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미화원이 동료들의 폭행에 대항하던 과정에서 동료 미화원의 손가락, 옆구리에 상해를 입혔다는 혐의로 기소됐으나, 법원은 “증거가 없고 상해를 입혔어도 이는 정당방위”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판사 권영혜)은 최근 동료 미화원이 자신을 폭행하자 이에 대항해 상해를 가한 혐의로 기소된 서울 금천구 A아파트 미화원 B씨에 대한 상해 선고심에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미화원 B씨와 D씨는 사건 당일 B씨가 평소 작업반장인 D씨의 말을 듣지 않고 휴가를 가면서도 자신에게 직접 보고하지 않았다는 문제로 말다툼을 했다.

또한 D씨는 “미화원 C씨가 예식장에 갈 수 있도록 하루 빼주려 했는데 B씨 본인이 반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C씨가 예식장 가는 것을 무단결근했다고 입주자대표회장에게 이른다고 하냐”며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C씨는 B씨가 자신이 예식장에 가지 않았는데 회장에게 이른다고 했다며 B씨를 대표회장에게 끌고 가려 했고 B씨는 이를 뿌리치며 말다툼을 했다.

이후 상황에 대해 B씨는 “C씨가 멱살을 잡고 밀어 바닥에 넘어졌고 내 옆구리를 찼으며, D씨도 발로 내 다리를 찼다”고 진술한 반면, C씨와 D씨는 “B씨의 멱살을 잡거나 밀어 넘어뜨린 사실이 없고 이미 B씨가 누워서 넘어져 있는 상태였다”며 B씨의 주장을 부정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증언을 비롯한 피해자들의 진술은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사실관계를 축소하거나 과장한 정황이 엿보이고 같은 상황임에도 서로 간에 진술이 일치하지 않거나 당시 현장에 있었던 다른 직원의 진술과 비교해보더라도 수긍하기 어려워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C씨는 경찰조사에서 상해를 입은 경위나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을 계속 다르게 하고 있고 피고인 B씨의 신고로 수사가 진행되자 사건 발생일로부터 9일이 지난 후에야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았으며, 경찰조사에서 피고인 B씨가 손가락을 꺾어 다치게 됐다는 취지의 진술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누군가 밀거나 어떠한 행위조차 없었는데 ‘피고인 B씨가 이미 누워 있었다’는 C씨의 진술은 그 자체로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동료 미화원 E씨는 C씨와 D씨가 B씨를 폭행하는 부분은 보지 못했다고 하면서도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나 고개를 돌려보니 B씨가 바닥에 누워 있기에 B씨를 감싸 안아 보호했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단순히 싸움을 말렸다는 것도 아닌 ‘피고인 B씨를 보호했다’는 표현을 계속 사용해 피고인 B씨가 C씨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상황이었음을 추단케 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피고인 B씨와 동료 D씨의 당시 자세와 위치, 거리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 B씨가 C씨의 왼쪽 옆구리를 차기는 어려워 보여 D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설령 피고인 B씨와 C씨가 서로 손을 잡고 뿌리치는 상황에서 C씨의 손가락이 꺾였다 하더라도 피고인 B씨가 고의로 폭행 내지 상해를 가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또 “피고인 B씨가 발버둥을 치는 과정에서 발이 D씨의 몸에 닿았을 가능성도 있으나, 그러한 행위는 피고인 B씨가 여러 명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감싸 움직일 수 없던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저항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일어난 것으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인 B씨가 C, D씨를 폭행해 상해를 가했다는 증거가 없어 피고인 B씨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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