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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아온 분노·폭력성이 이웃 살인까지 불러···아파트 내 증오범죄 막을 방법 없나기획: 아파트 위험 입주민 관리 방안
승인 2019.06.11 01:09|(1247호)
서지영 기자 sjy27@aptn.co.kr

고위험 입주민 강제 퇴거·
정신질환자 관리 강화 등
주장 제기돼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이웃 간 갈등이 때로는 협박, 흉기 난동, 심지어 살인으로까지 이어져 입주민들의 두려움을 야기하고 있다. 단지 내 이웃 간에 일어나는 여러 사건사고 소식들을 들으면서, 내 이웃 또한 숨기거나 쌓아 왔던 분노와 폭력성이 어느 순간 폭발해 무차별 공격을 할 지 모른다는 걱정에 시달리는 입주민이 적지 않다.

아파트의 경우 이웃에 대해 잘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가까이 다수 살고 있어, 이러한 공포는 이웃에 대한 경계의 벽을 더욱 쌓게 만들고 있다.

관리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파트마다 갈등과 분쟁을 자주 일으키는 입주민이 한 두명 이상씩은 존재한다.

4월 17일 경남 진주시의 한 공공임대아파트에서 불을 지르고 흉기를 휘둘러 입주민 5명을 숨지게 한 안인득 씨 또한 이전부터 이웃 집에 오물 투척을 하는 등 수차례 난동을 부린 적이 있었다. 안 씨는 조현병 진단 이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층간소음 등으로 인한 갈등이 불씨가 돼 어느 순간 흉기난동 등으로 번지는 등 조짐이 있었던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달 4일 세종시의 한 아파트에서 이웃 A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중상을 입힌 B씨의 경우 경찰 조사에서 “평소 A씨가 문을 크게 닫는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항의했는데 자신이 소리를 낸 것이 아니라고 반박해 화가 나 있었다”며 “이날 또 크게 문 닫는 소리가 들려 아래층 계단에서 B씨를 기다렸다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선 아파트 내에 층간소음 갈등을 해결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다면 이웃 간 직접적인 충돌이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아파트 내 이웃 간에 발생하는 증오 및 보복범죄는 사전에 작은 갈등이 시작됐을 때 막을 수 있는 가능성들이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공임대아파트의 경우 평소에 입주민 등에게 위협을 자주 가한 위험 인물을 아파트에서 퇴거 조치하는 등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진주아파트 사건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이와 관련한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방화·살인 사건이 있었던 진주아파트의 정경안 관리소장은 “공공임대주택의 다수 선량한 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차원에서 고위험 정신질환자, 알코올의존자 등 공동주택 거주 부적격자에 대한 공공임대주택 입주자격 개선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을 통해 입주 시 범죄경력조회, 의사처방 기록 등 서류를 제출토록 해 이웃들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입주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거주 중 반복적이고 폭력적으로 이웃 등을 괴롭히고 과도한 피해를 입힌 입주민은 이웃 세대의 의견이 첨부된 민원 기록 등을 통해 계약갱신 시 재계약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또 정 소장은 일각에서 아파트 관리주체의 역할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 “관리주체는 시설관리가 주 임무이고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권한에 한계가 있는데 사인 간의 갈등에 깊이 개입하고 위험 입주민을 관리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이전에 안 씨가 이웃 등을 위협했을 때 안 씨를 설득하거나 경찰 신고와 관리직원이 이웃과 동행하는 등 최대한의 조치를 다했지만 다른 시스템의 부족으로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현행 공공주택 특별법은 임대차계약 해지나 재계약 거절 사유로 자산 또는 소득 조건 초과, 불법 전대·양도, 임대료 미납, 이중입주, 시설 파손 등만 규정하고 있을 뿐 이웃 위협 사항 등에 대한 조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LH는 진주아파트 사건을 계기로 국토교통부에 이웃 사이에 고의로 위해를 가하거나 폭행 등 피해를 준 입주민에 대해 계약해지가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 마련을 건의했다. 국토교통부는 보건복지부, 경찰청, 국가인권위원회 등과 협의해 위해 행위자나 잠재적 가해자 등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협의체를 설치,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강제퇴거 시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인권 침해 등 논란이 있을 수 있어 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다른 한 쪽에서는 정신질환자 등의 위기 조짐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지역별 응급대응센터 구축과 심리상담센터 등 지역사회 안전인프라 확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보건당국과 경찰 간 협조 체계 구축도 강조되는 부분이다. 이는 안인득 씨의 조현병 병력이나 폭력 전과 등을 경찰과 보건소, 동주민센터 등에서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에 진주시는 고위험 정신질환자의 효율적인 대응관리를 위해 7일 진주경찰서, 진주소방서와 공조체계를 구축하기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시는 고위험 정신질환자 발견·관리를 위해 유관, 민간 기관과의 연계 체계 구축과 정보 제공 등 행정지원을 강화하고, 경찰은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 중 자·타해 위험이 큰 사람을 발견하거나 신고에 의한 출동 시 신속한 현장 조치로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기로 했다.

지난해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관리 명인으로 선정된 강서구 방화2-1단지아파트 문종일 관리소장은 “위험 입주민은 입주민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민원 신고를 직접 받는 관리사무소가 제일 잘 알 수밖에 없다”며 “주민을 해할 가능성이 있는 입주민은 관리사무소에서 직접 경찰 등에 신고해 조치가 취해지도록 하고, 구청 및 동주민센터, 관내 복지관, 보건소 등의 복지 담당자와 협조 체계를 구축해 연락을 취함으로써 정신질환 입주민 등의 약물 치료 등이 지속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갈등 중재 전문가 양성 필요”
공공임대아파트가 아닌 일반 분양아파트는 사유재산인 만큼 강제퇴거 등의 조치가 불가능해 또 다른 방안이 요구된다.

공동주택 갈등 관련 전문가들은 그동안 층간소음 등 이웃 간 갈등 해결을 위해 전문 인력의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기준에 따른 중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다수 제기해왔다. 대개 이웃 간 갈등은 소음 발생 등 실제 원인보다 감정적인 원인이 더 크고, 세대 개인 간 대면은 감정적 대립으로 갈등을 더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서울YMCA 시민사회운동부 이웃분쟁센터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고 있는 표승범 공동주택문화연구소 소장은 “아파트 내에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며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 등 법적 근거 마련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표 소장은 “층간소음과 흡연 등 피해에 대해 경찰 등이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 소통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자치능력이 아파트에 부족하다”며 “아파트 관리소장이나 입주민 대표 등도 대화 방법 등 갈등 중재 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어 갈등 발생 시 대응 및 해결이 어려우므로, 아파트 내에 인성과 자질을 갖춘 입주민 등에게 갈등 중재 교육을 받도록 해 전문 인력과 시스템이 아파트 내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표 소장은 이러한 교육이 의무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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