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확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존재하더라도 관리소장이 관리규약 등의 규정과 다르게 업무를 처리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등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근로계약 종료를 부당해고라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또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없이 대표회장이 관리소장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기존 관행을 지자체의 행정지도에 따라 시정하기 위해 의결정족수 미달 상태에서 관리소장에게 문서상 계약종료일 통보서를 보내도록 의결한 조치의 합리성도 인정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최근 서울 송파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소장 부당해고 인정 판정을 내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상고심에서 “원고 대표회의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중앙노동위원회가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2심 판결을 받아들여 중앙노동위원장의 상고를 기각했다.

2015년 10월 B씨는 A아파트 대표회의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관리소장으로 근무했다.

2016년 11월 대표회의는 관리소장 B씨에게 ‘대표회의 결의 없이 작성된 근로계약서 문서상 계약종료일이 2016년 12월 31일임을 통보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발송했다. 또 2017년 1월 B씨에게 ‘취업규칙에 따라 2016년 12월 31일자로 당연퇴직 됐으므로 2017년 1월 1일부터 근무할 수 없다’는 통지서를 보냈다.

B씨는 이 조치가 부당해고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으나 지방노동위원회는 B씨가 대표회의와의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 판정을 내렸다.

B씨는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B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부당해고임을 인정해 복직과 임금상당액 지급을 명하는 판정을 했다.

이에 대표회의는 “대표회장 D씨는 대표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B씨와 근로계약을 체결했으며, 대표회의는 2016년 11월 결의에 따라 B씨에게 대표회의 결의 없이 체결된 근로계약의 만료를 통보했다”며 “설령 근로계약 만료 통보 의결이 의결정족수 미달로 효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2017년 1월 개최된 대표회의에서 재적의원 전원이 참석해 계약기간 만료를 B씨에게 통보하고 임시로 2개월 동안 E씨를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도록 해 2개월 뒤 신임소장으로 임명키로 의결했다”면서 B씨와 근로계약 갱신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B씨가 대표회의 의결 없이 알뜰 장터 업체를 교체하는 등 갱신을 거절할 합리적 이유가 있어 부당해고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구인공고에 고용형태가 ‘정규직’으로 기재돼 있던 점 ▲A아파트의 모든 근로자는 근로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했고 대부분이 반복 갱신됐던 점 ▲관리소장은 직무가 상시적이고 지속적으로 수행돼야 할 필요성이 있는 점 ▲2016년 11월 의결에서 근로계약서 문서상 계약종료일만 명시했을 뿐 문서 내용과 같이 계약을 종료한다는 것인지 문서상 내용과는 다르다는 것인지 뜻이 명확하지 않은 점 등 갱신기대권을 인정,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도 없다고 판단해 중앙노동위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표회의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 2심 재판부는 B씨의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은 1심과 같은 이유로 인정하면서도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봐 “중앙노동위원회가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취업규칙은 ‘대표회의가 관리소장을 임면한다’고 정하고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돼 계약이 갱신되지 않았을 때’를 당연퇴직 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며, 별도의 해고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며 “이 사건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이어서 기간 만료로 당연퇴직이 원칙이므로, B씨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더라도 갱신거절로 인한 기간만료 당연퇴직이 계약기간 중 별도 사유를 근거로 한 해고와 같은 수준의 사유와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원고 대표회의는 근로계약 만료 통지 등 일련의 행위로 B씨에게 근로계약이 당연히 갱신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를 알렸고 B씨도 갱신이 거절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상황에서 갱신을 바라는 취지에서 자신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갱신되지 않더라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이행각서를 작성해 원고 대표회의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원고 대표회의의 2017년 1월 회의는 B씨에게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한 조치를 적법하게 의결해 추인했는데, 그날 의결 전에 갱신 거절을 위해 취한 절차가 정족수 부족 등으로 적법한 의결로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근로계약 갱신거절에 관한 최종 의결은 아니었다”며 “원고 대표회의가 송파구청의 행정지도에 따라 종전 관행을 시정하기 위해 관리소장 임면을 취업규칙에 따라 대표회의 의결로 결정하려 노력했던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이 조치는 그 경위와 내용에 합리성이 인정된다”고 언급했다.

또 “원고 대표회의와 관리소장의 신뢰관계 유지는 상당히 중요함에도 입주민들만이 아니라 대표회장은 B씨의 불성실한 업무수행 태도에 거듭 문제를 제기했고 B씨는 이행각서를 작성하기 전까지 업무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며 “B씨가 관리규약과 취업규칙에서 정한 바와 달리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고 이행각서로 일부 책임을 인정하며 갱신 거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아파트를 종전 관행과 달리 관리규약과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관리하기 위해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원고 대표회의의 조치를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 대표회의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고 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해 부당하므로 원고 대표회의의 항소를 받아들여 재심판정을 취소하기로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중앙노동위원장은 상고를 제기했으나 대법원에서도 2심 판결을 받아들여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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