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소방시설공사업법에 따른 공사 착공신고를 접수하지 않고 아파트 소방시설 공사를 한 업체와의 도급계약을 입주자대표회의가 해지한 것은 적법하므로, 업체는 이미 진행된 공사를 제외한 공사대금을 대표회의에 요구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5단독(판사 김혜진)은 최근 대구 달성군 A아파트의 소방시설물 교체 등 공사를 진행한 소방업체 B사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청구소송에서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B사에 2730만여원을 지급하고, 원고 B사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아파트 대표회의는 2017년 6월 아파트 화재수신기 및 소방시설물 교체, 소방서 지적사항 보수공사 등을 수행할 업체 선정을 위해 입찰공고를 했고 소방업체 B사가 최저가 9370만원으로 응찰해 선정됐다.

대표회의는 B사와 ▲화재수신기 교체 및 CRT 설치(이하 ‘1공사’) ▲지적사항 보수사항(이하 ‘2공사’) ▲소방공사(이하 ‘3공사’) ▲승강기 비상 인터폰 통합설치 공사(이하 ‘4공사’)에 관해 공사대금 9370만원, 공사기간 2017년 7월 17일부터 9월 30일까지로 정해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다.

B사는 계약 체결 이후 소방시설공사업법에 의한 착공신고가 접수·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1공사를 위해 신형 화재수신기 및 CRT 설치를 준비하는 한편 기존에 설치돼 있던 화재경보 수신기를 철거해 공사를 진행했고 그 무렵 2, 3공사는 완료됐다.

2017년 9월 12일 대표회의는 B사가 착공신고 없이 기존 화재경보 수신기를 철거해 위법하게 공사를 진행한다는 이유로 공사를 중단시켰고, B사의 현장대리인에게 공사도급계약 해제 내지 파기를 통보하면서 계약파기합의서를 작성했다.

이후 대표회의는 화재수신기 공사업체를 다시 선정해 C사와 공사대금 1억700만원의 공사 도급계약을 체결, C사는 그달 26일 착공신고를 마친 뒤 화재수신기 교체공사를 진행해 그해 11월 공사를 마쳤다.

이에 B사는 “9616만여원의 공사대금을 지급하라”며 대표회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방시설공사업법에 따르면 공사업자가 소방본부장이나 소방서장에 착공신고를 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한 때에는 시·도지사가 소방시설업자 등록을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시정 또는 영업 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선 재판부는 “이번 공사도급계약은 원고 B사의 공사 진행상 귀책사유로 적법하게 해지됐다”고 밝혔다.

B사의 기성고(총 공사비 중 공사한 부분의 공사비)에 따른 공사대금 청구는 “수급인이 공사를 완공하지 못한 채 공사도급계약이 해제되면 기성고에 따른 공사대금을 정산해야 한다”며 “공사 중단 및 계약 해제 당시 1공사에 관해 기성고율 31.07%, 기성 공사대금 2482만원 상당의 공사가 진행됐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B사에게 기성고에 따른 공사대금 2730만여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면서 받아들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B사의 ‘1공사를 위해 제작한 기기들을 대표회의의 공사 중단 요구로 인해 설치하지 못한 채 창고에 보관 중이고 기기들은 규격이 정해져 있어 다른 공사에는 사용할 수 없으므로 기기 제작에 따른 공사비도 기성고 산정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에 “원고 B사가 착공신고 없이 화재수신기 교체 공사를 진행한 귀책사유로 인해 계약이 중도 해제됐고 공사 중단 시점까지 원고 B사의 기기들이 공사현장에 설치된 바 없다”며 “계약 해제 당시 이 기기들에 관해 기상 공사내역으로 인정하기로 합의했다거나 원고 B사가 후속 공사 과정에서 이 기기들을 승계 및 이전해 줬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어 공사 중단 시점의 기성고 산정에 있어 공사현장에 투입되거나 제공되지 않은 기기의 제작비용은 포함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또한 2, 3공사 기성 공사대금 지급 주장에도 “원고 B사와 피고 대표회의는 계약 해제 당시 원고의 귀책사유에 따른 책임으로 공사 중단 당시 이미 시공이 완료된 2, 3공사의 대금 일체를 포기하기로 정해 계약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에 관해 합의했다”며 “합의에 따라 원고 B사는 2, 3공사의 공사대금을 포기했다고 할 것이므로 공사대금 청구는 이유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계약파기합의서를 작성한 B사의 현장대리인이 공사 시공 업무만을 담당할 뿐 공사대금채권 포기 권한이 없으므로 합의는 효력이 없다’는 주장도 “현장대리인이 계약 해제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 방법과 범위에 관해서도 원고 B사를 대리해 정산 합의할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받아 계약파기합의서를 작성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기각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B사에게 공사대금으로 273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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