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관리방식 변경을 이유로 근로계약기간 만료 이전에 경비원을 해고한 것은 해고를 위한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법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12단독(판사 임재훈)은 최근 서울 강동구 A아파트에서 근무한 경비원 B씨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소송에서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B씨에게 1524만여원을 지급하고, 7월 복직 시 또는 2020년 2월 중 먼저 도래하는 날까지 월 195만여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 B씨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아파트 대표회의는 근로기준법상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고 있다.

대표회의와 B씨는 지난해 2월 계약기간을 2020년 2월까지로, 임금을 월 120만원으로 해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8월 대표회의는 B씨에게 그해 9월까지만 근무하라는 해고통지를 했고 B씨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후 대표회의는 관리방법을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로 변경함에 따른 근로계약 해지 및 해고예고 통보를 했다.

B씨는 대표회의에 ‘A아파트에서 근로계약기간까지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고용승계 조치를 해주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증명, 선정된 관리업체에도 잔여기간 동안 근무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B씨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A아파트 경비직으로 근무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B씨는 “관리방식 변경 결정은 근로계약서에서 말하는 ‘담당업무의 소멸’에 해당하지 않고 민법 제661조의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지도 않으므로 해고통지는 모두 효력이 없어 근로계약은 아직 유효하다”며 “본인은 지금도 복직을 희망하고 있으나, 대표회의의 거절 의사가 확고한 만큼 대표회의는 근로계약기간의 임금, 퇴직금 전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대표회의는 “관리업체와 B씨의 고용승계를 보장하기로 했으나 B씨는 2020년 2월까지의 근로계약을 제시하며 관리업체로 소속되기를 거부하고 직접 고용을 주장했고, 이에 대표회의는 ‘근로자의 담당업무가 소멸된 경우 본 근로계약을 해지한다’는 근로계약서에 의해 B씨를 해고하기로 결정했다”며 “B씨가 처음과 달리 용역업체로 들어가 계속 경비업무를 하길 희망한다고 알려와 회의를 개최해 상의한 결과 상호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등의 이유로 고용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반박했다.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의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민법의 ‘고용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도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규정이 적용된다. 민법은 ‘그러나 그 사유가 당사자 일방의 과실로 인해 생긴 때에는 상대방에 대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부득이한 사유란 고용계약을 존속시켜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경우를 말하고 고용관계를 계속 유지하는데 필요한 신뢰관계를 파괴하거나 해치는 사실도 부득이한 사유에 포함된다’고 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관리업체와 원고 B씨의 고용승계를 보장하기로 했으나 원고 B씨가 직접 고용을 주장했고 이후 고용승계를 희망하기까지 시일이 걸려 위탁관리업무 전환이 2개월 지체됐으며, 관리업체도 근무자를 선정하고 업무인수에 필요한 조치를 한 사정을 모두 보더라도 원고 B씨가 고용계약상의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는 등으로 신뢰관계가 파괴돼 근로계약 존속을 강제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러 근로계약을 해지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아파트 관리방식을 변경하는 것을 두고 근로계약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담당업무의 소멸’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다”면서 근로계약 해지는 위법해 무효라고 밝혔다.

또한 “근로계약 해지가 무효인 이상 원고 B씨는 피고 대표회의의 책임 있는 사유로 근로제공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됐으므로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B씨에 해고처분 효력 발생일로부터 원고 B씨의 복직 시 또는 근로계약기간 만료일인 2020년 2월 중 먼저 도래하는 날까지의 임금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금 액수로는 “지난해 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임금 월 120만원, 퇴직금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한 30일분의 평균임금으로 계산한 금액인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으나, 최저임금에 월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해 임금을 산정한다”며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B씨에게 1524만여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원고 복직 시 또는 근로계약기간 만료일 중 먼저 도래하는 날까지 월 195만여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서술했다.

아울러 “원고 B씨는 피고 대표회의의 복직 거절 의사가 확고한 만큼 근로계약기간의 임금과 퇴직금 전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나, 인정범위 외에 나머지 부분은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어 이를 초과하는 원고 B씨의 임금, 퇴직금 지급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이 판결은 양측 모두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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