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외벽 재도장 등 공사업자를 정하면서 시정명령이 포함되지 않은 행정처분확인서를 제출한 업체를 선정한 것에 지자체에서 시정명령·공사중지명령을 내린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전주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최치봉 부장판사)는 최근 전북 전주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전주시 완산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중지명령처분 등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대표회의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아파트 대표회의는 지난해 9월 아파트 외벽 재도장 및 옥상 방수공사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입찰공고를 했다.

공사업체 B사는 입찰에 참가하면서 대표회의에게 자신의 주된 영업소 소재지인 대전 유성구청에서 발급한 행정처분확인서와 C협회가 발급한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한 제재처분 확인서’를 제출했다. 행정처분확인서에는 ‘조회대상 행정처분’으로 등록말소, 영업정지, 과징금, 과태료를 명시한 후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해당 사항이 없다는 점이, 제재처분확인서에는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과징금, 영업정지, 등록말소 사항이 없다는 점이 기재돼 있었다.

대표회의는 지난해 10월 개찰을 실시해 적격심사제 세부배점표에 따른 심사결과 최고점을 받은 B사를 사업자로 선정한 후 총 공사대금을 10억7530만여원으로 정해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대표회의는 B사에게 최근 1년간 행정처분 건수가 없음을 전제로 해당 항목에 15점을 부여했다.

완산구청은 대표회의에게 사업자 선정에 있어 위법사항이 확인됐다며 2019년 1월까지 적격심사제 표준평가표에 따라 적법하게 사업자를 다시 선정하고 그 결과를 제출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완산구청이 지적한 위법사항은 ▲시정명령 여부를 포함한 행정처분확인서 제출을 보완 요구해 평가하거나 제출서류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서류를 제출해 입찰 무효사유(미제출)에 해당하므로 무효처리를 했으나 15점으로 평가 ▲입찰공고일 전일부터 최근 1년간(2017년 9월 28일~2018년 9월 27일)의 행정처분확인서 제출을 요구했으나 D사가 제출한 행정처분확인서는 2018년 9월 6일까지임에도 이를 보완요구하거나 입찰무효 처리하지 않고 15점으로 평가 ▲기술자보유 평가를 하면서 산정기준표를 적용 가산점을 부여해 산정할 경우 E사 등 4개 업체의 평가는 10점이어야 하나 단순히 기술자 수로만 산정해 8점으로 평가한 점이다.

완산구청은 대표회의에게 시정명령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공사 중지를 명령했다.

이에 대표회의는 ▲표준평가표의 평가항목 중 행정처분 건수의 행정처분에 시정명령은 포함되지 않음 ▲행정처분확인서나 제재처분확인서를 신뢰해 B사를 선정한 것에는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음 ▲완산구청이 시정명령한 다음 날 공사중지명령을 한 것은 최소한의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은 것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건설산업기본법은 법 위반 제재처분으로 시정명령, 영업정지, 과징금부과처분, 과태료 부과처분을 정하고 있다”며 “건설산업기본법의 적용을 받는 B사의 경우 ‘행정처분 건수’에 포함될 ‘해당 법령의 규정에 따른 행정처분’에는 건설산업기본법상의 시정명령이 당연히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한 “원고 대표회의로서는 입찰참가업체들이 제출한 서류들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피고 구청장에게 시정명령이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또는 시정명령을 포함한 행정처분확인서를 제출받아야 하는지 질의하거나, B사에게 시정명령이 포함된 행정처분확인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며 “원고 대표회의가 B사의 행정처분확인서 등만을 만연히 신뢰한 후 B사를 선정한 것에 귀책사유가 없다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대표회의는 행정처분확인서 등을 발급한 유성구청(C협회에 위탁)은 해당 서류를 신뢰한 자에 대해 제재처분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러한 차이는 유성구청장의 잘못된 법령해석에 기초한 것이므로 피고 구청장이 이와 달리 처분을 한 데에 합리적인 근거가 있고, 원고 대표회의의 주장은 ‘불법의 평등’이 실현돼야 한다는 취지로 법치주의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아울러 “피고 구청장이 시정명령을 한 후 다음날인 지난해 11월 15일 공사중지명령을 한 사실은 있으나, 원고 대표회의는 그해 10월 29일 시정명령 사전통지를 받은 후 11월 6일에 열린 긴급임시회의 결과에 따라 의견서를 피고 구청장에게 제출했고, 그달 12일에 열린 임시회의에서 향후 시정명령 위반을 이유로 과태료가 부과될 경우 법적 대응을 하기로 의결했다”며 “원고로서는 처음부터 시정명령에 따를 의사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약상 공사 기간은 착공일로부터 90일이므로 시정명령에서 정한 바와 같이 상당한 기간을 허락한 후 공사중지명령을 하게 될 경우 공사는 이미 완료됐거나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중단하게 돼 오히려 입주민들이 받게 될 피해가 더 크다”며 “시정명령 다음 날 공사중지명령을 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 구청장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판결은 대표회의가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지난달 12일 그대로 확정됐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