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확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입주민이 구매해 보관하고 있던 배터리팩에서 화재가 발생해 세대 등이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법원이 배터리팩 제조업자에게 책임을 물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89단독(판사 홍주현)은 서울 강동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단지 내 시설 및 각 세대당 가재도구 등에 대해 화재‧전기 등으로 인한 손해를 담보하는 내용의 보험 계약을 맺은 B사가 배터리팩 제조‧판매자 C씨, C씨와 생산물배상책임보험 계약을 맺은 보험사 D사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피고 C씨와 피고 D사는 공동해 4334만2863원을 원고 B사에 지급하라”며 B사의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하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아파트 E동에 거주하는 입주민 F씨는 2017년 6월 10일 C씨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완구 등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팩 100개를 구입했다. 이후 배터리의 충전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충전이 완료되지 않는 불량품을 확인하고 일부를 반송했고, 미처 확인하지 못한 다른 배터리팩은 박스에 담아 타사의 충전지들과 함께 안방 침대 발치에 보관했다.

이후 2017년 10월 2일 밤 11시 33분경 F씨 집 안방에 보관 중이던 배터리에서 화재가 일어나 안방 가재도구를 태우고 불이 거실로 번지면서 거실 벽면과 천장 부분을 태웠다. 또한 같은 동 10개 세대와 E동 공용부에 연소피해가 발생했다.

B사는 E동 건물 부분의 총 손해액과 F씨 세대 가재도구 손해액, 이웃 세대 가재도구 손해액을 합계 7937만3330원으로 산정했고, 지난해 1월 29일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총 7509만2195만원을 보험금으로 지급, 이에 대해 C씨와 D사에 구상금을 청구했다. C씨가 제조‧판매한 리튬이온 배터리팩의 제조상 결함으로 인해 이 사건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 B사의 주장이었다.

한편 화재 원인 등에 관해 서울 강동소방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조사 및 감정 결과서에는 화재 원인을 리튬이온 배터리로 추정하는 소결 등이 담겼다.

재판부는 “서울 강동소방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대한 각 사실조회 회신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이 사건 화재는 C씨가 판매한 배터리팩에서 최초 발화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B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화재현장을 조사한 소방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최초 발화지점이 이 사건 배터리팩이라는 점에 대해 견해가 일치하고 있으므로, 구체적으로 이 사건 배터리팩 내부의 어떤 하자에 의해 화재가 발생한 것인지 밝혀지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제조업자인 피고 C씨가 이 사건 화재가 이 사건 배터리팩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이 사건 배터리팩에는 사회통념상 당연히 구비하리라고 기대되는 합리적 안정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입주민 F씨가 이 사건 배터리팩을 보관한 과정을 볼 때 정상적인 방법으로 사용했다고 봄이 타당하고, 피고 C씨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배터리팩을 리튬 폴리머 배터리, 리튬 인산철 배터리 등과 함께 안방에 보관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 사건 배터리팩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거나 사용상에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이 사건 화재는 F씨가 이 사건 배터리팩을 정상적으로 보관하는 중에 제조자인 피고 C씨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했다고 봐야 하고, 이 사건 배터리팩에는 통상적으로 지녀야 할 안전성, 내구성 또는 성능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 있다고 추정함이 타당하다”며 “제조업자인 피고 C씨가 이 사건 화재가 이 사건 배터리팩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피고 C씨는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피고 D사는 그 보험자로서 공동해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입주민 F씨가 자신의 거주지 안방에 이 사건 배터리팩과 함께 다른 고방전 배터리 낱셀, 리튬 폴리머 배터리 등 5종류의 배터리를 함께 보관한 점, F씨는 배터리 취급과 관련해 교육이나 영업허가 등을 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다량의 배터리를 장기간 주거지에 보관하는 것은 이례적인 점 등을 고려하고 손해의 공평하고 타당한 분담을 위해 C씨와 D사의 손해배상책임을 60%로 제한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들은 피해자들에게 손해액 7937만3330원 중 피고들의 책임 비율에 해당하는 4762만3998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는데, 피해자들에게는 원고 B사로부터 지급받은 보험금을 공제하더라도 428만1135원(= 손해액 7937만3330원 - 지급 보험금 7509만2195만원)의 손해가 남아 있는 상태”라며 “관련 법리에 비춰 이 사건에서의 보험자대위 범위를 산정해 보면, 원고 B사는 피고들의 배상책임액 4762만3998원 중에서 피해자들이 우선해 피고들에게 청구할 수 있는 428만1135원을 제외한 나머지 4334만2863원 및 그 지연손해금에 한해 보험자대위에 의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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