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판결

경비업체 “업무 지시 내린
입대의에 지급 책임” 주장

법원 “사용자 경비업체” 판단
휴게 보호 노력 부족도 지적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경비원이 휴게시간에 경비초소에서 택배 수령·보관 업무 등을 했다면 휴게를 하지 못한 것이므로 경비업체는 이에 대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경비업체는 업무 지시를 내린 것이 해당 아파트이므로 입주자대표회의가 임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사용자를 업체로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산지방법원 제5-3민사부(재판장 성익경 부장판사)는 최근 부산 남구 A아파트에서 근무한 경비원 C씨(선정당사자) 등 6명이 이 아파트 경비용역업체 B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의 원고 C씨, D씨, E씨, F씨에 대한 부분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피고 B사에서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청구를 각 기각한다”며 “피고 B사는 원고 C씨에게 930만여원, D씨에게 74만여원, E씨에게 930만여원, F씨에게 74만여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경비원 C씨 등과 경비업체 B사가 작성한 근로계약서에는 C씨 등이 아침 6시 30분부터 다음날 6시 30분까지 24시간 근무 후 24시간을 쉬는 격일제 방식으로 근무하되, 야간 휴게시간 외에 주간에 5시간의 휴게시간을 갖는 것으로 기재돼 있다.

A아파트 경비원들은 2013년 말까지 8명이 두 조로 각 4명씩 편성돼 4개의 경비초소에서 격일제로 근무했고 2014년 초부터는 4명이 두 조로 각 2명씩 편성돼 정문과 후문 2개의 경비초소에서 격일제로 근무했다.

C씨 등은 2015년 12월 주간 휴게시간에 근무했음에도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B사의 대표이사와 입주자대표회장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소했으나 이들은 불기소처분(혐의 없음)을 받았다. C씨 등은 대표이사에 대한 불기소처분에 검찰청에 항고했으나 기각처분을 받았고, 다시 법원에 재정신청을 했으나 법원은 대표이사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이에 C씨 등은 “주간 휴게시간에도 근무했으므로 이에 대한 최저임금액 상당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 반면, B사는 “C씨 등에게 주간 5시간의 휴게시간을 보장했고 C씨 등은 이를 자유롭게 이용했으므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피고 B사는 2015년 9월까지 원고 C씨 등에게 주간 휴게시간 동안 경비초소에서 근무하게 했고 원고 C씨 등은 휴게시간 동안 피고 B사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휴식 또는 수면을 취하는 등으로 휴게시간의 자유로운 이용을 보장받지 못하고 정상적인 근무시간과 마찬가지로 근로를 제공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경비근무일지에 관리소장의 지시사항으로 ‘대표회의에서 결정되는 대로 휴게시간에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기재돼 있는데, 휴게시간이 실제로 보장됐다면 이 내용이 기재되지 않았을 것인 점 ▲휴게시간을 보장하려다 보니 정문과 후문 경비초소의 주간휴게시간이 겹쳐 이를 조정하기 위해 휴게시간을 변경 ▲별도 휴게공간이 없어 휴게시간에도 경비초소에 있고 휴게시간에 택배 수령·보관 등 업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음 ▲경비원 업무는 정해져 있어 별도 업무지시가 필요한 것은 아님 등을 들었다.

이에 따라 “피고 B사는 원고 C씨에게 1282만여원, D씨에게 79만여원, E씨에게 322만여원, F씨에게 1282만여원, G씨에게 796만여원, H씨에게 437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B사는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에서 B사는 “택배 수령은 경비용역계약에서 정한 경비원의 업무가 아니고 주간 휴게시간에 본래 업무 이외의 일을 지시한 것은 A아파트며, C씨 등이 추가 임금을 받을 목적으로 B사에게 부당 업무지시를 알리지 않았으므로 임금 내지 부당이득금의 지급책임은 A아파트에 있다”며 “설령 C씨 등에 대한 미지급 임금채무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고 소 제기일로부터 역산해 3년이 경과한 임금 부분은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했다”고 추가 주장을 펼쳤다.

우선 2심 재판부는 A아파트에게 금전 지급책임이 있다는 주장에 “원고 C씨 등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용자는 피고 B사로서 피고 B사에게 임금지급의무가 있음은 당연하고 사용자로서 근로자 보호의무를 부담하는데, 원고 C씨 등 근로자에 대한 휴게시간 보장은 피고 B사의 근로기준법 및 근로계약상의 의무면서 신의칙상 보호의무에 포함된다”고 일축했다.

또한 “피고 B사의 주장과 같이 택배 업무가 경비원들이 수행해야 할 용역업무가 아니라고 한다면 피고 B사가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시정을 요구해야 함에도 이를 묵인한 점에 비춰보면 A아파트와 피고 B사는 택배 업무도 경비원 업무의 하나로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 B사 직원은 최소 월 2회 A아파트를 방문해 경비원 업무에 대해 지도·감독을 했음에도 휴게시간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는 등 경비원들의 휴게시간 보장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원고 C씨 등 경비원들은 근로계약상 정해진 휴게시간에도 근로를 제공했고 피고 B사는 이에 대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못 박았다.

다만, “원고 C씨 등이 2016년 11월 소를 제기해 소 제기일부터 역산해 3년이 되는 날인 2013년 11월 이전에 이행기가 도래한 임금채권은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원고 C씨, D·E·F의 임금채권 중 2013년 10월까지의 임금채권은 시효로 소멸했다”면서 소멸시효 주장은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 C씨, D·E·F씨의 청구는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 G·H씨의 각 청구는 인용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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