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층간소음 민원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며 아파트 경비원을 폭행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입주민에게 법원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징역 18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조병구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서대문구 A아파트에서 근무 중이던 경비원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입주민 B씨에 대한 살인미수(인정된 죄명 살인) 선고심에서 “피고인 B씨를 징역 18년에 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입주민 B씨는 2014년 12월 이후 지속적으로 위층 주민들이 층간소음을 야기하고 있다며 불만을 갖고 있었다. 이에 관리사무소에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B씨의 입장에서는 만족할 수준으로 해결되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지난해부터 자신이 제기한 민원에 대해 경비원 C씨의 조치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C씨의 태도가 우호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C씨에게 앙심을 품었다.

B씨는 지난해 9월 식당에서 행패를 부려 업무를 방해했다는 공소사실로 약식 기소됐는데 이를 억울하다고 생각해 이 식당에 찾아가 보복을 하려다 다른 손님의 제지로 분풀이를 하지 못하게 됐다.

이 상황에서 B씨는 A아파트 경비실에서 휴식을 취하던 C씨를 발견, 경비실로 들어가 C씨를 발로 걷어차고 바닥에 넘어뜨린 후 발로 C씨의 머리를 수회 밟았다. B씨의 폭행으로 C씨는 그해 11월 머리손상을 이유로 사망하게 됐다.

이에 대해 B씨 측 변호인은 “B씨는 경비원 C씨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으므로 상해치사죄로 의율해야 하고 B씨는 범행 당시 술에 만취해 심신상실 내지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며 B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 B씨는 45세로 건장한 체격인 반면 경비원 C씨는 71세로 상대적으로 왜소한 체격이었고 머리는 외부 공격에 취약하며 뇌가 손상되거나 다량의 출혈로 인해 사망할 가능성 또는 위험이 높다”며 “피고인 B씨는 C씨를 폭행한 후 C씨가 다량의 피를 흘리고 어떠한 반응도 하지 못하는 상태임을 알면서도 경찰에 신고하거나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범행 장소를 떠났다”면서 B씨가 자신의 가격 행위로 C씨가 사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했을 것이라고 봤다.

또한 B씨는 C씨에 대한 구호조치가 즉시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으나, 재판부는 “피고인 B씨의 가격으로 C씨가 의식불명 상태여서 경찰이 C씨를 즉시 발견하지 못해 구호조치가 지연됐고 담당 의사는 혼수상태인 C씨가 향후 의식을 회복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의견을 개진하는 등 피고인 B씨의 행위만으로 C씨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과의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B씨의 심신미약 주장도 “피고인 B씨는 하의가 내려간 상태로 경비실로 뛰어가거나 비틀거리는 등 범행 당시 술에 상당히 취한 상태였음은 인정되나, 경비실을 목적지로 명확하게 인식하고 뛰어갔고 C씨를 가격하는 과정에서 균형을 잃지 않았으며 경비실 밖으로 나왔다 재차 들어가 C씨를 가격해 일관되고 명확한 범의가 있었다고 보인다”며 “피고인 B씨가 술에 많이 취해 인사불성의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고 식당에서 분풀이가 어려워지자 평소 반감을 가졌던 C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 B씨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계획적으로 C씨를 살해했다기보다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술에 취해 순간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 피고인 B씨에게 정상으로 참작될 만하다”면서도 범행수법의 잔혹성, C씨의 외상 부위와 정도, 유족의 정신적 고통, 사회적 약자인 고령 경비원을 대상으로 한 범죄인 점 등을 고려해 중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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