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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암 칼럼] 다양한 주택공급방식으로 진화해야 할 때
승인 2019.07.10 15:02|(1251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최근 패키지 해외여행을 몇 번 다녀왔다. 패키지 여행은 여행사별로 루트와 일정이 정해져 있다. 여기에 장소나 내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란 게 붙는다. 물론 별도의 비용이 지불돼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쇼핑도 겸한다.

보통 총 여행경비에서 이 부분은 별도 표기하고, 가이드 팁이나 기타 팁 등이 제외된다. 여행비용이 저렴한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방편이 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새로운 장소를 여행하는 것이지만 그곳의 정보나 이동수단, 경로(비행기나 교통편), 숙소, 음식, 언어 등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편의가 제일 큰 장점이다. 게다가 개인이 여행하는 것보다 규모의 경제로 인한 비용감소, 비수기 비용 절감 등도 고려할 수 있는 요소다.

그러나, 개인의 기호와 개성과 의지는 반영되지 않는다. 이게 단점이다. 거기에 그야말로 마음과는 다른 선택인 옵션이 있다. 옵션 여행에서 개인행동은 불가능하고 지정된 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패키지 여행을 길게 설명한 것은 아파트의 옵션제도가 이와 유사한 점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005년 소위 발코니 구조변경 합법화, 정확하게 말하면 발코니의 용어정의가 변경된 후 분양시장에서 나타난 변화가 그것이다, 즉, 아파트 평면과 내부마감의 선택이 이와 유사한 구조로 된 경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아파트 평면은 기본형과 확장형이 있다. 기본형은 말 그대로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형태여야 한다.

기본형으로써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평면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업체에서 제시하는 기본형 평면은 그대로 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확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공간구조로서 문제가 있다. 기본형평면은 확장해야 비로소 사용할 수 있는 주택이 될 수 있도록 구성돼 있기 때문에 확장 전에는 실제로 사용할 수 없는 크기고, 공용설비공간(샤프트)이 발코니 외부에 있어서 실제로 배관이 거의 불가능하거나 기형적인 방법이 돼야 하며, 평면자체도 기형적인 형태로 이뤄져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시 말하면 기본형은 법적인 전용면적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수단일 뿐 확장을 전제로 한 평면으로 공급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에서 입주자 모집공고에 제시되는 선택품목이고 발코니 확장은 분양가격에 포함되지 않는 ‘추가선택품목’으로서 소위 ‘플러스 옵션’으로 돼 있다.

쉽게 말하면 건설업체가 발코니 확장비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생각한다. 기본형으로 충분히 살 수 있는 평면을 설계하면 굳이 확장형으로 하지 않아도 되며, 필요한 사람들만 확장하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현재 상황은 자의든 타의든 확장형을 강요하는 상태로 변질되어 있는 것은 틀림없다.

또한 ‘기본선택품목’으로 입주자가 직접 선택해 시공·설치할 수 있는 품목인 벽지, 바닥재, 주방용구, 조명기구 등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의 기본형 건축비 및 가산비용’에서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패키지 여행에서 기본적으로 일정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건설업체에서 일괄 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기본선택품목’은 소위 ‘마이너스 옵션’으로 알려져 있는 것으로 업체에서 시공하지 않고 입주자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업체에서 일괄적으로 시공한 ‘기본선택품목’은 시공기간을 경과하면 새로운 마감재와 성능향상이 되는 경우가 많고, 입주자의 기호와 개성을 반영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입주 후에 마감을 철거하고 재시공하는 문제점이 발생한 후에 제도화된 부분이다.

소비자(입주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쓰레기 발생과 자원낭비를 억제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일괄 시공하지 못하는 것에 따른 수익감소나 일의 번거로움 등에서 환영하지 않는 입장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처음해 보는 일이라 일의 순서나 공사가 전문성을 요구하는 점에서 쉽지 않고, 규정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며, 건설업체가 시공해 주는 부분과 자신이 시공해야 하는 부분을 알기 어렵다. 품질에 따라 비용도 일괄시공에 비해 비싸며, 하자가 발생할 경우 원시공자의 하자인지 개인 시공에 따른 하자인지도 구별하기 쉽지 않은 점 등으로 쉽지 않다.

또한 선택품목도 일괄선택이라는 점, 시공기간도 아파트 준공검사 완료 및 잔금납부이후 가능하며, 입주예정일의 60일 전에 완료해야 하고, ‘기본선택품목 시공설치 확약서’ 등의 서류도 갖춰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동·호수 배정의 제한이 생길 수도 있고, 분양계약 이후에는 옵션의 추가나 취소도 불가능하고, 발코니 확장이 어려우며 업체에 따라서 품목의 내용도 차이가 있다.

이러한 점 외에 분양가가 약간 낮아지거나 취득세·등록세 감소 등이 있을 수 있고, 공사비가 필요경비로 인정돼 양도소득세가 감면될 수도 있지만, 비용에 맞춰 자기가 원하는 마감재를 사용해 공간을 꾸밀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처음 가는 여행처럼 일생에 한 번밖에 해 볼 수 없을 지도 모를 일을 하는 것처럼 익숙하지 않고 까다로운 점도 피할 수 없지만, 비용이 들어간 만큼 주택에 대한 자신의 의견이나 결정으로 인해 애착이 생기는 주택공간이 될 가능성은 크다.

때문에 주택 대량공급시대에 타협점으로 일부 선진적인 업체에서는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공간선택, 자재선택, 색깔선택과 같은 방식이 채택돼 왔으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LH에서는 2017년 신주거 모델 개발을 위한 시범사업 설계공모(골조분양)가 있었다.

지금까지 대량공급시대를 경험하면서 획일적인 공급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주택보급률이 총괄적으로 103%를 넘어 섰다. 시대가 변하고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섰고, 국민의 의식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이제는 획일적인 공급방식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공급자 주도에서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과 개성발현을 위한 주택공급방식도 다양화돼야 할 때가 왔다.

LH가 진행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마이너스 옵션 선택 시 발코니 확장 불가 등에 대한 조항의 약관 조정, 하자발생 시 책임 명확화와 공사계약 시 하자이행 보험 가입, 공사기간의 조정 가능성, 옵션품목의 세분화 등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더불어, 장수명 주택과 결합된 골조분양이나, 일본에서 시행한 것과 같은 2단계 공급방식, 선택방식의 다양화, 차지차가권의 활용 등 새로운 공급방식에 대한 연구와 시범적용도 필요하고 성과의 확산도 필요하다.

주택의 품질이 중요한 시대라고 말한다. 양적인 공급이 끝나면 품질향상에 대한 요구 다양화가 뒤따른다. 국토교통부에서도 2019년 주거종합계획을 보면 후분양 활성화와 더불어 소비자 선택강화형 시범사업 등으로 소비자 선택권 보장을 세부과제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공급방식의 선진화와 발전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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