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급수배관교체공사의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공사 주요부분 대부분을 하도급업체에 맡기고 자재관리, 공사계획 보고 등만 진행한 도급 건설업체에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9형사부(재판장 이일염 부장판사)는 최근 아파트 급수배관교체공사 주요 부분의 대부분을 하도급한 혐의로 기소된 건설업체 A사와 A사의 대표이사 B씨에 대한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항소심에서 “피고인들을 각 벌금 300만원에 처한다”는 1심 판결을 인정, A사와 B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경기 수원시 C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15년 8월 급수배관교체공사 및 부대공사 일체에 관한 공사업체 선정공고를 하면서 ‘공고일 3년 이내 단일 단지아파트 노후 급수배관 전체 교체공사 준공 실적이 600세대 이상 5건 이상 있는 업체, 공고일 3년 이내 400세대 이상 아파트 노후 소방배관 전체 교체공사 준공 실적이 있는 업체’로 참가자격을 제한했다.

대표회의는 A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공사명: 급수배관 교체공사, 공사기간: 2015. 9. 1.~2015. 10. 31., 공사비: 7억1533만원’으로 정하고, 공사비 지급방법에 대해 장기수선계획 조정 후 계약금(20%), 배관자재 80% 입고 및 공정률 70% 감리인정 시 중도금(40%), 공사 준공 및 수도사업소의 지원금 수령 후 잔금(40%)을 각 지급하기로 했으며 공사비 7억여원 중 2억원 상당은 직접재료비로 산정했다.

며칠 뒤 A사는 D사에 C아파트 급수배관교체공사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공사명: 급수배관 교체공사, 하도급 공사명: 급수배관 교체공사, 공사기간: 착공 2015. 9. 1.~준공 2015. 10. 31., 공사비 5억50만원’으로 정했다. 공사비 지급방법에 관해 계약금(20%)은 계약 체결 후 7일 이내, 중도금 및 잔금(각 40%)은 발주자로부터 중도금 및 잔금 인수일로부터 각 7일 이내에 지급하기로 정했다.

건설산업기본법 및 시행령은 건설업자에 대해 그가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나 ‘부대공사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한 주된 공사의 전부’를 다른 건설업자에게 하도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건설공사 중 부대공사만을 하도급하는 행위는 금지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A사와 B씨는 “급수배관교체공사 중 일부를 하도급했고 발주자의 서면 승낙을 받았으므로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공사는 노후화된 급수배관을 교체하는 단일 공사이고 D사는 이 공사의 주된 내용인 급수배관 교체 시공 자체를 전부 시행했으므로 하도급한 부분이 ‘부대공사’이거나 부대공사를 제외한 주된 공사의 ‘일부’로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 A사는 공사계획 수립·승인, 건설산업정보시스템에 공사계획 보고, 공사 시행 중 자재관리와 일반관리, 공사검사, 준공보고를 시행했을 뿐 어느 부분도 이 공사의 주된 부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인들은 부스터펌프, 스텐파이프 등의 자재를 직접 구입하는 것이 공사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했으나, 건설공사에 있어 자재를 구입해 제공하는 것이 공사의 주된 부분이라는 것은 경험칙에 반한다. 건설산업기본법에서 하도급의 범위에 관한 제한을 두는 목적이 원수급업체가 시공행위를 직접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며 “피고인 B씨는 A사가 발주자로부터 도급받은 공사의 주요 부분의 대부분을 하도급해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했다”면서 3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A사와 B씨는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으나 항소심도 같은 판단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A사는 D사에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하면서 하도급 부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한 사실이 없고 하도급 부분에 관해 원도급대금과 별도 방식으로 공사비를 산정한 사실도 없다”며 “오히려 공사비 중 2억원 상당의 직접재료비를 제외한 나머지 5억원 상당을 거의 그대로 하도급 공사비로 정하면서 하도급 공사비 지급 비율 역시 원도급 계약과 동일하게 정했고, 지급시기도 발주자가 피고인 A사에 지급하는 시기와 연계해 정하고 있을 뿐이며 원도급공사와 하도급공사의 공사기간도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사건 공사는 급수배관 교체 및 부스터펌프 설치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기계설비 설치 및 해체 공사인데, 피고인 A사는 실제로 공사 시공에 전혀 관여한 바 없고 D사가 모든 시공을 도맡아 했다”며 “D사가 단지 노무만을 제공하고 피고인 A사가 시공 전반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는 식의 노무도급 관계에 불과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일축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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