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판결

입대의 “당사자 빼면 결정족수 충족” 주장
법원 “채용취소 당사자 제외 규정 없어”

대전지방법원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인사위원회에서 의결정족수가 미달한 상태임에도 시용근로 중인 관리소장의 채용취소를 의결한 것은 절차상 하자가 있어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인사위원회 위원인 관리소장에 대한 안건으로서, 관리소장을 재적인원에서 제외하고는 의결정족수인 재적인원 과반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안건 대상자인 관리소장을 재적인원에서 제외한다는 규정 및 판례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전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성기권 부장판사)는 A아파트에서 관리소장으로 근무한 B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재심판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중앙노동위원회가 원고 B씨와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사이의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대해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표회의는 2017년 1월 회의를 개최해 B씨를 관리소장으로 선임하기로 결정하고 다음날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그해 3월 정기회의 중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B씨에 대해 수습기간인 3개월만 근무하고 기간이 만료하는 4월 근로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계약중지 안건을 의결했다. 이 자리에는 대표회장, 감사, 이사뿐만 아니라 인사위원회 구성원이 아닌 동대표도 포함해 5명이 참여했다.

이후 대표회의는 공인노무사로부터 ‘관리규약 및 취업규칙상 관리소장 채용취소는 인사위원회를 통해 결정해야 하는데 인사위원회 구성원이 아닌 사람이 참석해 흠결사항이 될 수 있다’는 자문을 받고 B씨에게도 소명 기회를 다시 부여하고자 B씨에게 재심의를 하겠다는 내용의 통지를 보냈다.

대표회의는 2017년 4월 관리소장 채용취소 통지를 안건으로 하는 인사위원회를 개최했고 당시 인사위원회에는 회장, 감사 2명 등 총 3명이 참석해 채용취소를 의결했다. 채용취소 사유로는 각종 해정업무 실무 미흡, 관리주체 중립 책무 이탈, 주민 간·동대표 간 분쟁 조장 등을 들었다.

B씨는 경북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는데 근로계약 해지의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고 근로관계 종료로 구제신청 이익이 소멸됐다며 각하 판정을 내렸다. B씨는 이에 불복해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구제신청 이익을 인정하면서도 채용취소에 합리적 사유가 있고 채용취소 절차도 하자가 없다며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B씨는 “이번 채용취소는 시용근로자가 아닌 정식으로 채용된 근로자에 대한 해고에 해당하는데 사실상 정당한 업무수행에 관해 대표회의 측과 의견 충돌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한 것이어서 정당한 이유가 없고, 채용취소 의결은 인사위원회 구성원 6명 중 과반수에 미달한 3명이 출석해 이뤄지는 등 절차상 하자가 있다”면서 부당해고를 주장, 재심판정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근로계약상 원고 B씨에게 설정된 수습기간은 시용기간을 의미하고 근로계약 체결 당시 ‘수습 근로계약서’가 아닌 정식 근로계약서가 작성되기는 했으나 당해 근로계약서에 시용기간을 둔다는 규정이 명시돼 있는 이상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며 “각 채용취소 의결이 모두 근로계약상 시용기간 중에 이뤄졌음은 역수상 명백하므로 원고 B씨는 채용취소 의결 당시 시용기간 중인 근로자였다”고 밝혔다.

채용취소 절차상 하자 여부에는 “취업규칙에 따르면 수습근로자의 채용취소는 인사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비록 관리소장 채용이 대표회의의 의결사항이기는 하나 이는 관리소장이 처음 채용되는 절차에 국한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문언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 취업규칙 및 판례에 따르면 인사위원회는 재적인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고 여기서 재적인원이란 인사위원회 개최일 현재 인사위원회에 적을 두고 있는 구성원을 의미한다. 또 인사위원회는 대표회의 임원인 회장, 이사, 감사와 관리소장으로 구성된다.

A대표회의는 취업규칙에 따라 고용노동부 표준취업규칙의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 표준취업규칙은 ‘인사위원회 운영 관련 특정위원에 관한 사항을 의결할 때는 당해 위원은 그 건의 의결에 참여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2017년 4월 채용취소 의결의 절차상 하자 여부에 “당시 인사위원회가 대표회장, 감사 2명, 이사 2명, 원고 B씨로 구성돼 있었고 회의에는 총 3명이 출석해 채용취소를 의결했다”며 “인사위원회는 각 구성원이 대표회의 임원 또는 관리소장 지위를 상실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사유로 인해 회의에 출석할 수 없게 됐다고 해도 인사위원회 구성원 신분을 갖고 있는 이상 재적인원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고용노동부 표준취업규칙 규정은 특정 위원이 자신과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안건에 대한 의결에 참여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의사진행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취지의 규정일 뿐 해당 위원을 재적인원 계산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규정은 아니다”라며 “관계 법령이나 취업규칙에 인사위원회에서 시용근로 중인 관리소장에 대한 채용취소 의결 시 관리소장을 의결정족수의 기초가 되는 재적인원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만약 채용취소 대상자가 인사위원일 경우 해당 위원을 재적인원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한다면 당해 근로자에게 불리한 의결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인사위원회의 의결정족수 요건이 완화되는 결과를 초래해 부당하다”며 “결국 채용취소 의결은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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