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판결···“근로자 불리하지 않아” 본계약 거부는 이유 없어 ‘부당’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오피스텔 관리업체가 취업규칙에 수습기간을 3개월로 정했더라도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해 정한 1개월 수습기간의 근로계약이 근로자에게 불리하다고 볼 수 없어 근로계약은 유효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만, 업체가 직원의 근로계약기간 만료 후 본계약 체결을 거부한 것은 객관적·합리적 이유가 없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봤다.

서울고등법원 제6행정부(재판장 박형남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동작구 A오피스텔 상가의 위탁관리업체 B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B사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1심 판결을 인정, B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A상가 관리단대표회의는 관리업체 C사와 2017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상가 서비스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했고 C사는 2015년 5월부터 A상가 시설과장으로 근무한 D씨와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관리단대표회의는 C사가 부가가치세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7년 8월 위탁계약을 해지했고, 그달 직원 고용승계를 입찰조건으로 명시해 입찰공고를 실시했다. 다음 달 공개입찰을 통해 B사를 새 업체로 선정한 후 위탁계약기간을 2017년 9월부터 2019년 9월까지로 정해 위탁계약을 체결했다.

C사 소속 근로자 7명 중 5명은 A상가에서 계속 근무하기를 희망했고 이에 B사는 별도 채용공고 절차 없이 5명과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이 근로계약서에는 계약기간을 2017년 9월부터 10월까지로 정하고, 근로계약기간 만료 시 근로계약관계는 자동 종료되며 별도 해고 예고 없이 자동 해지되며, 근무태도 등을 평가하기 위해 취업일로부터 3개월을 수습기간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2017년 9월 B사는 관리소장을 통해 D씨에 대한 근무평가를 실시, 낮은 근무평가를 이유로 그해 10월 D씨에게 근로계약 종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D씨는 근로계약 종료 조치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노동위원회는 D씨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하면서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부당해고로 인해 받지 못한 임금상당액의 지급을 명하는 판정을 내렸다.

B사는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했으나 같은 이유로 기각 판정을 받았다.

이에 B사는 “고용승계 입찰조건을 삭제한 수정 입찰 공고문에 따라 입찰 절차에 참가했고 수습기간 규정 적용 없이 1개월 동안 잠정 근무 후 재고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조건으로 이를 수용한 D씨 등과 단기 계약을 체결한 점 등 D씨에게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며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업무 불이행, 직장 내 부조화 등으로 낮은 근무평가를 받은 점 등 근로계약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취업규칙에서 신규 채용된 자는 신입직, 경력직 모두 최초 근무 개시 날부터 3개월간을 수습기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근로계약에서 정한 1개월 1일의 근로계약기간은 취업규칙에 미달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또 B사는 D씨에게 근로계약기간 종료 문자메시지를 보냈을 뿐 수습기간 중 해고하는 구체적·실질적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한 바 없어 근로기준법에 따른 서면 통지 의무를 위반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보고 B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B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B사와 D씨가 개별적으로 수습기간을 1개월 단기로 정한 것이 취업규칙에 미달한다고 볼 수 없다며 근로계약기간 만료로 계약을 종료한 것이라고 보면서도, 서면 통지 의무 위반 부분은 1심과 같이 절차상 위법으로 부당해고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용자는 수습기간 중에도 유보된 해약권을 행사해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이 가능해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에서 수습기간을 일정 기간 정하고 있더라도 그 기간 동안 근로자의 지위가 보장된다고 볼 수 없고, 수습기간 중 해고와 수습기간 만료 후 본계약 체결 거부 사유는 통상적인 해고에 비해 폭넓게 인정돼 수습 근로자의 지위는 통상 근로자에 비해 불안정하다”며 “취업규칙에서 수습기간을 일정하게 보고 있더라도 사용자와 근로자가 개별적인 교섭에 의해 수습기간을 그보다 단기로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면 취업규칙을 적용해 일률적인 수습기간을 적용하는 것이 반드시 근로자에게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개별로 정한 수습기간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으로 근로기준법에 위배돼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원고 B사의 취업규칙은 수습기간을 3개월로 규정하고 있으나, 이보다 수습기간을 단기로 정한 근로계약이 시설과장 D씨에게 불리하다고 할 수 없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 근로계약은 수습기간을 3개월로 한다고 명시했으나 이는 원고 B사가 종래 근로자들과 체결하는 근로계약서 상의 부동문자로 보일 뿐, 이와 배치되는 원고 B사와 D씨가 별도 합의로 정한 수습기간이 우선한다”고 못 박았다.

또 “원고 B사와 1개월 근로계약을 체결했다가 이후 계약기간 1년 또는 무기계약을 체결한 경우까지 3개월 수습기간이 일률적으로 적용된다고 하면 해당 근로자는 정식 근로계약을 체결하고도 2개월간 수습기간 근로자와 같은 불안정한 지위에 있게 된다”며 “이번 근로계약에서 정한 1개월 수습기간이 취업규칙에 미달하는 조건이라 볼 수 없어 이 기간은 유효하고, 근로계약은 약정한 계약기간이자 수습기간의 만료로서 종료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본계약 체결 거부에 합리적 사유가 있는지 여부에는 “수습기간이 채 종료되지도 않은 시점이자 계약 체결일로부터 불과 19일 만에 관리소장 1명에 의해 근무평가가 이뤄졌고 근무성적을 낮게 평가한 이유에 대해 근거자료가 없어 근무평가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원고 B사가 D씨의 수습기간 만료 후 본계약 체결을 거부한 데 객관적·합리적 이유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해고사유가 정당하게 인정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원고 B사는 D씨에게 근로계약기간 종료 문자메시지를 보냈을 뿐 수습기간 중 해고하는 구체적·실질적인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한 바 없어 이 조치는 서면 통지 의무를 위반한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 B사와 D씨 사이의 근로계약은 수습기간 및 계약기간을 1개월로 하는 계약으로서 유효하되 원고 B사가 수습기간 만료 후 본계약 체결을 거부한 데에는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서면 통지 의무를 위반한 절차상 위법도 있어 근로계약 종료 조치는 부당해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 판결은 B사가 상고를 제기하지 않아 9월 19일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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