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지난달 17일 장수명 실증주택의 준공식이 세종특별자치시 다정동 현장에서 개최됐다. 이 실증동은 ‘비용절감형 장수명 주택 보급 모델 개발 및 실증단지 구축’ 연구의 한 부분으로, 총 1080세대 가운데 116세대다. 실증동은 세대 전용면적 59㎡로 15층 2개동으로 구성돼 있다. 1개동은 라멘구조로 우수등급(30세대)과 최우수등급(28세대), 다른 1개동은 무량판구조의 양호등급(58세대)을 적용했다.

장수명 주택 인증기준은 2014년 12월 25일부터 시행된 인증제도를 따르고 있는데, 인증등급은 4개 등급으로 구분돼 있으며, 1000세대 이상 단지는 일반등급이 의무화돼 있다. 이 실증동에서는 일반등급은 제외하고, 양호등급, 우수등급, 최우수등급을 대상으로 실증 건설한 것이다.

장수명 주택은 주택법에서 ‘구조적으로 오랫동안 유지·관리될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추고, 입주자의 필요에 따라 내부구조를 쉽게 변경할 수 있는 가변성과 수리용이성 등이 우수한 주택’으로 정의하고 있다. 

공동주택이 중심이 돼 있는 우리나라의 주택시장에서 준공 후 30~40년 경과한 수준에서 재건축이 일반화돼, 선진 외국의 주택수명에 비해 절반 이하에 그쳐 자원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아울러 재건축한 공동주택의 사례에서는 공동주택의 콘크리트 구조체의 수명은 문제가 없으나, 콘크리트 구조체 속에 매설 시공하는 설비수명의 한계, 내부공간 및 단지환경의 노후화 문제로 재건축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건축물 측면에서는 공동주택의 구조체의 수명한계로 인한 안전문제가 아니라 설비수명이나 공간적인 사용 등의 기능적인 수명문제가 주원인으로 파악돼, 주택자원의 낭비, 폐기물 대량발생 및 처리, 철거와 건설에 따른 이산화탄소 발생이라는 문제점이 표출됐다. 여기에 재건축을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사회적인 측면까지 겹쳐, 유지관리를 소홀히 해 노후화를 촉진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우리나라에서 일반화돼 있는 콘크리트 구조체의 내구성을 전제로 해, 방 단위의 벽식구조를 사용하는 공동주택 공간구성의 획일화를 탈피하고 거주자 요구의 다양성과 변화를 반영하는 가변성(기능적 수명)을 확보하면서, 구조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은 설비의 점검·교체가 쉽고, 사용관점에서 공용부분과 전용부분, 소유구분을 명확히 한 수리용이성을 핵심내용으로 장수명 주택 모델을 연구개발하게 됐다. 또한 장수명 주택의 초기 건축비용이 일반 벽식구조 공동주택에 비해 비싸서 보급이 어렵다는 측면을 고려해 비용을 줄여 업계에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의 모색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주동의 2개동을 실증동으로 채택하고, 기존 벽식구조방식을 기둥방식으로 바꾸되 구조체 비용을 줄이기 위한 설계방안을 모색했다. 일반 벽식구조가 공간구성을 위해 불필요한 요철이 많다는 점, 필로티를 설치하기 위해 필로티 상부에 구조전환층을 설치해야 하는 점, 주동 직하부를 설비 공간 외에 잘 사용하지 않아 비용낭비 요소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불필요한 비용상승 요소를 제거하는 설계 합리화 방안을 모색하고, 비용증가요소를 억제했다. 지상부분의 주택부분과 지하부분의 활용을 고려해 구조방식, 기둥크기 및 위치, 상하모듈의 설정, 주동 직하 지하층의 주차장화, 지상부분의 필로티 설치, 불필요한 요철 없는 외벽의 단순화와 디자인 등에 대한 검토와 함께 라멘구조의 층고 절감 공법적용(층고 3000㎜), 내부공간 및 자재의 치수조정 합리화, 단차 없는 슬래브 등을 통한 비용절감을 도모했다. 실증을 통해서 벽식구조 아파트 대비 양호등급은 약 3%, 우수 및 최우수 등급은 약 6% 정도 상승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초기비용은 약간 증가하지만 100년 정도 사용한다는 가정 하에 생애주기비용을 고려하면 일반주택 대비 11~18%의 비용의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이익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내구성 향상을 위해서 우수·최우수 등급은 설계강도(27Mpa)와 피복두께(10㎜)를 증가시켰다. 가변성 향상을 위해 슬래브 상부 단차를 없애고 층상벽배관 방식을 적용하고, 거실과 방의 크기 및 개수 조절, 부엌의 위치 변경, 현관분리 부분임대형 도입 등 생애주기의 변화에 따른 공간의 사용방법을 변화할 수 있도록 했다. 화장실벽체는 ALC 블록, 내부공간은 건식칸막이 경량벽체(우수·최우수 등급은 천장과 바닥마감 후 경량벽체 설치로 이동 용이성 증가) 시공, 세대간벽으로 양호등급은 내력벽, 우수·최우수 등급은 내력벽과 동등한 성능수준인 경량칸막이 벽체 설치했다. 거주자 변화, 거주자의 가족변화 및 요구변화에 따른 공간의 변화에 따른 벽체의 변화와 설비의 변화도 고려했다.

수리용이성을 위해서는 공용부분과 전용부분의 분리, 2중배관의 설치, 자기 집에서 화장실 배관의 유지관리가 용이한 층상벽배관 방식과 마감판 건식화, 배관공간의 수리 및 교체를 위한 점검구 확보 및 공간유지, 부엌 이동 및 부분 임대형을 고려한 설비공간의 배려 등 향후 설비배관의 점검, 교체 등에 대한 배려 설계·시공이 이뤄졌다. 성능실험관 2세대에 건식온돌바닥 시공을 실시했고, 일부벽 패널형 벽체 시공, 1세대는 향후 공간변화에 대응한 외벽 변화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건식 부품화 외벽을 시공, 성능시험을 실시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실증동에 적용된 장수명 주택 요소기술은 시공 이전에 동일한 기술에 대해 타 현장의 시공 상황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했거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실험주택에서 규정에 따른 성능시험을 실시해 가능한지 여부를 점검하고 적합성 여부를 판단해 시공했다.

성능실험관 6세대는 일반인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요소기술들을 보여주고 홍보관으로 5년 동안 운영할 예정이다. 4세대는 공간구성의 가변가능 여부를 고려한 시험시공을 거쳐 일반세대에 공급한 공간구성을 10년 임대 후 분양 전환할 시점에서 변경 가능한 공간구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부분 임대형, 남쪽 부엌형, 거실이 큰 형, 작은 방 통합형 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2세대는 2030년의 생활을 가정한 현상공모를 실시해, 대상작과 최우수작을 선정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고 다양한 미래생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체험공간으로 시공했다.

이 실증동은 국내에서 최초로 장수명 주택 인증기준에 의한 양호등급, 우수등급, 최우수등급을 설계·시공하고, 기술의 적용과 비용절감 가능성을 확인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한 건설업체에서 현재 양호등급을 건설하고 있는 현장에서 참고사례로서 활용되고 있는 것처럼, 향후 장수명 주택에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의무화돼 있는 일반등급은 장수명화를 위한 아주 기본이 되는 단계에 그치고 있는 점을 볼 때, 이 실증동이 모든 것을 말해줄 수는 없겠지만 본격적인 장수명 주택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장수명 주택은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곧바로 활성화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라멘구조를 통한 층간소음의 저감, 층상배관 화장실을 통한 소음의 감소 등의 성능향상은 샘플 시험에서 확인된 바 있어, 이러한 성능향상도 장점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가적 차원에서 양호한 주택의 성능향상과 재고 확보, 자원절약, 쓰레기 절감 및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가 있어 사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 거주자에게는 맞춤형 주택 실현과 장기거주 시 생애주기비용의 감소, 리모델링이나 유지관리 용이성이라는 장점이 있고 이웃과 소음으로 인한 분쟁에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건설업체에는 새로운 상품개발에 경쟁력 있는 요소로 활용할 수 있고, 부품산업으로 전환을 통해 주택산업의 발전과 새로운 일자리로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장수명 주택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점도 여전히 남아있다. 공급자의 새로운 변화에 대한 인식전환이 전제돼야 하며, 우수등급과 최우수등급은 115% 이내의 용적률과 건폐율의 인센티브를 활용하고자 하는 인식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시장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유지관리와 연계돼 있는 공공부문이 선제적으로 적용해 민간이 따라올 수 있는 견인방법이 필요하다. LH공사에서 일부 사례에 시범 적용했으며, 확대계획이 수립돼 있다. 아직도 여전히 개발해야 할 부품화 요소기술과 함께 유인제도로 필요하다. 구조체와 설비가 완전하게 분리해야 할 설계와 시공기술도 남아있다. 골조분양방식이나 프리플랜 임대방식 등 공급방식의 다양화도 연구해야 할 과제이며, 자유도를 한 단계 확대하기 위한 설계·시공 기술도 필요하다. 

연구 종료와 함께 개발한 성과를 가이드라인과 지침의 형태로 제공하고, 제도개선도 뒤따를 예정이다. 지금부터 장수명 주택의 시작이다. 3기 신도시와 재건축단지 리모델링에도 부분적인 적용을 기대한다. 향후 10년 안에 인구감소와 가족분화의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장수명 주택은 근미래의 기본적 방향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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