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비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에서 관리비 통장을 별도로 개설해 관리비 수납 및 집행사용 실적을 입주자대표회의에 정산·공시할 의무가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최근 서울 강서구 A아파트 전(前) 위탁관리업체 B사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기타(금전) 청구소송에서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B사에 1억1471만520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42세대로 이뤄진 이 아파트는 2014년 2월 관리업체 B사와 3년을 기간으로 하는 아파트 도급관리계약을 체결했다. 대표회의와 B사는 관리계약에서 별도의 자격을 갖춘 관리소장을 두지 않고 B사가 파견한 직원들은 미화, 시설관리업무, 관리비 부과·징수 등 업무를 수행하기로 했고 소방과 같은 전문 시설관리업무는 B사가 제3의 업체에 재위임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관리소장의 업무는 대표회장 C씨가 수행했고 그 대가를 판공비 형식으로 월 20만원씩 B사가 먼저 지급한 뒤 월 용역비와 대표회의를 대신해 지급한 전기료, 전기안전비 등과 함께 지급받는 방식을 취했다.

대표회의는 B사에 2016년 6월부터 2018년 7월까지 관리비 및 대납전기료 등 1억1471만520원을 지급하지 않았고 이에 B사는 관리비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대표회의는 “B사는 관리비통장을 공동명의로 개설해 관리하거나 수납과 집행사용 실적을 정산·공시할 의무가 있음에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2년간 돈이 입금되지 않음에도 시정을 요구하거나 입주자들에게 고지하지 않은 것은 대표회장 C씨의 횡령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어 채무로 상계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이 아파트는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이 아니어서 원고 관리업체 B사를 공동주택관리법상 독자적 관리비 징수 권한을 갖고 업무를 수행하는 관리주체로 볼 수 없고 어디까지나 피고 대표회의와의 관리계약에 따라 일정한 위임사무를 수행하는 자로 볼 수 있다”며 “이 사건 관리계약에서 원고 B사와 피고 대표회의가 별도의 관리소장을 두지 않고 대표회장 C씨가 그 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고 대표회의는 이 사건 관리계약 이전 및 관리계약 기간에 피고 대표회의 명의의 계좌를 개설해 그 계좌로 관리비를 수납받아 통장을 C씨가 보관하며 원고 B사 등의 청구에 따라 해당 대납전기료 등을 피고 대표회의가 이체해주는 방식으로 관리비 통장을 관리해왔다”며 “계약의 각 규정은 공동주택관리법상 관리주체로서 관리소장을 두고 활동하는 관리사업자를 전제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고 각 규정만으로 피고 대표회의에 관리비 통장을 별도로 개설해 관리하거나 관리비 수납사항과 집행사용 실적을 정산·공시할 의무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원고 B사가 2년간 대납전기료 등을 받지 못했음에도 이에 관한 시정을 요구하거나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고지하지 않았더라도 그것만으로 원고 B사가 대표회장 C씨의 횡령행위를 알면서도 방조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B사에 1억1471만52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