출공고를 2회 했는데도 일반후보자가 없는 경우’에는 중임 제한 후보자도 동대표가 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중임 제한 대상의 후보자는 일반후보자가 있는 경우에는 자격이 상실되며, 해당 선거구 입주자등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동대표가 될 수 있도록 했다. 그 규정 적용이 일반후보자보다 엄격하다.

‘한 번만 중임할 수 있다’는 시행령의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일부 아파트 입주민들은 2016년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2017년 말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는 기각 결정을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내린 바 있다. 위헌성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현장의 문제는 여전히 잠복해 있다.

사실 동대표는 ‘무보수 봉사직’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자리다. 동대표들이 모여 구성한 입주자대표회의는 공동주택 의사결정의 핵심이다. 관리와 관련한 주요 사항에 대한 의결권을 갖고 있다. ‘동대표 중임제한’은 동대표의 준 직업화와 그에 따른 관리 비리 등이 사회 이슈화돼 도입됐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일부 단지에선 대표자가 될 수 있는 소유자의 거주비율이 낮아 4인 이상의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에 어려움을 겪거나 의결정족수 미달로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기도 했다.

이런 정황을 감안해 국토부가 ‘동대표 중임제한 완화’라는 일부 예외 조항을 채택했다. 입대의의 원활한 구성과 운영을 위해 개정했다. 그렇지만 제도의 완화에도 불구하고 입주자대표 단체들은 ‘경험 축적에 의한 전문성 단절로 관리주체에 대한 감독기능이 부족해져 입주자등의 권익 보호에 부정적’이라는 지적을 계속하고 있다.

시행령이 개정된 지도 1년이 넘었다. 시행 당시 ‘갑질하는 직업적 동대표를 없애려고 만든 것인데 중임제한을 없애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반면 입주자대표 단체들은 중임제한의 완전 철폐의 주장을 하고 있다. 상반된 주장의 충돌에 관리분야는 곤혹스럽다.

제도가 도입된 데는 나름의 이유들이 있다. 간혹 열정을 가진 동대표들이 중임제한 규정에 막혀 재출마하지 못 하는 상황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사적 자치에 대한 보호’의 문제와 ‘최소한의 통제 범위’에 대한 의견까지 다시 곱씹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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