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외부회계감사 제도가 도입, 시행된 지 5년째다.

외형적으로는 자리를 잡은 듯하다. 행정당국도 제도 도입으로 투명성 제고에 일정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렇지만 잊을만하면 외부회계감사 문제가 불거져 세간의 이목을 끌곤 했다. 왜곡된 해석 등 아파트 관리 비리가 거론될 때마다 입방아에 올랐지만 이번에는 조금 결이 다르다.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대해 아파트 단지에 대한 회계감사 최소시간을 둠으로써 회계감사 가격의 공정경쟁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했다.

이 사건은 2014년 12월 말 공인회계사회가 300세대 이상 아파트 외부회계감사 시간을 최소 100시간으로 정하고 구성사업자에게 이를 철저히 준수할 것과 준수여부를 중점 감사할 예정이라고 통지한 것이 발단이 됐다. 정부가 공동주택 외부회계감사 의무화를 추진하자 감사 보수 현실화 방안으로 최소감사시간을 정하고, 회계법인 등에 공문을 보내 100시간 준수 여부가 감사대상이라고 통지한 것이다.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자 2015년 4월 공인회계사회는 이를 철회하는 공문을 다시 보냈다.

지난해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공인회계사회가 최소감사시간 100시간을 준수해 감사할 것을 회계법인 등에 통보하면서 감사비용이 늘었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관리비에 전가됐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공인회계사회가 공동주택 외부회계감사 시장에서 감사보수를 인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가격결정의 기준을 정하고 구성사업자에게 이를 준수하도록 강요하는 등 시장에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했다고 봤고, 시정명령과 함께 사업자단체에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 최대 액수인 5억원을 부과했다. 또한 이를 주도한 공인회계사회 임원 2명을 형사고발 했다.

과징금 부과 등에 불복해 공인회계사회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최근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공인회계사회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 등 처분 취소소송에서 공인회계사회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의 판단은 ‘공인회계사회가 최소감사시간을 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감사 보수를 타임차지(Time-Charge: 소요시간에 따라 수수료를 산정) 방식으로 해야 한다거나 시간당 임률(임금률)을 얼마로 해야 하는 지까지 정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가격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감사 보수가 크게 증가한 것을 두고도 ‘2015년부터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의 외부회계감사가 의무화되면서 수요가 증가한 것이 보수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법원의 판단이 쉽게 납득되지는 않지만, 이번 판결이 외부회계감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싶다.

관리 현장에서는 외부회계감사에 대해 제도 도입 초기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입주자대표회의 단체들은 외부회계감사 의무화에 따른 관리비 인상 논란 등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왔다. 관리비의 투명한 집행을 목적으로 도입한 제도 취지가 무색하게 입주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안은 셈이기 때문이다.

관리 현장에서는 내부감사와 외부감사 이중 감사로 인한 비용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입주민들의 부담을 줄이는 아파트 회계감사 내실화 방안에 대해 전향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개선해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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