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법 판결

당일 방수작업 예정 안 돼 있어
안전보호의무 과실 책임 없어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아파트 옥상 승강기 기계실 위에서 페인트 방수작업을 하던 시설관리자가 추락해 사망했으나 사건 당일 방수작업을 지시했다고 보기 어려워 입주자대표회의에는 위험방지조치 및 안전보호 의무 소홀의 책임이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방법원 민사6단독(판사 이준철)은 최근 서울 도봉구 A아파트 시설관리자 망인 B씨의 배우자 C씨와 아들 D씨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아파트 변전실 관리주임으로 고용돼 지난해 3월 5일부터 시설관리 업무를 담당한 B씨(올해 3월 5일까지 계약기간)는 2018년 5월 14일 14시 50분경 이 아파트 옥상에 있는 승강장 기계실(이하 ‘옥탑’) 위에서 페인트 방수작업을 하던 중 약 5m 아래에 있는 옥상 바닥으로 추락했고 이로 인해 결국 사망했다.

C·D씨는 “대표회의는 추락의 위험이 있는 장소인 옥탑에서 페인트 방수작업을 하도록 지시했음에도 안전모나 안전대를 상비해놓거나 B씨에게 지급해 착용토록 하지 않았고 옥탑에 추락방호망이나 난간 등을 설치하는 등의 위험방지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며 “이 사건 추락사고는 대표회의의 B씨에 대한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따른 것이므로 망인과 가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C·D씨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변전실 관리주임 망인 B씨가 추락사고 발생 당일에도 방수작업을 하리라는 점을 대표회의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재판부는 “피고 대표회의는 지난해 4월 30일자 정기회의에서 이 아파트 옥탑 누수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방수작업을 실시하고 옥상에 있는 수도와 화분 등을 철거·정리하기로 의결했다”며 “이 아파트 관리소장은 지난해 5월 4일 방수작업 실시 공고를 했고 작업 기간은 지난해 5월 8일부터 11일까지, 작업담당자는 B씨, 동대표 E씨, 감사 F씨였다”고 전했다.

또한 “망인 B씨 등은 지난해 5월 8일 방수작업을 실시해 같은 달 11일 최종 마감을 위한 상도작업만을 남겨둔 상태에서 본 작업인 중도작업까지 마쳤다”며 “대표회장 G씨는 같은 해 5월 12일 새벽부터 내린 비에도 이 아파트 옥탑 내부에 누수가 발생하지 않자 B씨 등에게 남은 상도작업은 하지 말라고 지시한 후 인건비(수고비)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관리소장 H씨 또한 지난해 5월 14일 오전에 있었던 직원회의에서 B씨 등에게 옥상에 있는 수도와 화분 등의 철거 및 정리 작업만을 지시했을, 뿐, 나머지 방수작업을 지시하지 않았다”며 “추락사고가 발생한 당일 망인 B씨와 함께 방수작업을 했던 I씨는 대표회장 G씨나 관리소장 H씨가 아니라 B씨의 부탁을 받고 작업을 도와줬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표회장 G씨는 원고들 주장과 같은 안전조치 미이행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았으나, 검사는 지난해 11월 16일 추락사고 이전에 방수작업이 완료돼 사건 당일 방수작업이 예정돼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G씨가 사건 당일 망인에게 방수작업을 지시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혐의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했다”며 “피고 대표회의에 이 사건 추락사고에 대한 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 C·D씨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D씨는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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