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내 일부 자치구에서 공동주택 관리규약 개정신고를 강행규정이라는 이유로 반려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자치단체들의 조치에 해당 아파트 단지의 관리소장들이 반발하고 있다.

관리규약은 공동주택 관리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근거다. 관리규약은 입주민들 스스로 규율을 약속하고 만든 것이다. 규약 안에는 공동주택 생활과 관련한 거의 모든 사항이 망라돼 있다. 아파트 공동체를 국가와 비교한다면 관리규약은 헌법과 비슷하다. 헌법이 국가의 대강을 담고, 다양성과 자율성에 기반해 만들어진 것과 같이 관리규약도 이런 역할을 한다.

이런 관리규약이 왜 행정당국과 갈등을 빚고 있을까.

공동주택관리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로서 관리규약준칙을 정하도록 하고 있고, 입주자들은 이 준칙을 참조해 관리규약을 정하고 있다. 입주민들이 관리규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도록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만든 것이 관리규약준칙이다. 말 그대로 도움용 참고서다.

그런데 각 지자체에서는 때로는 비리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때로는 행정편의적으로 개별 단지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획일적인 내용을 공동주택 관리규약준칙에 담고 있다. 그리고 관리규약준칙대로 무조건 관리규약을 개정할 것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견이 생겼다. 단순히 이견만 있으면 상관없지만 이를 강제하기에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럼 법원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볼까. 그동안 법원의 판결은 일관됐다. 법원은 관리규약준칙은 참조용으로서 하나의 기준에 불과할 뿐이므로 관리규약이 이와 다르다는 이유로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법원은 판결을 통해 “관리규약준칙은 입주자 등이 참조해 자체적인 관리규약을 정하도록 하는 하나의 기준에 불과할 뿐 강행규정 또는 일반적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관리규약은 입주자 등의 보호와 주거생활의 질서 유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가급적 그 독자성과 자율성을 존중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법제처의 법령해석도 대체로 공동주택의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한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두어해 전 법제처는 관리규약 개정의 효력발생과 관련한 질의에 대해 답하면서 행정당국의 신고 및 수리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법제처는 이 의견에서 “관리규약의 개정 신고는 종전에 신고한 관리규약의 내용이 변경됐음을 사후적으로 알리는 확인적 차원의 신고”라며 “이 같은 관리규약의 개정 신고가 시장·군수·구청장의 ‘수리를 요하는 신고’에 해당하더라도 이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수리를 통해 관리규약의 개정에 관한 적법성을 확인한다는 의미이지, 수리가 있기 전까지는 개정 관리규약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고, 반드시 수리 후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는 의미는 아니므로 시장·군수·구청장이 개정 관리규약의 신고를 수리한 날을 개정 관리규약의 효력발생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법제처의 해석은 관리규약의 자율성·독립성을 확인해 준 확실한 사례다. 관리규약의 자치규범적 성격을 제대로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법제처의 해석을 자의적으로 원용하고 있다. 관리규약준칙이 사실상 구속력을 가진 것으로서 자신들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 분양 아파트는 사유재산이다. 그렇기에 관리를 함에 있어 개인과 단지의 독자성과 자율성이 존중돼야 한다. 법원의 판결도, 법제처의 유권해석도 법조계, 학계의 의견도 비슷하다. 왜 서울시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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