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위임인과 수임인의 개인정보가 기재된 상가 관리 위임장을 당사자 동의 없이 열람하고 관리소장 몰래 촬영한 건물 임차인에게 법원이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수원지방법원(판사 김택형)은 최근 상가 관리 위임장을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경기 용인시 A건물 임차인 B씨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위반 선고심에서 “피고인 B씨에 대한 벌금 30만원의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A건물 관리소장 C씨는 지난해 2월 A건물 구분소유자 D, E씨로부터 상가 관리를 위임받은 F씨로부터 상가관리규약 열람을 요청받자 F씨의 열람 권한을 확인하기 위해 구분소유자 명의의 위임장을 제출받아 보관하고 있었다.

A건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B씨와 소유자 G씨는 D, E씨 소유 호실에서 지난해 2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H약국에 대해 영업정지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분쟁이 있어 왔다. B씨는 F씨가 D, E씨에게 상가 관리 권한을 위임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위임장을 열람, 복사 요청하기로 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해서는 안 되고 누구든지 그 사정을 알고 개인정보를 제공받아선 안 된다.

그런데도 B씨는 관리소장 C씨에게 위임장 열람을 요구했고 C씨는 D, E, F씨의 개인정보가 기재된 위임장을 보여줬다. 또한 B씨는 C씨가 위임장 복사 요청을 거절하자 C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위임장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이에 B씨는 “관리소장인 C씨가 F씨로부터 위임장을 교부받은 행위는 관리소장 업무와 무관하므로 C씨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F씨가 위임장을 C씨에게 교부한 이유는 F씨의 대리권 존부를 의심하는 B씨 등 구분소유자들에게 본인의 대리권 존부를 확인시켜주기 위한 것이므로, F씨는 위임장에 기재된 개인정보를 구분소유자들에게 제공하는데 동의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위임장을 촬영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위임장에 기재된 정보는 다른 경로를 통해 확인가능한 내용이므로 개인정보보호법상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라고 할 수 없다”며 정당행위로서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우선 관리소장 C씨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 C씨가 상가 관리사무를 위임받아 처리하는 것을 주된 임무로 삼고 있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 파일을 운용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처리한다면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한다”며 “위임장은 상가 구분소유자가 제3자에게 구분소유상가 관리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한다는 내용과 함께 구분소유자 및 수임인의 인적사항 등이 기재돼 있는 ‘개인정보파일’에 해당하고 C씨는 상가관리규약의 열람 권한 등의 확인을 위해 위임장을 제공받아 보관·처리했으므로 ‘개인정보처리자’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수임인 F씨가 위임장을 C씨에게 제공하면서 위임장이 제3자에게 제동되는 것에 동의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 B씨가 F씨 등의 동의 없이 C씨로부터 위임장을 열람한 행위만으로도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행위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위임장을 C씨 동의 없이 촬영한 행위가 공소사실에 기재돼 있는 것은 피고인 B씨의 일련의 행위를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개인정보란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일컫는 것으로, 위임장에 기재돼 있는 정보는 명백히 개인정보에 해당하고 피고인 B씨가 정보를 다른 경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개인정보보호법상 보호대상인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상당성 등 정당행위의 요건이 갖춰졌다고 볼 수 없어 공소사실을 충분히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B씨가 아무런 처벌전력이 없는 점, 관련 민사사건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범행 동기 등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어 보이는 점, 제공받은 개인정보의 보호가치가 크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춰 벌금형 선고를 유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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