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가 이슈메이커다.
야생 멧돼지는 북한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를 옮긴 매개체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달 2일 연천 비무장지대에서 처음 확인된 이후 지금은 돼지열병이 소강상태로 잠잠하지만, 야생멧돼지에선 지속적으로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어 당국은 여전히 비상이다.

그런 멧돼지가 번식기와 맞물려 먹이를 찾아 도심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파트 단지까지 들어와 버젓이 활보하고 있어 입주민들의 불안감이 크다.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경찰의 요청을 받아 멧돼지 출몰에 주의하라는 방송을 하기도 한다니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멧돼지는 한 마리만 다니는 것이 아니라 떼를 지어 몰려다니기도 한다. 위협적이다. 아파트 단지만이 아니라 지하주차장까지 들어가 그곳에서 사살되기도 했다. 때로 주차된 차량의 사이드미러나 문 등을 망가뜨리고 도망가기도 했다. 도심을 활보하다 상가 유리창을 들이받기도 했다.

신고 사례만큼 출몰도 전국적으로 나타난다. 서울 도심부터 일산, 청주, 대구, 여수, 부산 등 가히 지역불문, 장소불문이다.

전문가들은 멧돼지의 잦은 출몰이 교미철 영역 다툼에서 밀렸거나 포획을 피해 산에서 내려온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한반도 남쪽에만 멧돼지의 개체수가 30만 마리에 이른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엄청난 숫자다.

야생 멧돼지는 평소에는 온순하고 사람을 보면 먼저 피하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요즈음의 시기에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멧돼지의 짝짓기 기간은 가을의 끝 무렵인 이달부터 시작이다. 이때는 멧돼지들이 매우 흥분한 상태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멧돼지는 부상을 당하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반격하는 특성이 있다.특히 날카로운 송곳니는 칼보다도 무서운 흉기다.

돼지의 한 종류이기에 미련하고 둔하며, 느린 동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본래 초식동물이었지만 토끼, 들쥐 등 작은 짐승부터 어류와 곤충에 이르기까지 아무 것이나 먹는 잡식성 동물로 변화했다. 게다가 매우 빠르고 힘세고 높은 곳도 순식간에 오르며, 헤엄도 잘 친다. 시속 50㎞ 이상으로 빠르고, 2㎞까지 쉽게 헤엄친다. 마주치면 도망가기 쉬울 것으로 예단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은 멧돼지와 만났을 때 당황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멧돼지와 직접 마주쳤을 경우 침착하게 움직이지 말고 절대 정숙할 것을 조언한다. 멧돼지는 눈을 피하면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해 공격을 하게 된다. 그렇기에 대치한 상황에서는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 은폐물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이동해야 한다. 우리가 우화에서 본 것처럼 곰을 만났을 때 사용하는 방법인 ‘가만히 서있기’는 멧돼지에게는 아주 위험한 방법이라고 한다. 멧돼지는 특성상 앞만 보고 돌진하는 직진성 동물기에 정면에 서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먼저 위협하지 말아야 하며 뛰거나 소리치지 말고, 천천히 뒷걸음쳐 주변의 나무, 바위 등에 몸을 신속하게 대피한 뒤 119나 지자체에 신고할 것을 주문한다. 멧돼지는 또 후각이 예민한 만큼 바람을 등지고 안전한 장소로 대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도 ‘멧돼지와의 전쟁’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단지에도 자주 출몰하므로 관리종사자들은 미리 미리 멧돼지의 특성을 숙지하고 평소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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