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판결

관리소, 일반 공중에 제한 없이
개방된 장소라고 보기 어려워

대전지방법원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해 직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대응 차원에서 입주민의 개인정보가 담긴 동영상을 제작해 입주자대표회의 정기회의에서 상영한 관리소장에게 법원이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대전지방법원(판사 서경민)은 최근 대전 서구 A아파트 관리소장 B씨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선고심에서 “피고인 B씨에 대한 벌금 50만원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 B씨는 2018년 5월 21일 예정된 제5차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자신이 제안한 ‘관리기구 운영에 대한 심의의 건’을 설명할 목적으로 관리실 내 도난 및 화재 예방 목적으로 설치한 CCTV를 통해 수집된 C씨의 개인정보가 담긴 영상을 캡쳐해 만든 2분 5초 분량의 동영상 자료를 제작하고 이어 같은 해 5월 23일 개최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안건 설명을 위해 동영상을 참석자들에게 상영했다”며 “피고인 B씨는 개인정보처리자로서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에 따른 범위를 초과해 개인정보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는 수집한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등 개인정보보호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만 이용할 수 있고 그 범위를 초과해 개인정보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B씨는 “동영상에 C씨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음성을 삭제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게 했기 때문에 동영상에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규정하는 개인정보가 담겨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동영상에는 해당 인물이 전직 동대표라는 내용이 기재돼있고 탁구 연습 그물에 무단게시물을 게시한 주체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C씨의 눈 주위에만 가림 표시가 돼있다”며 “입주자대표회의 2018년 제5차 정기회의에 이 동영상이 재생됐으며 당시 참석자는 회장, 부회장, 감사, 동대표 등이고 당시 C씨와 피고인 사이에 분쟁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어 이 정보를 통해 동영상에 명시된 사람이 누구인지 충분히 특정할 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 동영상은 C씨의 개인정보를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B씨는 ‘관리사무소에 설치된 CCTV에서 수집되는 개인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관리소장과 직원들이 근무하는 장소인 점, 업무시간 중 입주민을 비롯해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되지 않더라도 상주직원이 있고 각종 사무용품과 장비가 있는 사무실로서 일반 공중에게 제한 없이 개방된 장소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관리사무소가 위 규정에서 정하는 공개된 장소라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불어 B씨는 ‘C씨의 관리소장과 관리직원에 대한 부당한 민원과 업무지시를 방지하고 정신·육체적 피해를 최소화하며 입주자 등에 대한 관리서비스 등 본연의 업무제공을 위해 동영상을 재생한 것이어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허용되는 행위’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피고인 B씨의 이익이 동영상에 수록된 C씨의 정보에 대한 명예 등의 권리보다 명백하게 우선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CCTV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제8조 제3항에서 정한 보안 및 방범 목적 등에서 설치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 B씨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업무상의 필요는 관리사무소의 CCTV를 통한 개인정보 수집 목적의 범위에서 이용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피고인 B씨는 C씨가 지속적으로 관리소장인 B씨와 관리직원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했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안건을 설명하고 동대표들의 실태 파악을 위한 자료 제출 요청에 응하기 위해 동영상을 재생한 것이어서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반드시 관리사무소의 CCTV에 담겨있는 개인정보를 이용해 동영상을 제작하고 재생하는 행위가 필요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 B씨는 관리사무소 CCTV에 수록된 개인정보의 처리자로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 목적에 맞게 처리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CCTV에 담겨있는 개인정보를 이용한 행위 자체가 업무의 정당한 수행을 위해 합목적적으로 요구되는 행위라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다만 재판부는 “C씨가 여러 차례 피고인 B씨를 고소했다가 무혐의처분이 되는 등 지속적인 분쟁이 있었고 C씨가 B씨와 관리직원 등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데 대한 대응 과정에서 이 사건에 이르게 된 점, 동영상을 시청한 사람은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 9명과 C씨여서 동영상으로 인해 C씨의 권리가 중대하게 침해되는 결과는 발생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인 B씨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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