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동대표 해임투표에서 선거종사원으로부터 선거인 명부를 뺏어 가져가고 이를 위해 선거종사원의 손목을 잡아당겨 상해를 입힌 해임투표 당사자인 동대표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청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윤성묵 부장판사)는 아파트 동대표 선거에서 선거인 명부를 가져가 도주하고 그 과정에서 선거종사원에게 폭력을 행사한 충북 청주시 A아파트 전 동대표 B씨에 대한 업무방해, 상해 항소심에서 “피고인 B씨를 벌금 200만원에 처한다”는 1심 판결을 인정, B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2017년 9월 B씨는 A아파트 동대표 해임선거에서 투표를 할 것처럼 선거종사원 C씨에게 신분증을 제시하고 선거인 명부에 서명을 하는 척하면서 선거인 명부를 갖고 도주했다. 이로써 약 1시간 동안 투표를 진행하지 못했다. B씨는 선거인 명부를 가져가는 과정에서 C씨가 명부를 잡고 놓지 않자 C씨의 손목을 잡아당기는 등의 방법으로 폭력을 행사했다.

이에 B씨는 “C씨의 선거업무가 관련법령 및 규약에 위반돼 업무방해죄에서 보호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고, 본인은 C씨와 선거인 명부를 두고 밀고 당긴 사실은 있으나 C씨의 손목을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에 따르면 2017년 8월 청주지방법원 결정으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직무대행자로 D변호사가 선임됐다. D직무대행자 등은 그해 9월 동대표들의 신임을 묻기 위한 해임투표를 실시했고 투표 과정에서 C씨에 대한 업무방해 행위가 발생했다.

B씨 외 3명은 ‘해임결의는 해임투표를 진행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자체가 위법해 무효’라는 취지 등으로 ‘동대표 해임결의 효력정지 및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법원은 해임결의 등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 지난해 3월 그대로 확정됐다.

청주시는 이 사건 투표 전 관리소장 명의로 된 ‘회장직무대행의 위법행위 보고 및 조치요청’이라는 제목의 민원서류를 제출받았는데, 2017년 10월 ‘이 아파트의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에 관한 절차 위반 사항(관리규약)은 대표회의에서 제출한 선관위 구성(관리소장 추천자 제외) 내용에 따라 종결 처리했음’을 D직무대행자에게 통지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투표가 적법한지 여부를 떠나 법원에 의해 적법하게 선임된 직무대행자 등에 의해 투표가 진행됐고 투표 및 그로 인한 해임결의 등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중대한 절차상의 하자가 없다는 판단까지 내려진 이상 C씨의 해당 사무가 위법의 정도가 중해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는 경우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선거종사원 C씨의 선거 관련 업무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있어서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상해 부분도 CCTV 동영상 등에 따라 범죄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전 동대표 B씨는 이러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 “D직무대행자가 동대표들에 대한 신임을 묻는 과정에서 동대표인 본인 등에 대해 해임사유의 적시나 소명의 기회도 부여하지 않은 가운데 해임투표를 진행했고 관리규약을 위반한 채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한데 대해 청주시장의 시정명령이 있었음에도 이를 시정하지 않고 계속 진행했다”며 “해임투표 절차는 위법의 정도가 중대해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도 “선거관리위원회가 해임 발의된 피고인 B씨 등 대상자들에 대해 소명자료를 제출하도록 조치한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대표회장 직무대행자가 관리규약을 위반한 채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해임투표를 개시하는 등 투표 시행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선거종사원 C씨의 업무가 반사회성을 띠게 돼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1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인 B씨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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