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세대분할 안 한 아파트에 ‘수도요금 폭탄’

세대분할신고 안 한 입주단지
지자체, 1가구로 누진제 적용

국민권익위
“세대분할 의사 예측 가능”
‘요금 재산정해 차액 환급’ 의결

B아파트의 지난 1월분 상하수도 요금 고지서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최근 지자체에서 입주 아파트가 세대분할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600여 세대의 수도 사용량을 한 세대 사용량으로 보고 누진제를 적용해 입주민의 공분을 샀다. 이에 지자체는 세대분할신고를 안 한 아파트에 책임이 있다며 세대분할 소급적용이 불가하다고 못 박아 갈등이 장기전으로 돌입하는 듯 했으나, 아파트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국민권익위원회의 결정으로 수도요금 논란이 수그러들게 됐다.

경기 A시 B아파트는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해 그해 12월 31일 기준 611세대가 입주한 상태였다.

그런데 지난 1월 입주 중이던 아파트에 수도요금 폭탄이 떨어졌다.

611세대가 총 1만3166톤의 물을 사용해 총 1478만8080원(계량기 속동 차감 후는 1068만7600원)의 수도요금이 부과돼야 함에도 두 배 가량인 2882만5840원(계량기 속동 차감 후는 2137만7280원)의 요금이 부과된 것이다.

A시 수도 급수 조례에 따른 입주 세대 분할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수도사업소에서 611세대의 사용량을 1가구 사용량으로 보고 누진제를 적용한 이유에서다.

A시 수도 급수 조례는 수도사용자 등으로 하여금 급수 세대분할 적용을 받고자 할 때 이를 시장에게 신고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장이 관계 공무원에게 직접 조사하게 해 직권으로 급수 중단, 용도변경 등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또 A시 하수도 사용 조례는 하수도 사용료 산정 및 세대분할에 필요한 사항의 경우 급수조례를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세대분할신고에 대해 경기도 주요도시 중 4개 시의 수도급수 조례는 우편·방문·전화로 분할신고 안내를 하도록 하고 있다. 안양시의 경우 공동주택, 다가구주택의 최초 적용은 직권으로 분할적용 하도록 하며, 고양시는 다세대 및 다가구 주택에 대해 직권으로 분할적용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이들 시는 수도급수 조례에 소급 적용 불가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은 반면, A시는 수도 급수 조례 시행규칙에 ‘세대분할 적용 요금은 신고서 접수일 이후 사용량부터 적용한다’는 내용의 소급 적용 불가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누진제로 인한 수도요금 폭탄에 B아파트는 A시 상수도사업소에 “매월검침이나 입주 초기에 메인계량기 스트레이너 청소 요청 등으로 상수도사업소에서도 단지 입주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고 상수도사업소에서 입주단지에 아무런 안내도 없었으므로 세대분할신고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두 배에 해당하는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요금고지서 정정발급을 요청했으나 거절됐다.

이후 A시의회 의원 주선으로 마련된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경기도회 이선미 회장, A시 관계자 면담자리에서 급수조례의 부당함과 소급적용을 요청했으나, 1월 말 상수도사업소는 소급적용 불가 통보를 했다.

상수도사업소는 공문에서 ‘법무담당관에 자문한 결과 세대분할은 분할을 희망하는 자가 신청을 하도록 한 규정이므로 A시로서는 어떤 사용자가 세대분할을 희망하는지 알 수 없으므로 안내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할 수 없으며, 소급적용 또한 규정에 없으므로 정당한 사유 없이 소급적용을 하는 것은 형평성을 해친다’고 명시했다.

이에 B아파트 관리소장 C씨는 A시에서 B아파트에 공문, 전화, 방문 등 세대분할신고 안내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세대분할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아파트 수도 및 하수도 사용량을 1가구가 사용한 것으로 적용해 누진요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니 상·하수도 사용량을 전체 가구수로 나눠 적용된 요금으로 재산정해 그 차액만큼 환급해 달라”며 A시장을 상대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신청했다.

그 결과 국민권익위는 소장 C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A시에 B아파트 2019년 1월분 상·하수도 사용요금을 재산정해 그 차액만큼 환급해줄 것을 시정권고하는 의결을 했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A시는 2017년 12월 제기된 고충민원(실전입세대 기준 수도요금 부과 요구)에 대해 2018년 조례개정 절차를 거쳐 2019년부터 수도요금의 가정용 누진제를 폐지할 계획이라고 통보한 바 있다.

국민권익위는 “A시는 급수 조례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C씨가 별도의 세대분할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B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당연히 누진제를 적용받지 않기 위해 입주 시에 세대분할을 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A시가 사용검사 시 장기수선계획을 제출받도록 규정돼 있어 건축 관련 인허가 부서에서 입주 전에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임을 미리 확인할 수 있었다”며 “C씨의 세대분할신고가 없더라도 사전안내 등의 조치가 가능함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A시가 2018년까지 추진하기로 한 조례 개정이 늦어져 민원이 발생됐다며 이에 대한 구제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꼬집었다.

결국 아파트에서 세대분할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세대분할 예측이 가능하고 아파트에 관련 안내도 하지 않은 점에서 A시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 같은 결과에 소장 C씨는 “이미 A시 내에 동일한 사건이 발생했고 A시에서 국민권익위에 제도 개선을 약속한 사례가 있어 주관협 경기도회의 도움으로 해당 문서를 얻을 수 있었다”며 “이번 결정은 시민의 재산권 침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규정만을 앞세우는 탁상행정에 쐐기를 박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A시 상수도사업소는 현재 건축 인허가 부서를 통해 승인 공동주택을 확인한 후 관리사무소에 세대분할신고를 안내 중이며, 내년 중 가정용 누진제 폐지를 위해 조례를 개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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